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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화면의 연속…기자의 '참담'했던 배틀그라운드 PC방 랜파티 체험기

흑백화면의 연속…기자의 '참담'했던 배틀그라운드 PC방 랜파티 체험기
요즘 대세 배틀그라운드. 기자 역시 시간이 날 때마다(억지로 만들어서) 배틀그라운드를 즐기고 있다. GTX 660으로 눈물겨운 배그인생을 살고 있는 와중에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배틀그라운드 랜파티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협회 직원들과 업무 얘기를 나누던 중 "기자님도 참가해보시라"는 말이 나왔고, 기자는 장난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공인e스포츠PC클럽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신청을 완료했다. 한 유저의 입장으로서 순수하게 게임을 즐긴다던가, 체험기를 쓰기 위해라는 핑계들이 있었지만 역시 목적은 단 하나, 상품으로 걸린 GTX 1060이었다.

마침 랜파티가 열린 날은 휴무일이었고, 오후 5시 40분쯤 PC방에 도착하니 이미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도착해있었다.

단골 손님들도 끌어들이기 위한 내부 현수막.
단골 손님들도 끌어들이기 위한 내부 현수막.

경기장에서만 보던 페이커를 여기서 보네? 루시안 정말 잘 하더라….
경기장에서만 보던 페이커를 여기서 보네? 루시안 정말 잘 하더라….

입구에서 대회 운영을 맡은 협회 직원들을 통해 신분증 확인 후 좌석 번호가 적힌 비표를 받아 자리로 향했다. 집에서 쓰던 마우스를 꼽고 세팅은 대충 대충…. PC방에 마련된 헤드셋은 방음이 잘 되지 않아 떠들썩한 주변 소음이 그대로 들렸다. 아쉽게도 디테일한 사운드 플레이는 불가능했다. 체험기를 써야 하기에 액션캠을 책상 위에 설치한 채 게임을 켰다.

10분 정도 몸을 푼 뒤 대망의 첫 경기가 시작됐다. 배틀그라운드 랜파티는 총 네 경기로 진행됐는데, 1, 2, 4경기는 솔로 일반전으로, 3경기는 좀비 모드로 진행됐다.

경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평소의 절반에 가까운 50명가량의 인원으로 진행되다보니 초반 교전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적들이 어디에 있는지 정보를 수집할 수 없었고, 불안한 마음으로 들판을 달려야했다. 말 그대로 걸리면 죽는 거다.

포친키에서 로족으로 향하던 기자는 매의 눈으로 뒤 따라오던 적을 발견했지만 이미 언덕 뒤에 자리를 잡은 상대에게 나는 그저 반가운 택배기사일 뿐이었다.

매의 눈으로 발견했지만….
매의 눈으로 발견했지만….

택배 왔습니…엌….
택배 왔습니…엌….

0킬…. 뒤에서 지켜보던 협회 직원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기자의 플레이는 볼 게 없다고 판단했는지 두 번째 경기부턴 구경도 하지 않더라.

아마 이런 시선….
아마 이런 시선….

이어진 두 번째 경기. 북부 지역에 내린 기자는 지프를 한 대 얻어 타고 2시 방향의 이름 없는 작은 해안 마을에 도착했다. 아주 먼 길을 돌아가면서 "여기 가면 미친X이다 진짜"를 마음속으로 속삭였다.(그 미친X이 나라니….)

세베르니에서 저기까지 갔는데….
세베르니에서 저기까지 갔는데….

멋진 드리프트 주차로 지프를 세워놓고 건물 사이로 비집고 들어간 순간, 아직 시동이 채 꺼지지 않은 버기카 한 대가 서있었다. 주변에 미친X 한 명이 더 있다는 것을 직감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벽 뒤에서 고개를 살짝 내밀던 적을 발견했고, 도망갈 기회는 충분했지만 전판의 0킬 수모를 만회하겠다는 생각에 달려들다 그만 두 번째 0킬을 기록하고 말았다.

당시의 심정을 잘 표현해주는 짤방.
당시의 심정을 잘 표현해주는 짤방.

하지만 1, 2경기 상품은 헤드셋과 키보드. 중요한 것은 4경기뿐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3경기는 좀비모드. 좀비모드는 처음이었지만 평소 방송에서 봐온 것이 있었기에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큰 실수를 범했다. 협회 직원이 안내한 '2.2배 속도'의 자기장을 간과한 것이다. 세 번째 자기장이 좁혀질 때 속도는 오토바이가 달릴 때 속도와 맞먹었다. 그렇게 자기장에 서서히 죽어갈 때 쯤 뒤 따라오던 좀비가 보였고, 펀치 한 방에 킬을 내며 장렬하게 전사했다. 랜파티서 기록한 유일한 1킬이었다.

그럴 수 있지…. 암.
그럴 수 있지…. 암.

살아남은 좀비들의 경기를 관전했고, 마지막 원이 좁혀진 뒤에도 20여명이 살아남아 들판을 휘젓는 장관이 연출됐다. 마지막 15초 카운트다운이 지나자 20마리 좀비가 2초 만에 죽는 명장면이 연출됐고, 랜파티 참가자들을 모두 폭소했다. 그 와중에 1등 해서 치킨 쿠폰을 얻은 참가자는 이번주에 반드시 로또를 사야 한다.

마지막 4경기는 '빡겜'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시작부터 튕겨버리며 불안한 조짐이 보였다. 가까스로 재접속에 성공했고, 뒤늦게 낙하산을 펼친 기자는 세베르니에 안착했다. 어디에 몇 명이나 떨어졌는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제대로 된 파밍도 하지 못한 채 길을 나섰고, 다시아 한 대로 연명했지만 마지막 순간 늪지대 진입에 실패한 뒤 사방에서 쏟아지는 총알 세례를 온몸으로 맞아주시고 장렬히 전사했다.

아직도 18명이나 살아있다니!
아직도 18명이나 살아있다니!

치료 중 차에 치일 뻔한 아찔한 장면. 구급 상자만 몇 개째인지.
치료 중 차에 치일 뻔한 아찔한 장면. 구급 상자만 몇 개째인지.

4방향 총알 세례를 맞은 뒤에 접한 친숙한 흑백화면. 안녕 1060….
4방향 총알 세례를 맞은 뒤에 접한 친숙한 흑백화면. 안녕 1060….

13위. 또 다시 목표로 했던 톱10에는 들지 못했고, 나의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 기회도 날아가 버렸다. 3연속 0킬이라니…. 그래도 소싯적에 온게임넷 결승 무대도 밟아본 경험이 있는데, 말은 안했지만 자존심에 상처가 컸다.

기대했던 성적은 아니었지만 간만에 오프라인에서 경쟁을 하니 색다른 재미와 긴장감이 느껴졌다. 기자처럼 일찌감치 탈락한 사람들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뒤에서 숨죽인 채 구경하며 관전자만의 또 다른 재미를 느꼈다. 아쉽게 죽은 사람들의 입에선 탄식이 흘러나왔고, 1등을 차지한 이는 짧고 강렬한 박수 한 번으로 자신의 승리를 자축했다. 1등이 결정되자마자 협회 직원은 상품을 즉석에서 전달했고, 다른 참가자들은 기꺼이 축하의 박수를 전했다. 순수하게 경쟁을 즐기는 훈훈한 모습이었다.

3시간에 걸친 짧은 랜파티가 끝이 나고 참가자들은 하나둘 퇴장하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들은 기념품으로 배틀그라운드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을 증정했다. 비록 그래픽카드는 따내지 못했지만 본전은 찾은 기분이다. 게임도 공짜로 했으니 이득인 셈.(긍정적 마인드)

감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굳이 다른 참가자나 우승자의 소감을 듣거나 PC방 업주에게 랜파티 개최에 대한 반응을 물어보진 않았다. 순수하게 참가자의 입장에서만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경쟁은 큰 차이가 있다. 평소와는 다른 긴장감이 온 몸을 감싸고 있고, 더 짜릿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허무하게 죽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함께 있으니 버릇처럼 입에서 나오는 상욕도 참게 된다. 랜파티가 진행되는 동안 욕설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랜파티에 참가하지 않은 일반 손님 외에는…. 모두가 매너 있게 임하다보니 한동안 잊고 있던 게임의 순수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공인e스포츠PC클럽에서 진행하는 랜파티가 자주 열리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곳 주변에서 열린다면 꼭 한 번 도전해보길 바란다. 온라인에서 느끼지 못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함께라면 더욱 재밌을 것이라 보장한다.

P.S: 랜파티서 0킬한 기자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포친키의 왕에 도전했지만 역시나 실패했다는 후문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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