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락스 타이거즈의 1라운드 성적은 기대감에 못 미쳤다. 진에어 그린윙스와 콩두 몬스터, bbq 올리버스 등 약체로 평가받는 팀들에게 승리를 차지한 락스는 다른 팀들에겐 모두 패배하며 3승6패를 기록했다. 2016년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보여줬던 파괴적인 공격력은 구심점 없이 제각각이었다.
락스의 미드 라이너이자 공격의 중심을 맡고 있는 '미키' 손영민의 기복이 컸다. 자기 역할과 책임을 알고 있는 손영민은 경기를 주도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과감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 플레이 덕분에 불리한 상황을 역전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유리한 상황을 따라잡히거나 좌초되는 경우도 왕왕 나왔다. 더욱이 락스 전체의 불안정한 경기력이 손영민을 따라가다보니 한순간에 무너지기 일쑤였다.
경기력이 1부터 6까지 무작위로 나온다 해서 '주사위'라는 별명이 붙었다. 주사위가 6이 나오는 컨디션일 땐 확실하게 캐리한다는 손영민의 장점이 녹아 있었으나 기복이 심하다는 뜻으로 기분이 좋지만은 않은 별명이었다.
장점이던 공격력에 발목이 잡힌 락스의 상황을 뒤집을 뚜렷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락스가 2라운드 들어 달라졌다.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이하 IEM) 시즌11 월드 챔피언십에서 4강을 기록하며 색깔을 발견했고, 바이탤리티와 자이언츠 게이밍에서 경험을 쌓은 정글러 '마이티베어' 김민수를 영입하며 로스터를 보강했다.
3월 8일 락스는 박상면과 김민수를 짝지어 선발로 내세웠다. 1세트에서 선취점을 내준 락스는 2, 3세트에 승리하며 역전승을 거뒀고, 박상면과 김민수의 실험은 청신호를 띄웠다. 쉔, 노틸러스를 필두로 팀을 든든하게 받쳐준 박상면과 주요 정글 챔피언을 안정적으로 다루는 김민수의 호흡은 이후에도 세트 기준 호성적을 가져왔다.
톱과 정글에 안정감이 생기자 손영민도 펄펄 날았다. 특히 손영민의 최근 경기력은 '주사위 6' 그 이상이었다. 19일 아프리카 프릭스전에서 신드라와 탈리야로 활약하며 MVP 포인트를 휩쓴 손영민은 25일 MVP 전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시즌 처음으로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꺼내들며 락스의 공격적인 운영을 주도했다.
락스는 로밍 챔피언을 주로 다룬 손영민을 중심으로 빠른 템포의 경기를 펼쳤다. 손영민의 킬 관여율은 74.1%로 리그 1위일 정도. 그 배경엔 하단 듀오의 지원도 있었다. 권상윤은 진, 애쉬 등 팀플레이에 강한 챔피언을 주로 다뤘고, 김한기도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톱과 정글러가 안정성을 갖추고, 하단 듀오까지 지탱해주니 손영민의 기동력엔 속도가 붙었다.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락스는 리그 후반 손영민의 캐리력을 이끌어줄 수 있는 플레이스타일을 갖추며 기세를 높였다. 더욱이 박상면과 권상윤에게 힘을 실어주는 승리 공식도 완성해가며 조직력을 갖췄다.
2라운드 한층 숙성된 경기력으로 선보인 락스이기에 서머 스플릿에서 보다 나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 기대된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