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시작되기 전 SKT는 '피넛' 한왕호와 '후니' 허승훈을 영입하면서 롤드컵 우승의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kt는 중국 LPL을 정복하고 돌아온 선수들을 한데 규합하면서 슈퍼팀을 만들었기에 두 팀의 더비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두 팀은 서로 만나기 전까지 7승 1패에 세트 득실까지 나란히 +11을 기록하면서 공동 1위를 달렸기에 통신사 더비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수준 높은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한 세트씩 주고받으며 팽팽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
3세트에서는 kt 정글러 '스코어' 고동빈의 그레이브즈가 초반에 킬을 쓸어 담으며 승부가 빠르게 갈리는 듯했으나 SKT가 톱 라이너 '후니' 허승훈 럼블의 칼 같은 이퀄라이저 덕분에 교전마다 승리를 거두면서 상황을 역전시켰다.
kt는 교전에서 패했지만 뛰어난 운영과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면서 킬 스코어가 크게 앞서는 SKT를 오히려 궁지로 몰아넣기도 했다.
무엇보다 팬들을 즐겁게 만들었던 것은 시도 때도 없이 열린 팀 교전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교전이 벌어졌지만 경기는 결코 한쪽으로 기우는 법이 없었다. 막판에 수호천사 아이템이 7개나 등장한 것은 두 팀의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토록 많은 경기를 봐왔던 롤챔스 중계진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의 싸움이었다.
축구로 비유한다면 엘 클라시코에서 양 팀의 유효슈팅이 20개가 넘어가는 난타전 끝에 89분에 마지막 골이 터져 한 쪽 팀이 5대4의 스코어로 승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
50분이 넘게 이어진 처절한 경기 끝에 SKT가 승리를 거머쥐었고, 포털 사이트와 트위치, 유튜브 등을 통해 이 경기를 시청한 국내 온라인 시청자 수는 2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롤챔스'라는 실시간 검색 키워드는 3일 새벽까지 10위권 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못 본 사람이 패배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명경기가 나오자 팬들은 오는 5일 벌어질 두 팀의 2라운드 대결을 두고 걱정 아닌 걱정을 하는 모습이다. '이보다 더 멋진 경기는 결코 나올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 것. 경기력에 취한 나머지 어떤 팀이 승리를 하느냐보다 경기 내용의 완성도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마치 흥행한 영화의 후속편을 기대하는 듯하다.
두 팀의 롤챔스 2017 스프링 2라운드 경기는 5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넥슨 아레나에서 열릴 예정이다. 역대 최고의 명경기를 선사한 두 팀이 2라운드 경기에서 '소포모어 징크스'를 깨고 더 멋진 경기를 선보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한껏 달아오른 통신사 더비의 열기는 사흘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