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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 전 세계를 상대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페이커'가 받는 거액의 보상에 대해 태클을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 전 세계를 상대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페이커'가 받는 거액의 보상에 대해 태클을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는 말이 있다. 프로 선수의 실력과 기록들이 그대로 몸값에 반영된다는 뜻이다. 바꾸어 말하면, 실력 있는 선수는 그만큼 높은 연봉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다는 뜻이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은 재계약 시즌에 팀에 더 높은 연봉을 요구할 수 있다. 노력과 성과에 대해 보상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이적시장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이런 '암묵적인 규칙'들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늘기 시작하니 자신의 성적과는 상관없이 너도나도 연봉을 높게 부른다는 것이다. 한 게임단 관계자는 "어떤 선수는 전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아 연봉을 삭감하거나 동결하려 했지만 재계약을 앞두고 기존 연봉의 2배를 넘게 불렀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이 선수는 팀과 합의하지 못하고 해외 리그로 진출하는 길을 택했다.

선수들이 성적과 상관없이 높은 연봉을 부르는 것은 예전과는 달리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해외 시장이다. 자본이 넉넉한 해외팀들로부터 국내 프로게이머들에 대한 러브콜이 끊이지 않다보니 아쉬울 것이 없어 계약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던지고 보는' 사례가 느는 것이다. 많은 선수들이 다년 계약이 아닌 1년 계약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게임단들이 "선수들 연봉 올려줄 생각은 안하고 돈 아낄 궁리만 한다", "열정페이냐"며 비판받기도 하지만 수익구조가 약한 국내 프로게임단들은 자본 싸움에서 해외팀을 결코 이길 수가 없다.

지난해 12월 초, 선수 이동이 본격화되자 또 다른 팀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돈을 써도 기존 선수들을 잡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연봉에서 2~3배를 올려줘도 해외팀들은 기본이 억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선수들을 붙잡기 힘들다. 시간이 늦춰질수록 팀을 구하지 못한 선수들끼리 눈치를 보느라 연봉을 낮게 부를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팀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물론, 선수라면 최대한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맞다. 특히 프로게이머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평균적인 활동기간이 더 짧기 때문에 단기간에 최대한 많은 연봉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돈 없는 게임단이 돈 많은 게임단에 선수를 뺏기는 것도 시장의 이치다.

하지만 선수 스스로의 실력에 대해 냉정한 평가나 탄탄한 계획 없이 단순히 고액 연봉만 쫓아 해외팀으로 간다면 그만큼 실패할 확률도 높다. 1년짜리 계약이 빈번한 시장에서, 야심차게 영입한 한국선수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다면 그 팀은 다음 시즌에 한국선수를 영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설 자리가 좁아질 수도 있다.

모든 선수가 그런 것은 아니다. 장기적 안목으로 진지하게 해외 진출을 고려한 선수들도 있는가 하면, 객관적인 실력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한 성적을 내지 못하자 스스로 연봉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상에 합의하고 새 시즌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친 선수들도 있다.

문제는 무턱대고 해외로 진출한 일부 선수들의 부진으로 인해 해외팀들이 한국선수 영입을 꺼리게 되고, 이로 인해 추후 해외 진출을 원하는 선수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되는 것이다.

상당한 지출을 감내한 국내팀들도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다음 시즌부터는 대어 영입보다 신인 육성에 무게를 둘 수도 있다. 일부 선수들이 지키지 않은 '암묵적인 규칙' 때문에 오히려 기존 선수들의 설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프로게이머 생활이 짧다지만 1년만 하고 은퇴할 선수는 없을 것이다. 1년짜리 이익보다 시장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수들이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활약을 팀을 펼쳐 소속팀을 세계에 알리고 팬들에게 감동을 안긴 선수라면 응당 대우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높은 연봉을 요구하기에 앞서 그에 합당한 성적을 내는 것이 우선이다. 선수마다 내는 성적은 모두 다른데, 모두가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요구한다면 '프로'라는 단어의 의미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가치를 먼저 증명하고 후에 보상을 받는 것이 옳은 순서다.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 자신의 성적에 따라서.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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