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차지훈 진에어 스타2 감독 "프로리그 우승했어도 웃을 수 없는 상황"

차지훈 진에어 스타2 감독 "프로리그 우승했어도 웃을 수 없는 상황"
2016년은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 프로게임단들에게는 혹독한 시련으로 기억될 해다. 14년째 이어오던 스타크래프트 종목의 단체전인 프로리그가 막을 내리면서 대부분의 기업 게임단들이 코칭 스태프, 선수들과의 계약을 종료했고 해체 수순을 밟았기 때문이다.

시련 속에서도 진에어 그린윙스는 독보적인 성과를 올렸다. 2016년 1라운드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2, 3라운드에서는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특히 3라운드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면서 숙원이었던 외국에서 결승전을 치렀고 진에어가 kt 롤스터를 물리치면서 정상에 올랐다. 1~3라운드에서 획득한 포인트에서 1위를 차지한 진에어는 통합 챔피언전에 직행했고 험난한 과정을 통해 올라온 kt 롤스터를 4대0으로 완파하면서 2016년 최고의 팀에 등극했다.

진에어에게 창단 첫 통합 챔피언전 우승을 안긴 차지훈 감독은 2016년 한국 e스포츠 대상에서 스타크래프트2 종목의 감독상을 받았지만 웃지 못했다.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안은 진에어는 스타2 팀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팀들간의 대결 무대인 프로리그가 폐지됐고 다른 팀들이 하나둘씩 해체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기에 더욱 마음이 무거웠다.

2016년 스타2 최고의 감독으로 남은 차지훈 감독에게 올해에 대한 평가와 내년의 비전을 묻는 내내 답변 이전에 한숨이 먼저 나온 이유다.

차지훈 진에어 스타2 감독 "프로리그 우승했어도 웃을 수 없는 상황"

Q 2016년 최고의 성과를 냈다. 진에어 그린윙스의 감독으로 취임한 이후 첫 우승인데 소감이 어떤가.
A 좋다는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착잡하기 그지 없다. 스타2 리그의 큰 축 가운데 하나였던 프로리그가 폐지됐고 동료 감독, 코치들, 함께 경쟁하던 선수들이 소속을 잃은 상황에서 마음이 편치 않다. 2000년대 말부터 코치직을 맡으면서 코칭 스태프로서 정말 이루고 싶었던 일이 프로리그 우승이었고 진에어의 감독으로 부임하면서도 내가 사령탑으로 있는 동안에 프로리그 정상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처럼 했다. 또 감독상도 받고 싶었다. 원하던 일을 모두 이룬 2016년이었지만 웃을 수 없었다.

Q 그래도 1라운드에서는 준우승,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는 연속 우승, 통합 챔피언전까지 4대0 완승을 거두면서 스타2 프로리그 사상 최고의 성적으로 우승했다. 원동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A 철저한 준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프로리그는 세트별로 선수가 바뀐다. 스타2에서 개인리그가 다전제를 근간으로 진행되면서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적 요소가 많이 요구되지만 프로리그는 라운드 포스트 시즌을 제외하면 세트제로 치러지기에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이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엔트리가 사전에 공개되기 때문에 상대가 어떤 전략을 쓸지 예측한 뒤 맞춤 대응을 준비해 성공한다면 승률을 높일 수 있다.

Q 조성주가 15승2패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이번 시즌 수훈갑은 조성주인가.
A 프로리그는 한 명의 스타 플레이어가 좌지우지하는 방식이 아니다. 5전3선승제로진행되는 정규 시즌에서 4강에 들려면 최소 3명의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조성주는 우리 팀에 들어온 이후 프로리그에서 꾸준히 다승 상위권을 유지했고 승률도 좋았다. 올해 같은 경우에는 정규 시즌 승률이 88%가 넘고 포스트 시즌에서도 엄청난 활약을 펼치면서 우승을 위한 뿌리가 되어준 것이 맞다. 하지만 조성주만을 수훈갑으로 꼽기에는 다른 선수들도 잘해줬다. 저그 이병렬은 저그전에서 7전 전승을 기록할 정도로 종족 스페셜리스트였으며 김유진 또한 중요한 시기에 승수를 올려줬다. 결승전에서 승리를 따낸 조성호 뿐만 아니라 장현우, 고석현도 팀의 승리를 위해 엄청나게 기여했다. 모두가 하나가 돼서 프로리그를 준비했기에 우리가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차지훈 진에어 스타2 감독 "프로리그 우승했어도 웃을 수 없는 상황"

Q 프로리그의 폐지가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A 상시적으로 기량을 점검하고 보여줄 기회가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장기간 풀 리그 방식으로 진행되는 프로리그는 팀 안에서 검증을 마친다면 언제든 출전할 수 있다. 개인리그 성과와 상관 없이 선수 개개인의 최근 페이스와 상대 팀의 전력에 따라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선수들은 끊임 없이 연습하고 연구한다. 하지만 2016년을 끝으로 프로리그가 사라지면서 개인리그에서 탈락한 선수들은 동기 부여를 받을 대회가 없어졌다. 실제로 이번 GSL 예선에서 떨어진 선수들은 3개월 동안 출전할 무대가 사라졌다. 예전 같으면 국내 개인리그에서 탈락하더라도 프로리그 출전이나 외국 대회 참가라는 다른 목표가 있었지만 더 이상 그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Q 국내 스타2 종목에서 유일하게 기업팀으로 남아 있다. 책임이 막중할 것 같다.
A 프로리그가 폐지되면서 게임단들도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과의 계약을 대부분 해지했다. 그 점이 가장 아쉽다. 게임단이라는 온실에 있던 선수들이 한 순간에 노지에 나앉은 모양이다. 외국 팀과 계약한 선수들이 있지만 국내 활동을 주로 하기 때문에 팀의 의미는 거의 없다. 모두가 개인 활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후원 기업과 감독, 코치, 선수들이 모두 남아 있는 유일한 팀이 진에어이기 때문에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고 개인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2017년 팀을 어떻게 운영할 생각인가.
A 프로리그가 없어지고 스타2 업계가 위축된 상황이긴 하지만 진에어 그린윙스라는 팀은 남아 있는 만큼 진에어가 개인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선수들을 지도할 생각이다. 프로리그에 할애할 시간이 남아 있을 때에는 영어나 중국어와 같은 언어를 배우도록 할 생각이다. e스포츠는 학원 스포츠 기반이 없기 때문에 선수 생활을 마치고 나면 코칭 스태프를 제외하고는 딱히 업계에 남아 있을 방법이 없다. 외국어를 익힌다면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코칭 스태프로 활동할 수도 있고 심판이나 행정가로서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데일리랭킹

1젠지 17승 1패 +29(34-5)
2T1 15승 3패 +24(32-8)
3한화생명 15승 3패 +19(30-11)
4KT 11승 7패 +8(26-18)
5DK 9승 9패 0(21-21)
6광동 7승 11패 -7(18-25)
7피어엑스 6승 12패 -11(16-27)
8농심 4승 14패 -16(14-30)
9디알엑스 3승 15패 -21(11-32)
10브리온 3승 15패 -25(8-33)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