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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팬들은 비버가 아니다

[기자석] 팬들은 비버가 아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이적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혼돈'의 수준을 넘어 '대격변'이라 불릴만하다.

이번 이적 시장에서 아프리카 프릭스와 락스 타이거즈는 선수 전원은 물론 코칭스태프까지 전원이 교체됐고, 챌린저스로 강등된 CJ 엔투스도 선수 전원이 바뀌었다. 진에어 그린윙스와 롱주 게이밍, kt 롤스터는 1~2명만 남기고 모두 새 얼굴로 바뀌어 역시 새 팀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SK텔레콤 T1과 ESC 에버는 팀의 주축 3~4명을 잡는데 성공했고, MVP와 콩두 몬스터, 삼성 갤럭시 세 팀만이 동일한 라인업을 유지했다. 11개 팀 중 절반에 가까운 팀들이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거듭난 것이다.

kt는 창단 때부터 함께 해온 '스코어' 고동빈이라도 남겼다만, 아프리카와 락스, CJ는 남은 선수가 하나도 없다. 그야말로 팀명과 로고만 빼고 다 바뀐 것인데, 과연 이들을 이전과 같은 팀이라 볼 수 있을까.

팀을 대표하던 선수들까지 몽땅 나가면서 팬들은 '멘붕'에 빠졌다. 대부분 특정 선수를 응원하며 각 팀의 팬이 됐겠지만, 시즌을 함께 하면서 팬의 열렬한 서포터가 됐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일부 팀의 선수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고, 남아있는 팀의 '아이덴티티' 같은 것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몇몇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본진'이라 일컫던데, 순식간에 본진이 탈탈 털린 기분이 아닐까.

물론 어느 스포츠든 시즌이 끝나고 나면 팀은 변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두세 시즌에 걸친 물갈이도 아니고, 단 한 번에 모든 것이 바뀌면 팬들은 그 팀을 응원할 의미를 잃게 된다.

'대격변'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1년짜리 단기 계약에 있다. 선수는 1년 뒤 더 큰 몸값을 받기 위해 다년 계약을 피하고, 팀 입장에서는 1년 뒤 몸값이 크게 올라간 선수들을 잡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팀들이 돈을 쓰지 않을 궁리만 한다고 비판하지만, 국내외 시장의 크기가 다르니 몸값을 올려줘도 해외의 자금력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는 현실이다. 반대로 팀에서 선수의 성적에 대한 확신이 없어 다년 계약을 꺼려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이유들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더 이상 팀이 공중분해 되는 것을 지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몇 년 전 'TV동물농장'에서 비버가 나뭇가지들을 모아 열심히 만든 집을 사육사가 강제로 철거하는 장면이 나왔다. 비버의 활동량을 늘리기 위해서라는데, 공들여 만든 집이 무너지는 것을 볼 때마다 비버는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새 시즌이 시작되면 비버의 집처럼 멘탈이 무너졌던 팬들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자신들만의 선수와 팀을 응원할 것이다. 하지만 1년 뒤, 정든 팀과 선수들이 하루아침에 뿔뿔이 흩어진다면 또 다시 집이 무너진 비버와 무엇이 다를까.

팬들은 비버가 아니다. 1년간 들인 공을 허물어야 할 이유가 없다. 리그가 지속되고, 팀이 유지되고, 선수가 대우받는 것은 다 팬들이 있기 때문인데 매번 자신의 집이 무너져 내린다면 응원할 의미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

팀과 선수들이 다년 계약을 하더라도 서로의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존의 계약 틀에서 벗어나 여러 옵션을 포함시키는 방법을 고려해보는 것이 어떨까. 라이엇 게임즈도 새로운 가이드 라인 마련을 궁리해봐야 할 것이다. 2017년 안에 어떤 식으로든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1년 뒤 이적 시장에서 올해와 같은 일들이 되풀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 때도 팬들이 순순히 인내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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