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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국에서 사장된 CS…다시 걷기 시작한 CS:GO

최근 3년 간 열린 대회 수와 총 상금, 참가 선수 및 팀들의 규모를 기준으로 따졌을 때 3대 e스포츠 종목은 리그 오브 레전드, 도타2, 그리고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이하 CS:GO)를 꼽는다.

해외에선 CS:GO가 메인 종목으로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이번 기획을 통해 해외의 CS:GO e스포츠 대회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국내에서는 왜 CS:GO가 인기를 끌지 못했는지를 되짚어보기로 했다.

※글 싣는 순서

1. 세계 최고의 FPS 게임 CS:GO와 어두운 그림자
2. 한국에서 사장된 CS…다시 걷기 시작한 CS:GO

◆한국에서 CS가 사장된 이유는?
해외에서 이토록 시끄러운 CS:GO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조용하다. CS:GO라는 게임 자체가 큰 인기를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입소문을 타고 유저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왕년의 CS:1.6'과 그 인기를 비교한다면 아직 그 영향력이 미미하다.

한국에서는 2001년부터 PC방을 기점으로 CS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폭발적인 인기는 아니었지만 입소문을 타고 서서히 유저들을 끌어 모았다. 가장 큰 장점은 PC 1대만 있으면 2~3개의 CS 서버를 돌릴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를 잘 활용한 PC방은 단골손님들에게 서버를 제공했다. 때문에 원활한 핑에서 게임을 즐기고픈 이들이 주말이면 단체로 PC방을 찾았다.

한빛소프트가 발매했던 CS 패키지.
한빛소프트가 발매했던 CS 패키지.

당시 한빛소프트는 CS:1.5 버전을 패키지로 판매했는데, PC방에선 수십 장의 CD 구매비용을 단기간에 뽑을 수 있어 업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한빛소프트 역시 CS를 통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그러나 2004년 밸브가 새로운 게임 플랫폼인 스팀을 발표하면서 한국 CS는 쇠락의 걸을 걷기 시작했다. CS:1.5를 즐길 수 있는 원넷(WON.net)의 접속을 차단하고 스팀을 통해 CS:1.6을 강제로 즐기게 했는데, 이와 동시에 PC방에 유료 과금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CS의 오프라인 유통권을 가지고 있었던 비벤디 유니버셜 게임즈가 밸브에 소송을 걸었지만 재판에서 패하며 PC방에 스팀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PC방 업주들의 CS 죽이기와 스페셜포스 띄워주기
CD를 사면 100시간이고 1,000시간이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매 시간마다 돈을 내야한다니 PC방 업주 입장에선 반가울리 없었다. 이전에 구입한 CD들도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PC방 업주들은 단체로 반발하며 스팀 거부 운동에 들어갔고, 대신 비슷한 시기 출시된 국산 게임 스페셜포스를 밀어주기로 했다. 이는 스페셜포스가 국민 게임으로 자리 잡게 된 계기가 됐다.

기존에 CS를 즐기던 유저들은 PC방에서 자신의 스팀 계정으로 접속해 게임을 이용했고, 업주들은 스팀 서비스를 별도로 가입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국내 스팀의 PC방 사업을 맡았던 스타일네트워크는 약 1년 만에 사업을 포기하고 그 권리를 GNA소프트에 양도하기도 했다.

CS의 빈자리를 메운 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
CS의 빈자리를 메운 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

◇'국민 FPS 게임' 바통 이어받은 서든어택
이후 평생 무료 게임을 선언했던 스페셜포스 또한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인 '땅콩 PC방' 제도를 도입하면서 업주들로부터 반발을 샀고, 2006년 출시된 서든어택이 대세로 떠올랐다.

2007년에는 넥슨이 CS:온라인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CS 본연의 콘텐츠보다는 좀비모드에 집중하면서 오리지널 유저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2003년 WCG 한국대표 선발전에 120여개 팀이 참가신청을 할 정도로 전성기를 보낸 CS였지만 많은 유저를 잃고 원동력을 잃은 2010년 즈음에는 활동하던 팀과 클랜들이 속속 해체되기 시작해 대회 참가 팀 수도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었다.

◆걸음마 뗀 한국 CS:GO
CS:GO가 나오면서 국내에서도 즐기는 유저들이 서서히 늘어갔지만 10여년 역사를 가진 전통 있는 클랜 수십 개가 와해된 이후였기 때문에 유저들이 쉽게 결집할 수 없었다. 커뮤니티가 전무했고, 유저들끼리 힘을 모아 열리던 대회도 CS:GO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같은 시리즈의 게임이지만 기존 유저들이 대부분 떠나는 바람에 주춧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에 비례해 프로를 지향하는 게이머나 팀들도 그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개최된 CS:GO 아시아 마이너 한국대표 선발전 참가 팀은 채 스무 팀도 되지 않았다. 국내에서의 첫 오프라인 CS:GO 대회였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식을 대로 식어있었다. "우리나라도 CS:GO를 키워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e스포츠 팬들의 외침이 무색할 정도였다.

2016년 5월 한국에서 개최된 CS:GO 아시아 마이너 대회.
2016년 5월 한국에서 개최된 CS:GO 아시아 마이너 대회.

물론 팬들의 이목을 끌만한 스타 선수가 없는 것도 큰 이유였다. 프로게임단 MVP가 CS:GO 팀 MVP 프로젝트를 창단했지만 대부분 신예들로 구성돼있어 경쟁력을 갖추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라이벌이 필요한데, MVP 외에 안정적인 연습환경을 갖춘 팀이 없다보니 연습에도 애로사항이 많다. 최근 '솔로' 강근철, '글로우' 김민수 등 CS:1.6에서 세계 대회를 석권했던 선수들이 MVP로 복귀했지만 당장 올해 안에 눈에 띌만한 성적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국내 유일한 CS:GO 정규리그인 VSL 경기장의 모습.
국내 유일한 CS:GO 정규리그인 VSL 경기장의 모습.

국내 팀들이 성장하기 위해선 꾸준히 열리는 대회가 있어야 한다. 최근 트위치가 버서스 게이밍과 손을 잡고 VSL CS:GO 코리아 비기닝을 개최하면서 대회에 대한 갈증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

물론 최근 블리자드가 출시한 신작 FPS 게임 오버워치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면서 여전히 CS:GO는 우선순위가 되지 못하고 있지만, VSL과 같은 대회가 꾸준히 열리기만 한다면 국내 팀들도 서서히 경쟁력을 갖춰 국제무대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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