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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게임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올림픽 차기 개최국 문화 공연 영상에 등장한 슈퍼마리오와 도라에몽.(사진=KBS 중계 캡처)
올림픽 차기 개최국 문화 공연 영상에 등장한 슈퍼마리오와 도라에몽.(사진=KBS 중계 캡처)
2016 브라질 리우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여느 때처럼 많은 이야깃거리가 나온 올림픽이었지만, 폐막식 날 가장 많은 시선이 쏠린 것은 2020년 올림픽을 개최하는 일본의 차기 개최국 문화 공연이었다.

문화 공연과 함께 2020 도쿄 올림픽 홍보 영상이 상영됐고, 이 영상에서는 팩맨과 도라에몽과 헬로 키티 등이 차례대로 등장하면서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게임 IP 파워를 세계에 알렸다.

하이라이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슈퍼마리오 변장이었다. 영상에서 리우로 갈 시간이 촉박해지자 아베 총리는 슈퍼마리오로 변신했고, 도라에몽의 도움을 받아 지구 반대편 브라질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이 때 'RIO'의 지도를 펼치니 'MARIO'라는 단어가 나오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영상에서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마리오의 모습을 한 채 등장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어 리듬체조 선수들이 현대적인 소품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펼쳤고, 공연이 끝난 뒤 불꽃이 터지는 순간 나온 음악은 슈퍼마리오에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뒤 성으로 들어갈 때 흘러나오는 음악이었다.

폐막식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아베나 일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애니메이션과 게임 캐릭터를 적극 활용한 공연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아베를 너무나도 싫어하기에 뛰어난 공연이 주는 부러움에 더욱 화가 난다는 의견들도 많았다.

비슷한 시각 한국에서는 14세 소년이 용돈이 부족하다며 몸이 불편한 친부를 살해하는 끔찍한 패륜 범죄가 일어났다. 그리고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소년이 PC방을 제 집 드나들 듯 했다는 이유로 어김없이 사건의 원인을 '게임 중독'으로 몰고 갔다.

물론 게임 중독이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범죄를 일으킨 소년의 정신적 건강 상태나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어려운 가정 형편과 사회 복지 문제 등 다양한 이유와 가능성들을 놔두고 범죄의 원인을 게임으로만 일방적으로 몰고 가는 것이 과연 사건을 해결하고 유사 사건을 방지하는데 어떤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몇몇 단체와 언론들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참 편리하게 게임을 사건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리고 실체에 대한 자세한 접근이 귀찮은 사람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어버린다.

일본에서도 끔찍한 사건들은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보편적인 시각엔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선보인 문화 공연과 아베의 마리오 코스프레는 그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게임 업체들이 IT 업계를 이끌고, K팝이나 영화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수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사회에서, 슈퍼마리오나 피카츄의 인기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캐릭터가 등장한다한들 국제적인 행사에서 일본과 같이 게임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을까. 이 무책임한 책임전가의 꼬리를 자르지 못한다면, 도쿄 올림픽 문화 공연보다 더 뛰어난 것을 선보이더라도 게임이 '불편'한 사람들은 태클을 걸고 말 것이다. 태클보다는 자살골에 더 가깝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아직 슈퍼마리오 같은 인기 있는 게임 캐릭터는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세계적인 프로게이머는 많이 존재한다. 몇몇 선수들은 해외의 젊은 세대들로부터 캐릭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워크래프트3 프로게이머 장재호가 중국의 수많은 프로게이머들을 제치고 성화 봉송 주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중국의 입장에서)외국인 프로게이머가 성화 봉송 주자를 했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

한국에선 2018년에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 올림픽이 개최된다. 만약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이 2년 뒤에도 지금의 인기를 이어가 성화 봉송 주자에 거론된다면, 그 때 게임을 탐탁찮게 보는 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2016년 8월. 우리는 리우 올림픽 폐막식을 통해 세계와 한국이 게임을 바라보는 보편적 시각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했다. 두 시각의 간극을 좁히고 게임에 대한 비논리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는 것이 앞으로 게임업계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아닐까 싶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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