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서머 시즌에 들어오기 전까지 가장 주목을 받은 팀은 물론 SK텔레콤 T1이었다. IEM 월드 챔피언십 우승, 롤챔스 스프링 우승,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우승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강한 팀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락스 타이거즈는 SK텔레콤의 그늘에 가려 있었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인정하는 세계 2위 팀이었다. SK텔레콤과 두 번의 롤챔스 결승전을 치렀고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락스에게는 1년 주기설이 있었다. 2015년과 똑같은 패턴을 걷는다는 2016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는데 스프링까지는 정확하게 일치했다. 서머 시즌 초반에도 1년 주기설은 이어졌다. SK텔레콤이 5전 전승을 달리면서 1위로 치고 나갔을 때 락스는 3승2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스프링보다 떨어지는 성적을 거둔다는 락스의 패턴은 계속되는 듯했다.

하지만 락스는 3승2패 이후 연승을 달리면서 1라운드를 7승2패, 전체 1위로 마쳤다. SK텔레콤이 중하위권팀들에게 연달아 덜미를 잡힌 덕분이었다. 2라운드 초반 SK텔레콤을 다시 만난 락스는 패했고 기세가 떨어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서머 시즌 잔여 경기에서 패배는 그 뿐이었다. kt, 삼성, 진에어 등 상위권으로 분류된 팀들에게 압승을 거둔 락스는 15승3패로 정규 시즌 1위를 확정지었다.

롤챔스 결승전을 치르기 전 락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롤드컵 진출을 확정지은 것.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 롤드컵에 나갈 기회를 손에 넣은 락스는 결승 상대가 누가 될지 지켜보고 있었고 kt 롤스터가 숙적인 SK텔레콤 T1을 패패승승승으로 잡아내는 쾌거를 올린 덕에 마음의 부담도 덜어냈다.

20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결승전에서 락스는 숙원을 풀었다. kt와 한 세트씩 주고 받는 명승부를 펼친 락스는 3대2로 승리하면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5년 팀을 창단한 이후 2년 동안 세 번의 준우승에 머무르면서 '콩라인'이라 불렸던 한을 풀어냈다.

락스가 서머 시즌에 우승을 차지한 요인을 분석해보면 주전 5명 모두 능력치가 균등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락스는 5개 포지션에 속한 선수들의 능력이 100점 만점의 80점 이상이다. 한국 최고라고 평가할 만한 레벨에 오른 선수들이 존재하면서도 '구멍'이라 불리는 약점을 찾을 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드 라이너 '쿠로' 이서행이 '페이커' 이상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았지만 '크라이' 해성민으로 적절하게 메우면서 보완해냈다.

이서행은 아지르와 블라디미르라는 챔피언에 대해 약점을 갖고 있다고 분석됐다. 서머 시즌 초반에 아지르가 대세로 떠오르자 락스는 해성민을 투입시키면서 이서행이 변신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중반부터 블라디미르가 핵심 챔피언이라 평가됐을 때에도 해성민으로 메우면서 이서행이 블라디미르에게 카운터 펀치를 칠 수 있는 연구 시간을 줬다. 이서행은 원래 잘했던 빅토르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카르마와 말자하 등의 챔피언을 익히면서 약점을 보강했다.

두 시즌 연속 정규 시즌 MVP를 수상하면서 기량을 인정받은 톱 라이너 '스멥' 송경호와 2016년 스프링부터 락스에 합류했지만 특유의 친화력과 톡톡 튀는 개성, 패기로 무장한 정글러 '피넛' 한왕호, '진종인'이라 불리면서 진으로 플레이했을 때 9승1패의 높은 승률을 보여준 '프레이' 김종인, 진흙탕에 발을 담그더라도 군소리 없이 동료들을 독려하는 '고릴라' 강범현이 안정감을 주고 있는 가운데 미드 라이너에게 적용했던 더블 스쿼드가 최고의 효율을 보인 락스는 우승이라는 퍼즐을 맞추면서 서머 시즌을 최고의 시즌으로 만들어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