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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스타2 '여제' 김가영이 말하는 여성 게이머의 삶 (3편)

[기획] 스타2 '여제' 김가영이 말하는 여성 게이머의 삶 (3편)
게임을 할 때 여성임을 밝히지 않는다. 성별을 공개하면 누군가는 갑작스럽게 친밀감을 표하고, 또 다른 이들은 실력에 대한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과격한 농담과 편견은 쉽사리 적응되지 않았다.

이런 경험이 프로 게이머에겐 어떻게 와닿았을지 궁금해졌다. 항상 대중과 미디어의 관심을 받는 여성 프로게이머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하고 말이다. 백번 고민해봐야 한 번 듣느니만 못할 것 같아서 직접 찾아 나섰다.

스타크래프트2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김가영을 만났다. '여제'라는 이름이 붙은 김가영은 스타리그 여성부에서 매번 우승을 차지할 정도의 실력자였다. 그러나 김가영도 여성리그의 개최가 미뤄지고 불확실해지자 휴식을 선택했다. 여성 프로게이머는 좀처럼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가 어렵다.

김가영과의 대화는 뜻깊었다. 여성 프로 게이머가 느끼는 환경적인 제약이나 편견을 들을 수 있었고, 더 나아가 김가영과 여성 프로게이머의 미래에 대해 고민도 주고 받았다. 김가영이 여성 프로게이머로서 겪었던 세계를 들어보자.
[기획] 스타2 '여제' 김가영이 말하는 여성 게이머의 삶 (3편)

Q 2015 IeSF 이후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A IeSF가 마지막 공식 대회였어요. 매년 한 두번씩 열리는 WSL(Woman Starcraft2 League)을 준비하곤 했는데 올해는 개최가 불분명하더라고요. 휴식기를 가졌습니다.

Q 서지수가 은퇴한 후 새로운 여성 프로게이머로 떠올랐다. 당시 여성 게이머의 위상은 어땠나.
A 스타크래프트1은 잘 몰랐어도 서지수 선수는 알고 있었어요. 이종미 선수도 그렇고요. 그 정도로 인기가 많았죠. 그런데 스타2로 넘어오면서부턴 게임 자체의 인기도 줄었고, 대표로 꼽을만한 여성 선수가 없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인기가 떨어졌죠.

Q 여성리그 뿐만이 아니라 일반부에도 많이 도전했다. 그런데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A 처음에는 잘 하는 선수들과 경기를 하면 얻는 게 많을 것 같아서 도전했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자신감도 하락하고, '이 실력으로 나가서 뭘 하겠냐'란 회의감이 많이 들더라고요. 지금에 와선 당시에 더 부딪혀보는 게 좋았을 것 같아요.

IeSF에 출전한 '아프로디테' 김가영.
IeSF에 출전한 '아프로디테' 김가영.

Q '여성 게이머들은 남성 게이머에 비해 실력이 떨어진다'란 편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A 아닌 것 같아요. 스타2에서 저보다 등급이 낮은 남성분들이 많으시잖아요. 프로 레벨은 몰라도 굳이 여자가 못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종종 저한테 '여자치고 잘 한다'라는 말을 하시는 분이 계세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자존심이 상해요. 그 말에 자극을 받고 더 열심히 했죠.

Q 프로 레벨은 다른 것 같다고 했는데.
A 사실 '넘사벽'을 느끼긴 했어요. 순간적인 반응 속도나 대처 능력에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제가 스타2 마스터 등급까지는 쉽게 올려서 실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프로 레벨에서는 하루에 10시간 씩 연습해도 좀처럼 이기기 힘들더라고요. 물론 남성 선수들만큼 여성 선수가 늘어나면 비슷한 실력자들이 많이 나올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환경적인 문제도 있어서 동등한 실력을 갖추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Q 환경의 문제라면 어떤 부분인가.
A 가장 큰 게 합숙이죠. MVP에 입단했을 때도 합숙을 못 했어요. 숙소 근처로 이사오는 정도였죠. 숙소에 가서 연습을 하는 게 방해가 될 것 같았어요. 남성 선수들은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연습하고, 전략을 공유하는데 아무래도 그 부분이 안 됐죠. 여성 선수들의 숫자가 부족하다보니 여성팀을 꾸릴 환경도 안 됐고요.

Q 타인의 계정으로 플레이하는 '대리'도 여성 게이머를 따라 다니는 편견이다.
A 저도 '대리가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개인 방송을 해도 '김가영은 대리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열심히 해서 실력으로 보여줘야겠단 생각을 많이 했어요. 속상하죠. 대신 여성 게이머 스스로도 고칠 부분은 고쳐야 해요. 혼자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으니 대리에 기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기획] 스타2 '여제' 김가영이 말하는 여성 게이머의 삶 (3편)

Q 팬들과의 교류는 어땠나.
A 여성 선수들이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줄 때도 있고, 인식도 안 좋은 편인데 저는 팬분들이 인정해주시는 편이었어요. 운 좋게 MSI에서 여성 리그도 열어주고 스폰서도 해주셨죠. 대부분 여성 선수들은 프로게이머를 본업으로 둔 게 아니라 팬들과 교류가 많지 않았고요.

Q 옷차림이나 화장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은데.
A 처음에 대회할 때는 신경 안 쓰고 편하게 했는데 나중엔 대회 측에서 메이크업을 해주시더라고요. 너무 과하면 '게이머가 저러고 다니냐'는 얘기를 들었죠. 치마를 입기도 난감했고요. 스타2를 하면서 예능이나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쟤는 방송 나오고 싶어서 프로게이머 한다'는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여성 선수들이 받는 편견이 확실히 있어요.

Q 외모만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부담되진 않았나.
A 부담됐죠. 방송에 비춰질 때도 외모에 신경써야 하고요. 사실 이해는 돼요. 실력에 집중하기엔 남성 선수들보다 떨어지니까요. 그래서 외모쪽을 더 봐주신 것 같아요. 다만 실력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어요.
[기획] 스타2 '여제' 김가영이 말하는 여성 게이머의 삶 (3편)

Q 여성리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긍정적이죠.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환경이 좋아져야 이용자도 늘어나고 여성 선수도 성장할 것 같아요. 여성 리그도 여성 리그만의 매력이 있고 얻을 수 있는 점이 있어요. 좋게 봐주셨으면 해요.

Q 프로게이머를 지향하는 여성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A 전 처음에 잘 하는 선수들의 경기를 많이 봤어요. 게임은 피지컬도 중요하지만 이해도가 더 중요하거든요. 많이 보고, 많이 하면 실력은 따라올 거예요. 여자라고 못할 건 없어요. 계속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A 여성 게이머에 대한 편견이 없어지고, 여성 게이머들이 생길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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