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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패자들의 반란을 기다리며

[기자석] 패자들의 반란을 기다리며
그런 선수들이 있다. 경기에 나와도 결코 이길 것 같지 않은 선수들. 이기는 것이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 선수들. 패배에 너무 찌든 나머지 응원하는 팬들도 별 기대를 하지 않는 선수가.

그런 선수들이라고 해서 지는 것을 좋아하진 않을 것이다. 누구보다 승리가 간절할 테고, 연습량도 잘 나가는 선수들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재능의 차이'라고 위로하기엔 연습 시에 보여준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도전을 포기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연습실에서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실전에서 지는 게 더 큰 문제로 다가온다. 경기에 나설 기회를 준 코칭스태프까지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이다.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선수들은 팬들의 비난에 시달리게 되고, 이 때문에 최근 팀에서는 선수들에게 심리치료를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생각되면 비장함보다는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선수 본인이 가졌던 명성에 비해 다소 부진했던 스타크래프트2의 A선수는 지난해 프로리그 인터뷰에서 "부담감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마음을 비우고 경기하겠다"고 말했고, 이후 실제로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에서 모두 향상된 실력과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A선수 외에도 최근 취재를 하면서 마음을 비우겠다고 공언하고 나서 잘 풀린 케이스를 여럿 봐왔다.

연습생과 후보를 거쳐 실제 경기에 나설 정도의 프로게이머가 됐다면 자신의 재능에 대한 의심은 하지 않아도 된다. 부담감은 버리고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면 "어떤 수를 써도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마음에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이는 계속된 패배의 길로 이어진다. 어차피 또 질 것이라면 "잃을 것이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패배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패배하고 비난받는 선수가 있는가하면, 패배하고도 "잘 싸웠다"면서 되레 칭찬을 받는 선수나 팀도 있다. 둘의 차이는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만약 이전에는 보여주지 못했던 새롭고 과감한 시도로, 비록 지더라도 가능성을 보여줘 팬들의 칭찬을 받는다면 선수 본인도 자신감이 늘어날 것이고, 다음 경기에선 그토록 갈구했던 승리를 맛볼 수도 있다. 여태껏 많은 선수들이 그래왔고, 하위권의 선수나 팀들이 자주 보여주던 패턴이기도 하다.

경기에서 지면 화가 나야지, 두려워해선 안 된다. 화가 나지 않으면 그 땐 승부의 세계에서 떠나야하지만, 두려워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

최근 경기장에서 본 몇몇 선수들은 눈에서 열정을 찾을 수가 없었다. 모두 승리를 맛본지 오래된 선수들이었다. 그 선수들도 잘 나가던 때가 있었다. 모두 닳아버린 과거의 영광은 더 이상 찾지 말고, 미래의 승리를 찾을 때다. 두려움을 떨쳐낸 그들의 반란을, 승리 소식을 기다려본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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