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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 격투 게임의 성지 '아케이드 스트림'

[창간 기획] 격투 게임의 성지 '아케이드 스트림'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오래된 주상복합 건물의 지하 1층. 입구를 얼핏 보면 허름한 주점으로 보이지만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전자 다트 기기 2대와 곳곳에 놓인 플레이스테이션, 그리고 오락실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기기가 눈길을 끈다.

이 가게의 이름은 '아케이드 스트림'. 입구의 간판에는 다트 스트림이라 적혀있지만, 국내에서 매니아층을 이루고 있는 대전격투 게이머들 사이에선 아케이드 스트림이란 이름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곳이다.

아케이드 스트림을 방문한 6월의 어느 금요일 저녁. 오후 8시가 넘어가자 외국인들이 하나둘씩 가게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들은 자연스럽게 스트리트 파이터5를 즐겼다. 한눈에 봐도 단골임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의 사장은 자신을 '드레이크 팽(Drake Fang)'이라 소개했다. 저녁에 가게를 열기 전에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지내고 있기 때문에 실명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난 2014년 4월에 아케이드 스트림의 문을 연 뒤 26개월째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그는 미국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격투 게임 행사를 몸소 체험했고, 대회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것에 재미가 들려 직접 대회를 주최하기 시작했다고.

"처음에는 신촌에서 kt의 후원을 받아 '파이니스트 파이터스'라는 대회를 몇 번 열었어요. 이전의 국내 대회는 딱히 규정화된 것이 없었고, 오락실 위주로 돌아갔죠. 참가자들이 천 원, 2천 원씩 참가비를 걷어 대회를 여는 수준이었어요. 제가 들어오면서 참가비를 만 원 수준으로 올렸죠. 잘하는 사람과 게임을 하고 싶으면 대가를 치르고,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주입시켰어요. 좀 더 긴장감 있는 대회를 치르고 싶었거든요."

[창간 기획] 격투 게임의 성지 '아케이드 스트림'

그렇게 1년 6개월 정도 대관을 하면서 대회를 진행하다 지인과 함께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격투 게임 카페인 '카페 이드'를 차렸다. 2년 가까이 카페를 운영하다 사정이 생겨 동업인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손을 뗐던 그는 개인 일을 하다 본격적으로 격투 게임판에 뛰어들어보잔 생각으로 아케이드 스트림의 문을 열었다.

현재 카페 이드는 사라졌고, 아케이드 스트림은 서울에서 오락실이 아닌 곳 중 격투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유이한 장소다. 다른 한곳은 남부터미널 인근의 '콩터'라는 곳인데, 이곳은 '플스방' 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콩터 또한 드레이크 팽 씨의 지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가게 인테리어와 요금 체계, 방송 세팅 등 가게 운영의 전반적인 것들을 드레이크 팽 씨가 직접 도와줬다고 한다.

아케이드 스트림은 처음 6개월은 유료 입장으로 운영했다. 입장료 1만 원에 맥주 한 잔을 주는 식이었다. 그러다 입장료를 없앴는데 수익엔 별반 차이가 없었다고.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보니 간혹 적자가 나는 달도 있는데, 그럴 땐 직장생활을 통해 번 월급이 나가기도 한단다. 진정 격투 게임을 향한 애정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오픈 2년차인데, 계속 즐기니까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 스스로가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게임을 즐기고 노는 것을 좋아해서 하는 거죠. 제가 퇴근하고 오면 그 때가 가게 문을 여는 시간이고, 피곤할 때 닫죠."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 최고의 격투 게임 대회 EVO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이라 했다. EVO는 매년 여름 미국 네바다주 라스 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대규모 격투 게임 대회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고 있다. 다른 대회처럼 월드 투어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EVO를 국내에서 연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같은 일이다. 드레이크 팽 씨 스스로도 한국에서 이루기 힘든 목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격투 게임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로 위안을 삼고 있다고.

[창간 기획] 격투 게임의 성지 '아케이드 스트림'

아케이드 스트림에선 크고 작은 대회가 수시로 열린다. 주말이면 외국인들이 모여 자체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해 위클리 토너먼트를 개최한다. 공식적으로는 2014-15 캡콤 프로 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일본과 미국 현지의 선수들이 대회 출전을 위해 아케이드 스트림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최근 스포티비 게임즈에서 개최했던 스트리트 파이터5 대회 '스파5 크래쉬'가 끝나면 토팡가를 비롯한 해외 팀 선수들이 모두 아케이드 스트림을 찾아 뒤풀이를 즐겼다고. 그 정도로 해외 격투 게임 선수들에겐 아케이드 스트림이 필수 방문 코스다.

"주말에는 외국 손님들이 오산, 군산 등지에서 몇 시간을 걸려서 기차를 타고 찾아와요. 술과 게임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으니 남자들의 로망인 곳이죠. 외국 친구들은 그런 것을 잘 알고 있는데, 국내에선 이런 게 얼마나 고맙고 좋은 기회인지 잘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북미나 일본에 비해 PC-온라인 게임이 발달하고 콘솔로 즐기는 격투 게임 유저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 많던 오락실이 사라진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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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한데 모여 콘솔 게임을 즐길만한 장소가 없어서인지, 국내에서 유저가 얼마 없는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시리즈를 즐기는 사람들도 이곳을 찾는다고.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는 마리오, 커비, 피카츄 등 닌텐도 게임들의 주인공들이 한데 모여 대전을 벌이는 게임으로 북미에서는 프로게이머가 등장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특히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를 위해 모인 20여명의 고등학생들이 가끔 아케이드 스트림을 방문다고 한다. 술집에 웬 고등학생 단체 출입인가 싶었다.

"국내에는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씬이 전혀 없어요. 고등학생 친구들이 한국에선 함께 게임을 즐길 자리가 없으니 가끔 모이는데, 사전에 연락을 받으면 그날은 장사를 안 하고 그 친구들에게 무료로 장소를 빌려줍니다. 당연히 술은 안 팔죠. 그럼 그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1만 원씩 모아서 대회를 여는데, 우승자는 '세이브 더 칠드런' 등 자선 단체에 후원을 해요. 뜻 깊은 친구들이죠. 그 친구들이 하는 것처럼 저도 소박하게 몇 십 명씩 모여서 자선 토너먼트를 하고 싶어요. 제 나름의 후원 방식인 거죠."

[창간 기획] 격투 게임의 성지 '아케이드 스트림'

아케이드 스트림에서는 트위치TV를 통해 인터넷 방송도 진행한다. 드레이크 팽 씨는 트위치TV가 국내에 정착하기보다 훨씬 이전의, 전신인 저스틴TV 시절부터 인터넷 방송을 진행해왔다. 방송을 통해 수익을 내려는 목적보다는 격투 게임 고수들의 플레이를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진정 격투 게임의 부흥을 위한 곳이었다.

"격투 게임을 좋아한다면 아케이드 스트림에서 같이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5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네요."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그곳에는 한국 격투 게이머들의 희망이자 성지 '아케이드 스트림'이 있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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