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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 e스포츠 선수들의 부상, 간과할 수 없다

MVP 김동원(왼쪽)과 kt 롤스터의 주성욱(오른쪽)이 손목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MVP 김동원(왼쪽)과 kt 롤스터의 주성욱(오른쪽)이 손목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야구 경기를 보면 종종 가슴이 철렁해진다. 강한 타구가 나왔을 때나 홈에서 벌어지는 포수와 주자의 치령한 공방전을 볼 때면 부상에 대한 걱정이 먼저 든다. 특정한 순간이 아니더라도 투수들은 항상 팔꿈치 부상 위험에 시달리고, 타자들도 무릎과 허리 등 신체를 단련해야 한다.

반면 e스포츠를 관람하며 선수들의 부상 걱정을 해본 적은 많지 않았다. 막연히 눈의 피로나 손목의 통증을 예감할 뿐이었다. 아차했던 순간은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취재를 갔을 때였다. 선수들이 아대를 차고 손목을 휙휙 돌리고 있을 때 그 피로감이 전해졌다.

e스포츠 선수들의 부상을 지나치게 간과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프로게이머는 하루 평균 10 시간 이상을 연습에 매진한다고 한다. 긴 시간을 한 자세로 눈과 허리, 손목을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을리 만무했다.

최고의 경기를 선보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선수들. 그들에게 부상의 위험은 어느 정도일까. 부상 경험이 있는 은퇴 선수들과 전문의의 의견을 빌려 심각성을 짚어봤다.

◆박용욱 해설·최연성 감독 "2008년 손목 부상, 아직까지도 통증"
스타크래프트의 '최종병기' 이영호의 부상과 수술 소식이 전해졌을 때 e스포츠계는 술렁였다. 2011년 3월부터 손목 통증을 호소했던 이영호의 병명은 요골 신경 포착 증후군. 병원치료와 재활훈련에 나섰던 이영호는 같은 해 11월 수술을 결정했다.

이영호 뿐일까. 진에어 그린윙스의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 조성주 또한 어깨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kt 롤스터의 리그 오브 레전드팀 프로게이머 '썸데이' 김찬호도 올해 손목 부상에 시달렸고, 최근 락스 타이거즈의 '고릴라' 강범현도 손목 터널 증후군을 호소했다.

SK텔레콤 T1에서 선수로 활동했을 때 부상을 경험한 박용욱 해설 위원.
SK텔레콤 T1에서 선수로 활동했을 때 부상을 경험한 박용욱 해설 위원.

프로게이머가 겪는 부상의 대부분은 손목이다. 현재 해설자로 활동중인 박용욱 해설위원과 SK텔레콤 T1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최연성 감독 또한 2008년 손목 부상에 시달렸다. 답은 "쉬는 것".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치르는 프로게이머에게 휴식은 섣불리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어깨가 안 좋았던 박용욱 해설위원은 프로게이머 활동을 시작한 후 증상이 악화됐다. 밥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연습에 매진했다는 박용욱은 "손목의 연골이 닳았고 터널 증후군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치료는 받았으나 사실상 완치는 불가능했다. 박용욱 해설위원은 "한 번 닳았던 것은 회복이 되지 않는다"며 "휴식을 취하면 나아졌다가 다시 쓰면 통증이 온다"고 말했다. 일상 생활에 지장은 없지만 아직까지도 종종 욱씬거리는 느낌을 받는다. 박 해설위원은 게임단 차원에서 선수들의 관리에 직접 나서야 하며 연습 전후 스트레칭, 꾸준한 근육 강화 훈련 등 지속적인 관리를 해법으로 내놨다.

SK텔레콤 최연성 감독도 부상으로 인해 선수 생활을 포기한 케이스다.
SK텔레콤 최연성 감독도 부상으로 인해 선수 생활을 포기한 케이스다.

최연성 감독 또한 팔목과 어깨 부상을 겪었다. 유명하다는 정형외과를 다녔음에도 차도가 없었다. 최 감독은 "프로게이머는 다른 사람보다 손목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모세 혈관이 붓는다"며 "결국에는 안 쓰는 것이 답이지만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대부분의 선수들이 참아내면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등 사이 사이가 찌르는 듯한 통증을 겪었다는 최연성 감독은 "팔꿈치와 겨드랑이 등 접히는 부분에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부상이 생긴다"며 부황의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치료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선수 시절 겪는 부상은 당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특히 방치하고 묵혀둘수록 통증의 기간도 길어진다. 아직까지 통증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박용욱 해설위원과 최연성 감독의 사례를 보면 선수 시절의 관리가 더없이 중요한 이유다.

◆전문의 "거북목, 척추 측만증, 손목 터널 증후군 등 나타나"
[창간 기획] e스포츠 선수들의 부상, 간과할 수 없다

프로 선수들의 물리치료 및 재활 치료를 돕고 있는 박혜연 씨도 어깨와 허리, 손목 부상을 경고했다. 박혜연 씨는 "둥근 어깨 현상과 더불어 낮은 위치에 놓인 모니터를 장기간 쳐다보게 되면 어깨의 인대가 늘어나 통증이 생기는 거북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허리에선 척추 측만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장기간 마우스를 많이 사용하는만큼 손목을 반복해서 움직이고, 굴곡 상태로 유지하는 탓에 손목 터널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손목의 과다한 사용과 무리한 연습으로 인해 찾아오는 손목 터널 증후군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오래 방치했을 경우 감각 및 운동기능의 저하가 올 수 있고 손가락을 굽히는 데 무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전문의 또한 손목 터널 증후군이 걸리면 "쉬는 수밖에 없다"며 예방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신경을 마비시키는 주사도 있으나 주기적으로 맞아야 하고 효과가 미약하다는 설명이다.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꾸준한 스트레칭이다.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도 좋은 예방책이다. 박혜연씨는 "컴퓨터를 장시간 이용할 때는 수동 손목 운동을 해주면 좋다"고 말한다. 손을 가볍게 쥐고 펴고 좌우로 돌려주는 것만으로도 손목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다고.

프로게이머의 부상은 경기력 뿐만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도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선수들은 경쟁과 부담감에 치여 스스로 부상을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게임단에선 선수들의 신체 보호를 위해 꾸준히 스트레칭 및 신체 단련을 시키고 있으나 경각심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각계에서 조금 더 선수들의 부상에 대해 인지하고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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