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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세리머니의 효과

[기자석] 세리머니의 효과
지난 4월 25일,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6 2라운드 4주차 경기에서 SK텔레콤 T1과 진에어 그린윙스가 맞붙었다. 4전 전승을 달리던 두 팀이 맞붙어 2라운드 1위를 가리는 중요한 경기였다.

1대1로 동점인 가운데 벌어진 3세트에서 진에어는 이병렬을, SK텔레콤은 어윤수를 출전시켜 저그 대 저그 동족전이 펼쳐졌다. 이병렬은 저글링을 돌리며 어윤수의 멀티를 파괴해 앞서나갔고, 바퀴와 맹독충 힘싸움에서 어윤수를 압도하며 승기를 잡았다.

이병렬의 병력이 상대 기지로 밀고 들어가는 순간 이병렬은 고개를 살짝 돌려 자신을 비추던 카메라를 쳐다봤고 이후에도 두 차례나 더 카메라를 응시했다. 입가엔 옅은 미소가 번졌다. 무엇을 얘기하려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병렬의 눈빛은 자신의 별명이 왜 '섹시가이'인지 증명하려는 듯했다.

이병렬의 카메라 응시 세리머니가 인터넷에서도 화제가 됐지만, 당시 현장의 분위기는 더욱 뜨거웠다. 넥슨 아레나의 대형 스크린으로 이병렬의 표정이 자세하게 표현됐기 때문이다.

이병렬의 승리와 세리머니로 힘을 얻은 진에어는 4세트에 나선 조성호까지 승리하면서 SK텔레콤을 꺾었고, 1위를 확정지으면서 2라운드 포스트시즌 결승 직행에 성공했다.





당시 경기를 중계하던 유대현 해설은 이병렬을 두고 "좋은 의미로 미친 선수다. e스포츠 역사상 이런 선수는 없었다. 유니크한 새로운 캐릭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채민준 캐스터도 "시청자와 소통하는 게이머"라며 추켜세웠다. 국내 중계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중계진까지 이병렬의 매력에 푹 빠졌고, 해외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지금까지 e스포츠에는 많은 세리머니가 있었다. 하지만 몸은 전혀 쓰지 않은 채 오로지 눈짓 하나로만 모두를 경악시킨 세리머니는 이병렬이 최초였다.

스타크래프트2 종목뿐만 아니라 많은 e스포츠 경기에서 어느 순간부터 프로게이머들의 세리머니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축구에선 승리가 아니라 골만 넣어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세리머니인데, 이상하게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선 세리머니를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세리머니는 상대 선수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일부 팬들의 발상에서 오는 부담감이 주된 이유겠지만, 세리머니만큼 가치 있는 팬서비스가 또 있을까. 선수의 세리머니는 경기 외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재미 요소다. 게임은 잘 몰라도 이런 재미를 느끼기 위해 경기를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병렬의 세리머니는 현장을 찾은 팬들과 생중계를 지켜본 팬들에게 큰 웃음을 안겼고, 자칫 식상해질 수 있는 진에어와 SK텔레콤의 대결 구도에서 새로운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냈다.

이병렬의 세리머니가 남다른 의미를 가진 또 다른 이유는 2라운드 5주차 경기 나흘 전에 정우용의 승부조작 소식이 전해지면서 스타2 e스포츠가 다시 한 번 충격파를 맞았기 때문이다. 자칫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프로리그가 진행될 수 있었고, 바로 앞 경기에서 CJ 엔투스가 출전했기 때문에 분위는 이전과 같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병렬의 눈빛 한방에 얼어붙은 분위기가 순식간에 녹아내렸고, 25일 경기가 끝난 뒤 관련 커뮤니티들은 이병렬의 세리머니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어떤 의도로 그런 세리머니를 했는지 이병렬 본인밖에 알 수 없지만 가라앉았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데는 대성공이었다.

이처럼 선수들의 세리머니는 재미를 떠나 그 리그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새로운 팬을 유입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병렬의 '미친 세리머니'가 칭찬받는 이유다. 스타2 리그의 새로운 부흥을 위해 선수들 각자의 고유한 세리머니를 고민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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