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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게임이 아니라 경기입니다

29일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16 서머 승강전(사진=나이스게임TV 방송 캡처).
29일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16 서머 승강전(사진=나이스게임TV 방송 캡처).
29일 펼쳐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서머 2016 승강전에서 스베누 소닉붐과 ESC 에버가 치열한 맞대결을 펼쳤다. 스베누 소닉붐은 0대2로 뒤지던 3세트에서 톱 라인을 집중 공략하는 작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스베누의 톱 라이너 '소울' 서현석이 17분 동안 3어시스트를 기록했고, 4레벨 가량 앞서가며 성장 격차를 벌렸다. 한 세트를 따라붙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서였을까. 서현석은 챔피언의 웃는 모션이 나오는 Ctrl+4를 눌렀다. 챔피언의 웃는 모션을 부르는 동작키인데 에버의 진영에서 서현석의 라이즈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웃는 모습은 심심찮게 나왔다.

30일엔 하스스톤 서울컵 월드 인비테이셔널 8강에서 '서렌더' 김정수와 'Thijs' 타이스 몰렌디크가 맞붙었다. 2대2 세트 스코어 타이를 기록하던 5세트. 성기사를 선택한 김정수는 전장에 하수인 3명을 뒀고 타이스의 생명력을 1까지 깎아 승기를 잡았다. 몰렌디크의 얼음창에 하수인이 모두 얼었지만 손패에 무엇이든가능하다옳과 신성화를 들고 있던 김정수는 언제든지 게임을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김정수는 금단의 치유술로 자신의 체력을 회복하며 시간을 끌었다. 결국 경기는 두 턴이 더 지나서야 끝이 났다.

스베누의 서현석과 김정수는 모두 상대 선수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서현석은 웃음 모션으로 여유를 부리다 끝내 패배했고, 김정수는 패자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 흔히 '인성질'로 일축되는 이런 행위는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들이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다. 웃음 모션은 엄연히 게임에 존재하는 시스템이고 하스스톤 또한 경기를 마무리하는 판단은 선수의 몫이다.

우리라고 안 해봤겠는가. 유리한 상황에서 내 실력과 우위를 뽐내고 싶은 마음은 종종 상대에 대한 도발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편한 기분을 감출 순 없다. 이들이 한 것은 단순한 솔로 랭크가 아니고, 친선전도 아닌 대회이자 경기였기 때문이다. 많은 관중들과 시청자가 지켜보는 앞에서 페어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의 치열한 대전이었다.

같은 종목에서 같은 목표를 공유하는 사람은 꼭 제압해야 하는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평생을 같이 할 수도 있는 동료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당연하다. 장난이었을 수도 있고, 경기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만족보다 패자에 대한 존중이 보였을 때 그 승리는 더욱 빛나고 예쁘다.

2006년 10월 스카이 프로리그 후기리그 KTF 매직엔스와의 경기에 출전한 이승훈이 공개 채팅으로 욕설을 입력해 벌금과 출전 징계를 받은 적 있다. 2013년 11월 롤챔스 윈터에서는 다크가 한글 정렬순으로 챔피언을 금지한 데 이어 대부분의 챔피언이 강타를 들고 나왔고 이후에도 무성의한 경기를 이어가갔다. 역대 롤챔스 최단 기간 경기였던 다크의 경기는 최악의 경기로 꼽힌다.

서현석과 김정수의 플레이도 이들처럼 별도의 처벌이 필요한 문제일까. 그건 아니다. 서현석과 김정수는 무성의하게 경기에 임했던 것도 아니며 채팅으로 욕설이나 비난을 가한 것도 아니다. 제재를 가하기엔 논리적인 설득이 부족하다.

하지만 선수 또는 팀 차원에서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이 있고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무대가 있고 공식 경기라는 시간을 공유하는 상대방이 있다면 그 사람은 프로다. 단순한 게임 이용자가 아닌 프로게이머라면 좀 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 대회와 경기를 풍요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

멋진 시합을 완성해 준 경쟁자이자 동료에게 정성스런 박수를 보내는 일은 언제든 필요하다. 승리를 직관하고 상대에게 보여주려 했던 자신의 행동이 언젠가는 자신에게 그대로 돌아온다. 동업자 정신이라는 멀게만 느껴졌던 단어는 프로게이머라면 가져야 할 기본 소양이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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