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선수들의 전체 몸값을 합해도 유명 클럽 선수 한 명의 몸값보다 낮은 이 클럽의 이번 시즌 우승 확률은 0.02%에 불과했다. 고작 두 시즌 전에 2부에서 1부로 승격한데다가 지난 시즌에는 강등을 피하는 것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레스터 시티가 또 다시 강등권에 머무를 것이라 예상했지만 시즌 초부터 연승을 달리며 선두 경쟁을 시작했다. 이 또한 잠깐의 이변으로 치부됐지만 레스터 시티는 강팀들을 연달아 격파하면서 기적 같은 드라마를 썼고, "축구는 돈으로 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증명해냈다.
레스터 시티의 우승을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e스포츠 종목 리그 오브 레전드와 비교한다면 아마추어 팀이 챔피언스 코리아에서 우승을 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선수나 시장 규모를 놓고 보면 프리미어 리그 우승이 훨씬 어렵기 때문에 레스터 시티의 우승은 2부 리그와 하위권 팀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기에 충분하다.
최근 열린 리그 오브 래전드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승격 강등전에서는 ESC 에버와 MVP가 각각 스베누 소닉붐과 콩두 몬스터를 끌어내리고 승격에 성공했다. 특히 에버의 경우 단 1년 사이에 아마추어 클랜들이 참여하는 3부 리그격인 클랜 배틀부터 시작해 2부 리그인 챌린저스 코리아를 거쳐 1부 리그인 롤챔스에 입성했기 때문에 차기 시즌 활약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레스터 시티가 일으켰던 이변을 에버가 재현하길 원하는 팬이 적지 않다.
에버 뿐만이 아니다. 레스터 시티는 지난 20년 간 승격과 강등을 계속해서 반복해왔고, 07~08시즌에는 3부 리그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때문에 하위권에서 싸우고 있는 팀들이나 이미 강등된 스베누와 콩두에게도 포기하지 않으면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다.
롤챔스 차기 시즌 개막이 머지않은 가운데 팬들은 하위권 팀들이 전력을 다해 승점을 따낼 수 있기를, e스포츠에서도 레스터 시티와 같은 기적을 볼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