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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의 카트 리포팅] 프로게이머를 꿈 꾸는 소년들에게

[정준의 카트 리포팅] 프로게이머를 꿈 꾸는 소년들에게
최근 들어 초, 중,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과의 상담이 잦아졌습니다. e스포츠, 그 중에서도 리그와 선수들에게 가까운 위치에 있는 방송국에서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아이의 현 상황과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아진 것이겠지요. 또 10년 이상 10대들에게 사랑 받아온 던전앤파이터, 카트라이더 리그의 해설위원인 덕분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리그와 방송에 대한 이야기에서 조금 벗어나, 같은 고민과 상황에 처해 있을 게이머들과 부모님들께 조금 더 본질적인 이야기를 드리고자 합니다. 저 역시 아직 어리고 경험이 적어 명확한 답을 제시해 드릴 수는 없으나, 이 글이 조금이나마 어린 게이머들과 부모님들께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소년의 이야기
중학교 3학년, aos 게임에서 선수들 못지 않은 실력을 보유하고 있고, 현재 자신의 모든 우선순위와 생활패턴이 게임에 집중되어 있는 소년이 있습니다. 게임을 하느라 불규칙한 식사시간과 운동량, 가족들과의 단절은 물론 학교에도 잦은 결석으로 부모님께 큰 걱정을 끼쳐드리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자신의 꿈은 프로게이머이며, 게임만 할 수 있다면 학업, 친구, 결혼, 수입 모두를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였습니다. 이미 학교에서 유급에 가까운 결석을 했고, 부모님이 혼도 내 보고 어르고 달래기도 했지만 전혀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너진 생활패턴과 부족한 운동량에 마른 비만 체형이 됐고, 교우관계나 학교생활, 인간관계가 모두 무너졌습니다. 집 밖 출입조차도 거의 없는, 사회적으로 단절된 아이가 되어버린 것이죠.

갖은 방법을 다 쓰며 아이를 설득하려 하는 부모님께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엄마아빠는 게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난 이걸로 성공할건데 왜 엄마아빠는 안된다고만 해요?' 혼을 내면 집을 나가 pc방을 전전하고, 어르고 달래도 그때뿐인 악순환이 몇달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처음 이 친구를 만났을 때, 예상보다도 훨씬 더 놀라고 말았습니다. 첫째로 자신의 꿈과 이상에 대해 지나칠 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데 놀랐고, 두번째로 누군가 대화함에 있어서 공감능력이나 대화의 스킬이 전무함에 놀랐습니다.

홀로 방 안에서 게임 내 채팅이나 커뮤니티 게시판만을 통해 추상적인 인간관계를 쌓아 온 결과로 보였습니다. 이 친구는 "돈도, 결혼도, 친구도 필요 없다(부모님이 옆에 없었다면 가족마저도 필요없다고 했겠죠), 그냥 게임하는 게 가장 좋고, 난 프로게이머가 될 것"이라는 내용의 말을 반복했습니다.

◆군인을 꿈꾸는 아이의 이야기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이 소년은 fps를 포함한 모든 밀리터리 게임에 큰 관심과 재능을 보였습니다. 단순히 게임을 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관련된 전쟁의 역사나 실제 존재했던 군사무기의 스펙, 물리학까지 줄줄이 꿰고 있었고, 그 지식의 양과 질은 왠만한 사관학교 학생들보다 뛰어난 수준이었습니다. 경사장갑의 원리와 탄의 관통력, 탄의 궤적까지 그 자리에서 설명할 줄 알았으니까요.

학교 성적도 우수하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고, 태권도 도장에 다니며 운동도 꾸준히 하는 착한 아들이었습니다. 장래에 훌륭한 군인이 되기 위해 어린 나이에도 자기관리에 충실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의 부모님은 다른 부분에서 고민이 있었습니다. 총을 쏘고 칼로 찌르고, 피가 튀는 잔인한 폭력성이 문제였죠. 괴물같은 좀비들은 물론 멀쩡한 사람까지 총으로 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부모님이 목격했으니, 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하루에 게임을 하는 시간은 한시간 남짓, 하지만 관련 영상이나 정보를 인터넷으로 찾아보는 시간까지 합치면 3시간 이상이 된다는 것이 부모님의 설명이었습니다.

◆왜 우리 아이가 이렇게 된 걸까?
두 아이에게 상담해준 내용은 물론 제각각이었습니다. 프로게이머가 꿈인 아이에게는 현실적인 경제적 개념과 무조건 아름답지만은 않은 프로게이머의 생활을 이야기해주었고, 군인이 꿈인 아이에게는 현재 가지고 있는 군사적 지식에 대한 칭찬과 함께 반드시 부모님과 시간에 대한 약속을 해야 한다는 당부를 해 주었습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분들은 이 두 아이의 상황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일반적인 반응이라면 첫 번째 케이스는 아이가 지나쳤다, 두 번째 케이스는 별 문제 아닌데 과잉반응을 한다라고 생각하기 쉽겠네요. 하지만 이 두 아이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달라진 또래문화, 단절된 인간관계
30대 중반인 저에게는 학창시절 놀이터 문화가 있었습니다. 모래장난과 씨름, 축구, 피구 등 친구들과 함께 동네에서 어울려 놀던 추억이 있는 것이죠. 핸드폰이나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당연히 매일 노는 아지트의 개념으로 놀이터가 존재했고, 아버지의 퇴근 시간이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학부모가 된 30대 후반~50대의 어른들은 제가 기억하는 것보다 더 끈끈한 또래 문화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혹은 동네 놀이터와 학교 운동장을 지나친 기억이 있으신지요. 예전과는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과 과외 스케쥴이 꽉 차 있는 아이들은 뛰어 놀 시간과 문화가 없고, 집에 들어와서는 부모와의 대화보다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며 잠시나마 자유를 만끽합니다. 맞벌이하는 부모님은 바빠서 함께 식사할 시간도 부족하고, 그나마 1주일에 한두번 같이 식사를 하더라도 단절된 인간관계에 입으로 하는 대화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핸드폰만 쳐다봅니다. 어떻게 대화해야 할 지도 모르고, 할 말도 없거든요.

앞서 소개한 두 아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성적이나 생활패턴, 성격에 상관 없이 부모와의 정서적 스킨쉽이 부족해 시선과 두 손이 부족하고, 사람과의 대화보다는 키보드와 핸드폰으로 하는 대화에 익숙합니다. 친한 친구가 있느냐는 물음에 3명이나 있다고 답하면서도, 실제로 함께 만나서 운동을 하거나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한달에 1~2번이 고작이라고 말합니다.

야구나 축구처럼 가족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스포츠, 스키나 수영처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레저. 게임과 이스포츠에 대한 접근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족과 친구가 함께 즐길 수 있고, 공통된 관심사를 통해 인간적인 대화가 형성되는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게임이 가장 재밌는 이유는,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것을 아직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부모님들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과 게임에 대한 시선을 가져 주시길 바라면서, 아직 더 많은 경험과 시간이 필요한 어린 게이머들이 더 긍정적인 게임문화를 만들어 주길 바라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준 해설 위원
정리=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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