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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리그 종목 변경은 신중해야

[기자석] 리그 종목 변경은 신중해야
얼마 전 서든어택 챔피언스 리그 2015-16 윈터 시즌이 막을 내렸다. 많은 관중들이 넥슨 아레나를 찾아 열광한 가운데 여성부에서는 김경진과 강은혜 등이 활약한 제닉스 플레임이 우승을 차지했고, 일반부에선 제닉스 스톰이 울산 큐센을 따돌리고 대회 2연패의 대업을 달성했다.

결승전을 뜨겁게 달군 선수들의 플레이도 멋졌지만, 쉬지 않고 목이 터져라 각 팀을 응원하는 관객들의 함성은 서든어택의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 했다.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서든어택은 아직까지 FPS 장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PC방 순위에서도 언제나 세 손가락 안에 들며 PC방의 효자 게임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서든어택 챔피언스 리그 또한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리그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이번 서든어택 챔피언스 리그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넥슨은 서든어택의 후속작인 서든어택2의 출시일을 올 여름으로 잡고 있는데, 넥슨 내부에서는 챔피언스 리그의 종목을 서든어택2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출시와 동시에 e스포츠 리그가 진행되면 흥행에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리그의 종목 변경은 신중해야 한다. 강제로 리그의 종목을 후속작으로 바꿨다가 흥행에 처참히 실패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스페셜포스 프로리그가 그랬다. 서든어택과 함께 큰 인기를 끌던 스페셜포스는 잘 나가던 프로리그 종목을 스페셜포스2로 변경했다.

당시에도 많은 말들이 나왔지만 종목사의 의지가 강력해 팀과 선수들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페셜포스 유저들이 스페셜포스2로 넘어가지 않았고, 게임은 흥행하지 못했다. 결국 스페셜포스2 프로리그는 두 시즌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선수들도 설 자리를 잃었다.

물론 게임성이나 그래픽 등은 스페셜포스2가 스페셜포스보다 훨씬 뛰어나다. 하지만 e스포츠 리그가 활성화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유저풀'이다. e스포츠 리그는 인기가 많은 게임을 바탕으로 자연스레 생겨나야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는데, 억지로 만든 리그는 제 아무리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해도 유저가 없어 오래가지 못한다. 스페셜포스2 프로리그의 실패는 그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 사례다.

서든어택2는 스페셜포스2와는 다르다. 그래픽이 크게 개선됐을 뿐 맵은 기존의 맵들을 그대로 사용해 유저들의 어색함을 없애려 노력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서든어택2 홍보영상을 본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수가 "그래픽이 뛰어난 서든어택2보다 그래픽이 떨어지는 서든어택이 더 좋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이 떨어져야 서든어택의 '맛'이 산다는 것이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지만 서든어택 이후 출시된 최신 게임들이 더 뛰어난 그래픽에도 불구하고 흥행 면에서 고전하거나 줄줄이 서비스를 종료한 것을 보면 서든어택2의 흥행도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픽에 대한 개인적 취향 문제도 있겠지만, 게임을 즐기는데 있어 요구하는 PC의 사양이 높아지는 것도 유저 입장에서나 PC방 업주 입장에서 달갑지는 않다. 많은 사람들이 서든어택을 쉽게 떠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여러 상황들이 얽혀있기 때문에 서든어택 챔피언스 리그의 종목을 다음 시즌에 곧바로 변경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이에 대해 넥슨 내부에서도 의견이 많이 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e스포츠를 게임 콘텐츠의 하나로 여기는 게임사가 있는 반면, 게임 홍보의 수단으로 여기는 게임사도 있다. e스포츠를 대하는 넥슨의 자세가 전자인지 후자인지는 알 수 없지만 후자라 하더라도 수익이 중요한 회사이기 때문에 서든어택2로 넘어가는 것을 비판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무리한 종목 변경으로 후속작과 원작의 유저들이 대거 이탈하고 리그까지 사라지는 선례가 있었기 때문에 시장의 반응을 살피지 않고 곧바로 종목을 변경하는 것은 큰 위험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서든어택 챔피언스 리그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성공한 유일한 FPS 게임 리그다. 때문에 서든어택 리그가 스페셜포스 리그의 전철을 밟는다면 국내 e스포츠 종목 다양화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일이다. 게임 출시 후 최소 6개월 이상은 유저들과 시장의 반응을 살필 필요가 있다. 리그의 종목을 강제로 바꾼 뒤에 유저들을 끌어들이려 하지 말고 유저들을 먼저 끌어들인 뒤 자연스럽게 리그를 확대하는 것이 탄탄한 e스포츠 리그를 만드는 올바른 순서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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