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서 '정글 그 자체'라는 찬사를 받은 '벵기' 배성웅은 정작 결승전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중국 에드워드 게이밍(이하 EDG)을 상대로 팀이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기 때문. 배성웅 자신도 결승전에서 EDG '클리어러브' 밍 카이에게 휘둘리며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배성웅은 이번 롤드컵 조별 본선에서 EDG에 단단히 설욕했다. 1차전에서 렉사이를 골라 대규모 교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배성웅은 EDG와의 2차전서 엘리스로 초반부터 상단을 집중 공략해 게임을 터뜨렸다. 중국 최고 정글러라는 밍 카이가 초라해보일 정도로 배성웅이 정글 싸움에서 압도했다. 배성웅은 한 수 아래인 H2K 게이밍이나 방콕 타이탄즈와의 경기서도 무난하게 활약해 팀의 6연승에 크게 기여했다.
프나틱 상승세의 핵심인 '레인오버' 김의진 역시 이번 롤드컵 조별 본선에서 수준급의 활약을 펼쳤다. 김의진은 한국인 듀오 허승훈의 성장을 충실히 도우며 전형적인 정글-톱 캐리 구도를 여러 차례 이끌어냈다.
KOO 타이거즈 이호진과 KT 롤스터 고동빈 또한 첫 출전한 롤드컵 무대에서 무난하게 정글을 책임지며 팀의 8강 진출에 기여했으나 8강에서 서로 만나 외나무다리 승부를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한국인 정글러들이 활개를 치는 가운데 외국 선수들의 활약은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클라우드 나인 '하이' 하이 람은 1주차 경기서 환상적인 오더에 이은 운영으로 3연승을 따내며 기세를 올렸으나 2주차 경기서 맥없이 무너지며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고 중국 최고 정글러 '클리어러브' 밍 카이의 활약도 미진했다. 밍 카이는 소속 팀인 EDG가 조 2위로 8강에 오른 만큼 향후 컨디션을 회복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사진 제공=라이엇 게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