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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마무리가 아쉬웠던 슈퍼리그

[기자석] 마무리가 아쉬웠던 슈퍼리그
핫식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슈퍼리그가 지난 3일 진행된 결승전을 끝으로 2개월의 대장정을 마쳤다. 결승전에선 DK가 MVP 블랙을 4대2로 꺾고 우승하며 한국 대표로 블리즈컨에 출전하는 영광까지 안았다.

결승전이 열린 일산 킨텍스 10B홀에는 2천명에 달하는 관중이 찾아 열띤 응원을 펼쳤지만 오후 5시에 시작된 결승전이 오프닝 이후 약 80분이나 지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을 찾은 많은 관중들과 온라인 중계를 보던 시청자들은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결승전을 하염없이 기다려야했다.

선수들의 PC에서 게임 진행 시 끊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 주 원인이었고, 많은 인원이 투입됐지만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시간을 벌기 위한 중계진의 멘트는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경기는 오후 6시 30분이 넘어서야 재개됐지만 이미 많은 관중들이 지친 상황이었다. 결승전이 지연되며 이후 방송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오후 9시에 중계가 예정됐던 2015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16강 C조 SK텔레콤 T1과 에드워드 게이밍의 경기가 케이블TV를 통해 방송되지 못한 것.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방송됐지만 TV 앞에서 롤드컵 경기를 기다렸던 많은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취재 결과 선수들은 오후 1시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무대동선 체크와 메이크업 등으로 시간을 보낸 뒤 4시부터 부스 안에 들어가 경기를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튜디오도 아닌 장소에서 진행되는 결승전을 겨우 한 시간 앞두고 선수들의 경기를 준비시킨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선수들의 말에 의하면 PC 끊김 현상은 처음부터 발생했다. 만약 경기 준비를 조금 더 일찍 시작했다면 문제 해결은 더 빨랐을지도 모른다. 또한 PC 설치 후 게임이 문제없이 돌아가는 것에 대한 사전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팀 관계자는 "오후 1시에 도착했는데 4시부터 경기를 준비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1시부터 준비하며 중간 중간 메이크업을 받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순수하게 경기가 진행된 시간은 120분이 넘었다. 3분에서 5분 정도 소요되는 밴픽 시간까지 합치면 약 150분이 소요된 것이다. 히어로즈는 한 세트에 평균 15분에서 20분을 소비하지만 강팀끼리 붙을 경우 종종 25분을 넘기기도 한다. 이날 치러진 6세트 중 절반이 25분 가까이 진행됐다. 가장 오래 치른 경기는 27분 42초가 걸렸다. 만약 모든 세트가 25분씩 소요됐고, 7세트까지 치러졌다면 200분 가까이 소요됐을 것이다. 4시간의 편성 시간 중 3시간 20분이 넘는 시간이다. 오프닝과 시상식, 선수들 인터뷰, 중간 중간 방영되는 광고까지 합치면 아슬아슬한 시간이다. 경기가 제 때 시작했어도 경기가 길어졌다면 롤드컵 중계는 9시에 맞추지 못했을 것이다. 생방송의 경우 최대시간을 예상해 여유 있게 방송을 편성해야 하지만 4시간의 편성은 너무 빡빡했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우승한 선수들의 인터뷰를 끊은 것도 많은 팬들의 원성을 샀다. 슈퍼리그 결승전은 SK텔레콤과 에드워드 게이밍의 롤드컵 경기가 종료된 지 15분이나 지나서 우승팀이 정해졌다. 어차피 중요한 경기를 놓쳤다면 리그에서 우승한 선수들의 인터뷰를 그대로 내보내는 것도 큰 무리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인터뷰는 전파를 타지 못했고, 온라인 플랫폼으로만 방송됐다. 롤드컵 경기는 경기대로 놓치고, 우승팀 인터뷰까지 TV로 방송되지 못했다. 어정쩡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경기가 지연되던 상황에서 OGN 고위관계자가 기자실을 찾아와 했던 발언 또한 무책임했다. 이 관계자는 "양쪽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는데 한 팀은 괜찮다 하고, 한 팀은 못하겠다고 한다. 황당하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마치 경기가 지연되는 원인이 선수에게 있다는 듯한 뉘앙스였다. 가장 큰 책임은 리그 주관사인 OGN에 있지만 이를 망각했거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이었다.

이날 4시부터 입장한 관객들 대부분은 저녁식사도 못하고 주린 배를 움켜쥔 채 경기를 관람해야했다. 경기는 10시 30분이 넘어서 끝났고, 시상식과 인터뷰, 경품추첨 등을 합치면 밤 11시가 넘어서야 겨우 끝이 났다. 개국 15주년을 맞이한 베테랑 방송사답지 않은 허술한 진행이 어려운 발걸음을 한 히어로즈 팬들을 힘들게 한 것이다.

슈퍼리그 결승전은 결승 장소가 발표된 직후부터 관계자들 사이에서 흥행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그도 그럴 것이 리그가 진행되는 동안 용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수는 타 리그에 비해 눈에 띄게 부족했고, 온라인 시청자도 네이버TV와 트위치TV를 합친 수가 평균 1천 명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승전에 2천여 관중이 몰리며 보기 좋게 흥행에 성공했고, 특히 결승전 오프닝 무대연출은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다. 모든 것이 성공적일 것만 같았던 슈퍼리그 결승전은 허술한 준비로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고, 팬들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역대급'으로 불릴만한 오프닝 무대는 경기지연 이슈로 묻히게 돼 안타깝기까지 했다.

OGN의 히어로즈 슈퍼리그는 이제 막 첫 대회를 마쳤다. 게임과 리그의 흥행몰이를 이어가야하는 상황에서 이런 실수가 다시 반복된다면 팬들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좀 더 확실한 준비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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