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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김도우의 히든 카드, 우주관문

[핀포인트] 김도우의 히든 카드, 우주관문
안녕하십니까.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스베누 스타크래프트2 스타리그 시즌2의 결승전은 SK텔레콤 T1 김도우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같은 팀 동료 조중혁과 치른 결승전에서 김도우는 4대1로 승리하면서 모두의 예상을 뒤집었죠.

김도우의 우승을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습니다. 조중혁이 4강전에서 CJ 엔투스 김준호를 제압할 때 보여준 포스가 너무나도 대단했기 때문인데요. 당시 조중혁은 돌멩이 하나만 쥐어줘도 치고 나가는 과감한 공격성을 앞세워 김준호를 4대0으로 완파했죠.

김도우는 이번 결승전에서 조중혁의 공격성이 발휘되기 전에 승리를 거두는 패턴을 들고 나왔습니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공격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자원력이 발판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간파한 김도우는 조중혁의 예상을 뛰어 넘는 초반 전략을 활용하면서 승리했습니다.

김도우의 우승을 이끌어낸 전략의 핵심이었던 3, 4세트를 통해 이틀 전의 영광을 다시 한 번 느껴보시지요.




◇김도우와 조중혁의 스베누 스타2 스타리그 결승전 하이라이트.(영상=네이버 tvcast)

◆대단했던 조중혁의 운영의 힘
김도우는 2세트에서 조중혁과 힘싸움을 펼쳤습니다. 1세트에서 조중혁의 해병과 땅거미지뢰 러시에 의해 초반에 일꾼을 엄청나게 잃었던 김도우는 4개의 차원관문에서 생산된 추적자 역습을 통해 경기를 뒤집었죠.

2세트에서 김도우는 조중혁의 힘을 한 번 확인하려 했습니다. 조중혁의 의료선 견제를 안정적으로 막아낸 김도우는 거신을 6기까지 모으면서 힘싸움에서도 자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의료선을 활용한 양방향 흔들기로 인해 중앙 지역에 모아 놓은 거신 4기를 일거에 잃으면서 경기를 내주고 말았지요.

조중혁의 힘을 2세트에서 느낀 김도우는 작전을 선회했습니다. 초반 견제를 통해 이득을 챙기지 않으면서 조중혁과의 중후반전에서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다고 파악한 것이지요.

김도우는 이러한 상황을 대강 예측했다고 합니다. 같은 팀 소속으로 프로리그나 개인리그를 연습하면서 조중혁의 힘을 한두 번 느낀 것이 아니었죠. 우승한 뒤에 가진 인터뷰에서 김도우는 "조중혁이 초반에 배를 불린 뒤에 중반 이후부터 계속 전투를 거는 스타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상대에 대한 파악이 완벽히 되어 있다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승부의 갈림길이 된 3세트에서 김도우는 어떤 승부수를 띄웠을까요.




◇김도우와 조중혁의 스베누 스타2 스타리그 결승전 3세트.(영상=네이버 tvcast)

◆예언자의 숭고한 희생
김도우와 조중혁의 결승전 3세트는 '캑터스밸리'에서 펼쳐졌습니다. 이 맵에서 조중혁은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적이 있지요. 김준호와의 준결승 4세트에서 무리해 보이는 공격이었지만 김준호의 병력이 모일 만한 곳을 장악한 뒤 해병과 불곰, 의료선의 집결지로 선정한 뒤 10분 동안 계속 공격을 퍼부으며 승리했죠.

김도우는 조중혁의 스타일을 알고 있기에 전진 우주관문 전략을 택했습니다. 일찌감치 12시 지역으로 탐사정을 보냈고 우주관문을 지었죠. 하지만 조중혁의 본진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기에 김도우의 깜짝 전략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요. 조중혁이 군수공장을 일찌감치 올리면서 땅거미지뢰까지 매설했기에 예언자로는 재미를 보지 못할 것이라 예측됐죠.

김도우의 첫 예언자가 추적자와 함께 들어가면서 땅거미지뢰가 없는 곳을 찾고 있습니다.(사진=네이버tvcast 영상 캡처)
김도우의 첫 예언자가 추적자와 함께 들어가면서 땅거미지뢰가 없는 곳을 찾고 있습니다.(사진=네이버tvcast 영상 캡처)


하지만 김도우는 추적자를 먼저 밀어 넣으면서 땅거미지뢰가 없는 자리를 찾는 예리함을 선보였습니다. 지어지고 있던 우주공항과 사령부 중간으로 추적자가 이동했고 예언자도 그 위로 움직이면서 땅거미지뢰의 사거리를 벗어났습니다. 사령부의 안테나 아래쪽에 땅거미지뢰를 매설하면서 김도우의 예언자를 기다렸던 조중혁으로서는 '아뿔싸'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날카로운 움직임이었습니다.

김도우의 첫 예언자(동그라미 안쪽)가 땅거미지뢰에 맞아 숭고하게 희생된 뒤 곧바로 2차 예언자 러시가 시도되고 있습니다.(사진=네이버tvcast 영상 캡처)
김도우의 첫 예언자(동그라미 안쪽)가 땅거미지뢰에 맞아 숭고하게 희생된 뒤 곧바로 2차 예언자 러시가 시도되고 있습니다.(사진=네이버tvcast 영상 캡처)


5킬을 기록한 예언자의 펄서광선 에너지가 다시 차자 김도우는 사령부 쪽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물론 잡혔지요. 이 움직임은 계산 속에 담겨 있던 밀어 넣기였습니다. 한 기의 예언자가 뒤쪽에 따라오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예언자의 희생 덕분에 김도우는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곧바로 들어온 2차 예언자가 펄서 광선을 켰고 사령부 근처에 배치된 해병 4기를 제압했습니다. 건설로봇은 덤이었지요. 이 예언자는 펄서 광선 에너지를 다 소진할 때까지 10킬을 달성했습니다.

1차 예언자와 마찬가지로 2차 예언자(동그라미 안쪽)도 희생하면서 3차 예언자에게 바통을 넘겼습니다.(사진=네이버tvcast 영상 캡처)
1차 예언자와 마찬가지로 2차 예언자(동그라미 안쪽)도 희생하면서 3차 예언자에게 바통을 넘겼습니다.(사진=네이버tvcast 영상 캡처)


앞서 땅거미지뢰에 잡혔던 예언자 1호처럼 2호 또한 숭고한 희생 정신을 발휘했습니다. 3호 예언자가 들어올 자리를 만들기 위해 땅거미지뢰 위로 이동한 예언자 2호는 잡히긴 했지만 지뢰를 사용하도록 만들었고 예언자 3호가 마음 놓고 일꾼을 사냥하도록 발판을 만들어줬습니다.

예언자 3호는 사령부 근처에 매설되어 있던 땅거미지뢰를 제거하며 추적자와 광전사가 난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고 해병도, 땅거미지뢰도 없던 조중혁이 항복하도록 강제했습니다.




◇김도우와 조중혁의 스베누 스타2 스타리그 결승전 4세트.(영상=네이버 tvcast)

◆결승의 백미! 초패스트 폭풍함
김도우가 전개한 우주관문 전략의 백미는 4세트였습니다. '세종과학기지'에서 열린 4세트는 김도우가 꼭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 전장이었습니다. 2014 시즌 프로리그에서 김도우는 '세종과학기지' 전담 선수로 활동했습니다. 한지원, 신동원, 이영한 등을 제압하면서 6연승을 달렸지요.

여러 경기를 준비하면서 김도우는 꼼수를 부릴만한 자리를 찾았습니다. '세종과학기지'에는 가장 가깝지만 가장 소홀할 수 있는 자리가 있죠. 바로 본진 언덕 아래쪽에 있는 곳입니다.

조중혁의 본진 언덕 아래 자리잡은 우주관문에서 생산된 첫 예언자.(사진=네이버tvcast 영상 캡처)
조중혁의 본진 언덕 아래 자리잡은 우주관문에서 생산된 첫 예언자.(사진=네이버tvcast 영상 캡처)


김도우는 일찌감치 탐사정을 빼돌려서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수정탑을 지었고 우주관문을 올렸지요. 조중혁은 김도우의 이러한 움직임을 전혀 몰랐다는 듯 앞마당에 사령부를 먼저 올렸습니다.

김도우의 첫 예언자는 5분3초에 생산됐고 5분5초부터 공격을 시도했습니다. 일꾼을 주로 잡아낸 김도우의 예언자는 미사일 포탑을 짓고 있던 건설로봇을 잡아내면서 조중혁의 심기를 흔들었습니다. 당황한 조중혁은 김도우의 본진에 밀어 넣었던 사신까지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면서 탐사정에게 포위당해 잡히고 말았습니다.

폭풍함 납시오! 7분26초에 등장한 폭풍함으로 김도우는 조중혁의 기를 꺾었습니다.(사진=네이버tvcast 영상 캡처)
폭풍함 납시오! 7분26초에 등장한 폭풍함으로 김도우는 조중혁의 기를 꺾었습니다.(사진=네이버tvcast 영상 캡처)


김도우의 다음 선택이 파격적이었죠. 자원을 짜내 함대 신호소를 올린 김도우는 폭풍함을 뽑기 시작합니다. 7분26초에 등장한 첫 폭풍함은 조중혁의 앞마당을 마비시켰습니다. 언덕 밖에서, 맵의 끝에서 공격하는 폭풍함을 조중혁의 해병, 땅거미지뢰로는 제거할 수 없는 노릇이었죠.

폭풍함을 3기까지 모은 김도우는 먼 발치에서 유유자적 건설로봇을 공격했고 조중혁이 일꾼을 앞마당으로 빼돌리자 테란의 본진을 제 집처럼 지나쳐 또 다시 마비시키며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스베누 스타2 스타리그 시즌2에서 정상에 오른 김도우를 보며 최연성 감독은 "연구할 시간만 주면 이기기 어려운 선수"라고 평가했습니다.
스베누 스타2 스타리그 시즌2에서 정상에 오른 김도우를 보며 최연성 감독은 "연구할 시간만 주면 이기기 어려운 선수"라고 평가했습니다.


◆연구가 낳은 우승
김도우의 승리에 대해 최연성 감독은 이런 평가를 내렸습니다.

"김도우에게 시간을 주면 정말 다양한 전략이 나온다. 답을 찾을 때까지 엄청나게 많은 전략을 시도하고 한 번 가닥을 잡으면 최적화시킬 줄 아는 선수이기에 이기기 어렵다."

김도우는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 엄청난 연습량을 소화했다고 합니다. 미디어 데이에서 "연습실에 갔더니 조중혁이 없던 날이 있어 내가 이길 것 같았다"라고 한 말이 허언이 아니었습니다.

김대엽을 상대로 승리하면서 1주일 동안의 연습 시간이 주어지자 김도우는 거의 매일 연습실에 나와서 연구에 연구를 반복했고 최적의 전략을 찾아냈습니다. 4세트 '세종과학기지'에서 보여준 전략이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프로리그 맵에서 빠지면서 '세종과학기지'는 거의 쓰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김도우는 이 맵을 심리전의 핵심으로 삼았습니다. 조중혁은 무난하게 앞마당을 가져가며 힘싸움을 준비할테니 전진 우주관문과 예언자, 폭풍함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전략으로 승부를 본 것이지요.

이승원 스포티비 게임즈 해설 위원은 3, 4세트를 보고 난 뒤 "김도우가 안정감 대신 전략성을 장착하면서 조중혁 흔들기에 성공했으니 5세트에서 조중혁의 멘탈이 심각하게 흔들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5세트에서 조중혁은 김도우의 불사조에 휘둘렸고 그토록 자신있어 하던 중반 전투에서도 실수를 몇 차례 범하면서 패하고 말았습니다. 김도우의 우주관문 전략이 만들어낸 판짜기의 승리였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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