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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스타2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

프라임에서 스타테일로 이적한 김명식.
프라임에서 스타테일로 이적한 김명식.
곤충은 풀을 먹고 살고 개구리를 곤충을 먹고 산다. 개구리는 뱀이 먹고 뱀은 황새가 먹으며 여우는 황새를 잡아먹고 여우는 호랑이가 먹는다.

얼마 전에 딸이 읽어달라고 한 책의 내용이다. 생태계의 먹이 사슬을 표현한 글이다. 알다시피 먹이 사슬은 개체 숫자로 봤을 때에는 피라미드 구조로 되어 있다. 약육강식 구도의 가장 꼭대기에 호랑이가 있고 숫자는 가장 적다. 반대로 풀은 천지에서 자라고 있고 가장 숫자가 많다.

e스포츠에도 생태계가 존재한다. 게임이 좋아서 즐기는 일반 이용자가 있고 이 가운데 게임에 관심과 소질이 있어 전문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이용자가 있다.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아마추어 대회에서 상위 입상하면-준프로게이머 자격이 주어지며 이 가운데 특출나게 잘하는 선수들은 프로게임단에 입단한다. 프로게이머들 중에서도 토너먼트를 치르면서 최고수를 가린다. 우리는 이 선수들을 우승자 혹은 S급이라 부른다.

프로게이머에 대한 자격은 같지만 대우는 같지 않다. 수 차례 우승한 선수는 대회 상금만으로도 많은 돈을 번다. 기업팀에 속하면서 연봉도 많이 받는다. 팬들로부터 인기도 많이 얻는다. 반대로 프로게이머 자격을 갖고 있지만 경쟁에서 뒤처지면 상금은 커녕 제대로 된 연봉을 받기도 어렵다. 무한 경쟁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프로리그 1라운드를 마친 이후 ST요이는 에이스인 저그 이승현을 KT 롤스터로 이적시켰다. KT는 ST요이에 이적료를 지급했고 이승현은 KT 롤스터의 유니폼을 입었다. 2라운드에서 KT와 ST요이의 성적은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1라운드에서 저그 부진으로 인해 포스트 시즌에 오르지 못했던 KT는 이승현이 4승2패를 기록한 덕에 4위로 포스트 시즌에 올랐다. 또 이승현이 GSL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KT 저그로서는 처음으로 스타2 부문에서 개인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이승현의 빈 자리를 메우지 못한 ST요이는 7전 7패를 기록하며 최하위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2라운드 정규 시즌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아 ST요이는 프라임으로부터 프로토스 김명식을 영입했다. 2라운드에서 ST요이의 프로토스들은 1승7패로 매우 저조한 성적을 올렸고 이를 메우기 위해 김명식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명식이 ST요이로 이적한 뒤 프로리그에서 어떤 성적을 낼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보다는 나아질 여지가 많다고 보인다.

두 번의 이적을 취재하며 선수를 내준 팀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승현을 KT에게 보낸 ST요이는 분명 타격이 가해졌다. 김명식을 내준 프라임의 전력이 약해진 것은 분명하다. 2라운드에서도 프라임의 성적은 1승6패였고 1승마저도 ST요이를 상대로 김명식이 하루 2승을 따내면서 걷둔 승리였다.

김명식을 영입한 ST요이 이선종 감독은 "스타2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승수를 올려줄 선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해 김명식을 영입했다"고 말했다. 이승현이라는 승리 포식자가 빠진 틈을 김명식이 어느 정도는 채워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프라임은 무얼 먹고 살아야 할까. 앞서 설명한 것처럼 김명식은 현재 프라임에서 몇 안되는 승리 포식자가 될 수 있는 선수다. 2라운드에서 거둔 프라임의 1승도 김명식이 만들어낸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박외식 프라임 감독은 "김명식에게 원하는 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팀에 남아 있는 선수들에게는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적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리고는 "아마추어 선수들을 발굴해서 전력 강화를 꾀할 것"이라 덧붙였다.

박외식 감독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먹이 사슬의 하위 단계에 있는 초식 동물은 풀을 뜯어 먹고 살아야 한다.

그렇지만 현재 스타2 업계에서 뜯어 먹을 풀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아마추어 선수들을 발굴하기 위해 루키 리그 등을 개최하고 있지만 숨은 보배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먹이 사슬의 외형은 피라미드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순환 구조다. 모든 동식물은 언젠가 생을 다하고 흙으로 돌아가 풀이 자랄 수 있는 자양분이 된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스타2 리그가 아마추어 선수들이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자양분이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꿈의 무대가 계속되어야 하고 롤모델들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한다. 이승현과 김명식의 이적 또한 자양분을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이 되어야 한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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