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에는 재미있는 속설이 있습니다. 성적이 좋아지면 외모도 함께 업그레이드 돼 잘생겨진다는 속설이죠. 오랜만에 이 속설을 증명한 것이 주성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주성욱은 절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데일리e스포츠 사진을 보관하는 하드에 남아있는 주성욱의 옛날 사진을 보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 자신합니다.
과연 주성욱의 예전 모습은 어땠을까요? 잠시 감상해 보실까요?
두 번의 인터뷰에서 주성욱은 확실하게 자신을 어필하긴 했습니다. 바로 '자신감'입니다. 지금에야 주성욱이 자신감을 드러내도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인터뷰를 했을 당시에 주성욱이 자신감을 표출하면 그야말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의 줄임말)'로 치부 됐었죠. 성적으로 보여준 것이 거의 없었지만 주성욱은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몰라도 "나는 반드시 잘될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내내 '도대체 이 선수는 뭘 믿고 저렇게 자신만만할까'라는 의문을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 개인리그 예선 한번 뚫어보지 못한 선수가 말이죠. 하지만 그 자신감 때문에 많은 신예들 중에서도 기자들의 눈에 띄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주성욱은 예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자신감이 넘치고 스스로를 믿는 선수입니다. 또한 누구보다 노력하는 선수이기도 하고요. 주성욱에게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주성욱은 오히려 예전에 더 두려울 것이 없었고 그때도 자신감에 넘치는 선수였으니까요.
주성욱에게 달라진 점은 딱 하나 외모입니다. 화보 촬영을 진행하면서 주성욱은 "예전보다 잘생겨졌다고 하는데 자신은 도저히 모르겠다"며 "원래도 좀 괜찮지 않았냐"는 뻔뻔함(?)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현장에서 예전 사진을 보여줬지만 주성욱은 꿈쩍도 하지 않았는데요. 결론은 사진을 본 팬들이 내려주면 될 것 같네요.
외모에 전혀 관심 없는 척 하던 주성욱이었지만 화보 촬영을 하면서 기자와 내내 실랑이를 벌여야 했습니다. 첫 촬영 컨셉트가 흰 티에 청바지만 입고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최대한 밝은 이미지를 내기 위해서 앞머리에 틈을 만들어 이마를 살짝 보이게 했죠. 그러나 주성욱은 절대로 이마를 보일 수 없다며 버텼습니다.
이마를 보이면 이상하다며 버티는 주성욱과 기 싸움 끝에 승리해 첫 컨셉트는 살짝 이마를 보인 상태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앞머리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때 주성욱은 몰래 앞머리를 가지런히 모아 이마가 보이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순간 어느 새 주성욱의 이마가 보이지 않은 것을 발견한 기자가 다시 머리를 만졌지만 주성욱은 또다시 몰래 앞머리를 모아 버렸죠.
결국 먼저 항복을 선언한 쪽은 저였습니다. 주성욱은 결국 자신의 뜻대로 앞머리로 이마를 모두 가린 채 남은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머리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주성욱, 외모에 관심이 없다는 말, 다 거짓말이었나 봅니다.
테란전은 아직 검증이 필요한 주성욱에게 "이번 GSL에서 결승전에 올랐어도 상대가 테란이었으니 어차피 준우승 아니었냐"고 농담을 했더니 작기만 한 줄 알았던 주성욱의 눈이 순식간에 커졌습니다. 무서울 정도로 말이죠. 주성욱은 "이신형과 상대 전적 내가 더 좋다"며 "지금 빨리 찾아보라"고 협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도 지금도 주성욱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난 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외모로 반전을 만들어 낸 주성욱. 최근에는 프로토스전 기계로 불리고 있는데요. 주성욱은 "프로토스전 기계로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이왕이면 스타크래프트2 기계로 불렸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주성욱이 원하는 스타크래프트2 기계로 불리기 위해서는 이번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이하 WCS) 글로벌 파이널에서 반드시 우승을 차지해야겠죠? 올해 남은 대회에서 주성욱의 활약 기대해 봅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