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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돌이킬 수 없는 언행(2)

인종 비하 채팅으로 물의를 일으킨 SK게이밍의 정글러 데니스 욘센.
인종 비하 채팅으로 물의를 일으킨 SK게이밍의 정글러 데니스 욘센.
2014 시즌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개막을 하루 앞둔 17일 리그 오브 레전드 관련 게시판은 불이 났다. 유럽 대표로 선발된 SK게이밍이 정글러 'Svenskeren' 데니스 욘센이 대만 서버에서 인종 비하 발언을 채팅으로 남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시아 지역 팬들이 들고 일어난 것.

롤드컵 참가를 위해 대만에 간 데니스 욘센은 지역 서버에서 아이디를 'Taipeichingchong'으로 바꿨다. 타이페이 뒤에 붙어 있는 '칭총'이라는 단어와 곧바로 이어진 채팅이 문제가 됐다. 칭총이라는 단어는 '말을 못 알아듣는 바보라'는 이다. 외국인들, 특히 서양 문화권의 사람들이 중국인 등 아시아인들을 비하할 의도로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굳이 적용하자면 흑인에게 블랙키나 니그로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문제는 데니스 욘센의 채팅으로 인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같은 방에 들어있는 사람에게 'U like my name or u offended?'라고 채팅을 남긴 것. 자기가 바꾼 'Taipeichingchong'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드는지, 아니면 보고 나서 화가 나는지를 물은 것이다. 이는 '칭총'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데니스 욘센이 알고 있으며 일부러 사용했다고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데니스 욘센의 채팅은 SNS를 타고 전세계로 알려졌고 아시아인에게 모욕을 줬다며 비난이 빗발쳤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데니스 욘센과 소속팀 SK게이밍이 공식 사과했지만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라이엇게임즈는 데니스 욘센이 롤드컵 조별 풀리그 첫 세 경기 출전 정지, 벌금 2,500 달러(한화 약 260만 원)을 부과했다.

뒤숭숭한 상황에서 데니스 욘센이 속한 SK게이밍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2014 시즌 유럽 지역 3위로 롤드컵에 나섰던 SK게이밍은 주전 정글러인 데니스 욘센 대신 하부 팀인 SK게이밍 프라임에 있던 'Gilius' 버크 데미르를 출전시켰지만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세 경기를 모두 패한 SK게이밍은 8강 진출이 어려워졌고 전패까지도 당할 위기에 처했다.

대만 팬들의 불만 또한 현장에서 터져 나왔다. SK게이밍이 역사가 오래된 인기 팀이지만 SK게이밍을 응원하는 대만 팬들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국적 불문, SK게이밍의 상대 팀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냈고 SK게이밍이 킬을 내거나 유리한 상황이 되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세 경기 출전 정지가 풀리고 풀리그의 두 번째 턴부터 선을 보인 데니스 욘센은 빼어난 실력을 보여줬다. 2012 시즌 롤드컵 우승팀이자 대만 선발전 1위에 빛나는 아주부 타이페이 어새신스를 제압하는 데 공을 세웠고 북미 지역 1위였던 솔로미드와의 대결에서도 카직스로 맹활약했다. 데니스 욘센이 합류한 이후 SK게이밍은 2승1패를 기록했다.

만약 데니스 욘센이 인종 비하 발언을 하지 않았다면, 세 경기 출전 정지라는 징계를 받지 않았다면 SK게이밍은 8강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잘못된 생각 하나, 말 한 마디, 채팅 한 줄이 SK게이밍의 1년 농사를 망친 셈이다.

라이엇게임즈가 e스포츠를 중시하면서 원하는 부분은 프로화다.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공인으로서, 게임 실력만 좋아서 프로게이머 자격을 받은 것이 아니라 인성, 품성, 행동 모두 게이머들의 귀감이 되는 진짜 프로게이머를 배출하고자 한다.

데니스 욘센의 그릇된 행동 한 번이 만들어낸 팀에 끼친 피해, 팬들에게 준 상처는 프로게이머,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반면교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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