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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스토리 메이킹

[기자석] 스토리 메이킹
최동원과 선동열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전설적인 선수로 남아 있다. 1987년 5월16일 부산 구덕 야구장에서 열린 두 선수의 연장 15회 맞대결은 '퍼펙트 게임'이라는 영화로 제작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선발 투수로 정면 대결할 기회가 많았지만 실제로 두 선수가 맞붙은 적이 별로 없었고 15회 연장까지 마운드를 지켰다는 내용은 그 자체로 드라마였다.

스포츠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어떠한 작가도 생각해낼 수 없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승리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기량을 갈고 닦고 팀워크를 만들어내며 정진하는 모습은 사람들의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지피고 눈물을 자아내게 만들며 응원의 목소리를 키우는 요소로 작용한다.

e스포츠에서도 라이벌들이 빚어내는 스토리는 팬들을 설레게 했다. 임요환과 홍진호는 e스포츠 초창기를 대표하는 라이벌로 꼽힌다. 임요환과 홍진호가 많이 대결했기에 라이벌 구도가 탄생한 것은 아니다. 대결을 펼칠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거리가 나왔고 당사자들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까지 이야기의 실타래가 확장되면서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의 인적 네트워크를 그대로 이어받은-지적재산권 사태로 인해 한국e스포츠협회 선수들이 2년 정도 리그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공백이 존재했지만-스타크래프트2 리그는 스토리 메이킹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임재덕, 정종현 등 걸출한 스타들이 존재했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리그가 열리는 등 양적 팽창은 이뤄졌지만 2%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임진록'이 대세를 이루던 시절 e스포츠 리그에는 조 지명식이라는 매개체가 존재했다.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시작이었던 온게임넷의 스타리그가 먼저 시도했고 이어 MSL 또한 도입하면서 조 지명식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는 장이었다. 상대 선수에 대한 도발이 이어졌고 그에 걸맞는 받아치기가 나오면서 임요환과 홍진호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라이벌 관계도 형성됐다. 스타1은 그렇게 이야기거리가 많아졌고 그물망과 같은 라이벌 구도가 꾸려졌으며 풍성해졌다.

스타2도 조 지명식을 열었지만 2014년부터는 이 자리가 사라졌다.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에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했지만 조 지명식이 없어지고 추첨 방식이 도입되면서 선수들간의 라이벌 구도가 형성될 자리는 아예 없어졌다.

조 지명식은 단순한 토크쇼나 예능이 아니다. 말을 잘하고 독특한 복장을 입고 나오는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스포트 라이트를 받지만 그 선수들만을 위한 자리는 아니다. 16명 안에 들어간 선수들이 갖고 있는 라이벌 의식을 드러내고 반드시 이기겠다는 투지를 드러내는 장이다.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 GSL 코드S 시즌3를 진행하는 곰exp는 16강 구성원이 정리된 이후 조 지명식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두 시즌만에 되살아나는 조 지명식에 대해 선수들은 물론, 팬들까지도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없어졌던 이벤트가 살아났을 때에는 확실한 부활의 이유를 드러내야 한다. 선수들에게는 입담과 투지를, 팬들에게는 관심을 부탁한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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