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사이버게임즈(이하 WCG) 그랜드 파이널 현장에는 한 곡의 노래가 지속적으로 흘러 나온다. WCG의 대표 음악인 '비욘드 더 게임(Beyond the game)'이다. 게임이라는 매개체를 넘어 엔터테인먼트 또는 스포츠로 발전, 문화 현상으로 자리를 잡고 싶다는 WCG 대회의 이념이 잘 녹아 있는 노래다. 10년 이상 들어왔던 이 노래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생겼다. 2014년부로 WCG는 더 이상 대회를 열지 않는다. WCG는 2000년 시뮬레이션 대회인 챌린지를 시작으로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됐다. 삼성전자가 타이틀 후원사로 나섰고 한국 정부도 2005년까지 지원금을 대주면서 글로벌 e스포츠 대회로 입지를 다졌다.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해외 마케팅망과 파트너들을 활용해 개별 국가의 파이널을 통해 국가대표를 선발했고 WCG 위원회가 선정한 개최지에서 그랜드 파이널을 열면서 매년 열리는 e스포츠의 올림픽이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e스포츠의 개념이 다져지지 않은 상황에서 WCG는 전세계에 e스포츠를 알리는 홍보 대사 역할을 했다. 첫 대회부터 37개국의 선수들을 모집했고 이후 세를 불려가면서 2008년 독일 쾰른에서 개최된 그랜드 파이널에는 78개국에서 선수들이 모이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e스포츠 축제로 자리매김했다.2003년까지 한국에서 대회를 열었던 WCG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개최지(호스트시티) 개념을 도입해 세계 각지의 도시로부터 후보 신청을 받았다. 그 결과 200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2005년 싱가포르, 2006년 이탈리아 몬자, 2007년 미국 시애틀, 2008년 독일 쾰른, 2009년 중국 청두, 201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2011년 한국 부산, 2012년과 2013년 중국 쿤산에서 그랜드 파이널을 열었다. WCG가 개최되는 곳마다 e스포츠 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생소하기만 했던 e스포츠라는 단어는 WCG를 통해 꽃씨처럼 세계 각국에 뻗어나갔고 개최지를 중심으로 e스포츠 열기가 퍼져 나갔다. WCG 행사를 관전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팬들은 e스포츠의 매력에 빠졌고 WCG와 함께 일했던 후원사 또는 파트너들은 자국에 e스포츠 대회를 열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키워냈다. WCG가 갖고 있던 또 하나의 매력은 한국과 삼성전자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다. WCG를 운영하는 (주)월드사이버게임즈는 한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대회 운영, 마케팅, 후원사 확보 등 굵직한 일을 한국에서 모두 해결하면서 e스포츠의 종주국이 한국이라는 사실을 세계 만방에 알렸다. 13년 동안 WCG의 메인 후원사를 도맡은 삼성전자는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다. WCG 그랜드 파이널 행사장의 중심 이동 통로는 삼성전자로 '도배'가 되어 있다시피하고 같은 라인업을 갖고 있는 후원사는 이름을 올릴 수도 없다. WCG는 곧 삼성전자였던 셈이다.WCG의 13년 역사는 막을 내렸고 '비욘드 더 게임'은 울려퍼질 곳을 잃었다. 그리고 한국 중심의 e스포츠 세계화를 추진할 동력도 사라졌다. WCG의 해산은 글로벌을 지향하는 한국 e스포츠 업계에 많은 과제를 남겼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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