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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임소정 온게임넷 통역 "e스포츠가 바꾼 내 인생"

[피플] 임소정 온게임넷 통역 "e스포츠가 바꾼 내 인생"
온게임넷 도타2 슈퍼매치에서 통역을 맡고 있는 임소정은 두 가지 편견을 놓고 싸워야 했다. 어릴 적 캐나다 유학을 갔다왔던 그는 유학을 갔다온 사람은 당연히 부자일 것이라는 오해를 샀고 e스포츠계에 들어와서는 자신의 장점인 영어를 살리고 싶었지만 게임단에 소속돼 있기에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뛰어 넘어야 했다.

유학파 통역관인 임소정은 온게임넷에서 도타2 슈퍼리그의 통역을 전담하면서 편견들을 이겨냈고 이제는 e스포츠계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편견을 뛰어넘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었고 한국의 e스포츠가 글로벌 콘텐츠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디딤돌이 되고 있는 임소정을 만났다.
[피플] 임소정 온게임넷 통역 "e스포츠가 바꾼 내 인생"

◆제도권 교육에 적응 못했어요
어릴 적부터 게임을 좋아했던 임소정은 삼촌의 영향을 받아서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스타1) 등 다양한 게임을 즐겼다. 캐나다 벤쿠버로 유학을 간 그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부보다는 저렴하게 즐겨할 수 있는 스포츠를 좋아하던 보통 학생이었다. 특히 피겨 스케이팅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인 그는 북미 지역 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할 정도의 기량을 뽐냈다.

"피겨 선수 생활을 계속하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게임이 좋았어요. 캐나다 유학 시절에는 당시 FPS가 유행해서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 다양한 게임을 접했죠. 당시에는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이 인기가 많아서 실제로 장비를 사서 연습하기도 했죠. 지갑에 조금 무리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한 명이라는 자부심이 컸죠. 한국인이 거의 없는 곳에 가서 유학 생활을 시작했지만 공부보다는 스포츠를 더 즐겨했던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파란만장한 인생사가 시작된다. 중학교 시절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것이다. 유학파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로부터 영어에 대한 질투가 심했고 나중에는 왕따로 번졌다. 자퇴를 고민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나이가 어리긴 했지만 해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그린데이 등 다양한 그룹의 음악을 즐겨 들었지만 한국에 와보니 달랐어요. 친구들이 동방신기 등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더라고요. 갑작스럽게 바뀐 문화를 적응하지 못했어요. 또 당시 특정 브랜드 메이커가 캐나다에서는 저렴했는데 한국에서는 고가의 제품이었어요. 집에서는 저렴한 제품을 많이 구입해서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하는 분위기였는데 그것이 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한 것 같아요."

임소정는 영어를 잘한다는 질투와 함께 부자일 것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들어가서 더욱 심해졌는데 대놓고 왕따시키는 문화를 보며 충격을 받았고 그 뒤로는 며칠 동안 학교에 나가지 않으면서 심각하게 자퇴를 결심했다.
[피플] 임소정 온게임넷 통역 "e스포츠가 바꾼 내 인생"

◆다시 찾아온 시련
부모님의 만류가 있었지만 임소정은 자퇴하고 회사에 다녔다. 세상과 싸우는 건 학교나 직장에서나 어려운 일이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중졸'이라는 최종 학력은 그에게 부담감이 됐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검정고시를 합격한 뒤 과감하게 지원한 수시에서 모두 낙방하면서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다.

"거만했던 것 같아요. 공부를 하기도 전에 제 눈이 높아져 있었죠. 모두 낙방하고 나서 재수 학원에 들어갔는데 선생님으로부터 공부에 재능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고시원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한 달 만에 재수학원과 같은 이야기를 들은 거에요. 충격을 받은 나머지 부모님께 학원에 다닌다고 거짓말을 하고 고시원에서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는 연습을 했어요. 당시에 있던 고시원이 창문도 없는 곳이었는데 나중에는 뇌수막염에 걸려서 병원에 입원하게 됐죠."

낙담한 나머지 미국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카투사에 군무원으로 지원하려 한 임소정은 부모님의 간곡한 바람으로 학교에 시험을 치렀다. 워낙 인생의 굴곡이 심해서 그런지 주위에서는 제도권 교육을 피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며 답답해 했다. 어릴 적부터 소원해진 아버지와의 관계를 풀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임소정은 대학교에 입학하면 아버지께서 용서해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직도 안 받아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피플] 임소정 온게임넷 통역 "e스포츠가 바꾼 내 인생"

◆제2의 '토비 완' 되고파
임소정이 e스포츠를 접한 것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통해서다. 한 번 빠지면 끝까지 파는 스타일이기에 하루에 12시간 이상 게임을 했다. 게임을 즐기다가 같이 게임한 사람들이 공식 대회가 열린다고 해서 온게임넷을 시청한 그는 클럽 마스터즈를 보면서 e스포츠의 매력에 빠졌다.

"e스포츠 방송을 뒤늦게 보기 시작했지만 푹 빠졌어요.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과감하게 한국e스포츠협회에 전화를 했죠. 통역이 필요한 게임단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CJ 엔투스 사무국 연락처를 주더라고요. 전화해서 영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마침 그와 관련된 채용 공고를 내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사무국에서 일하면서 선수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팬심으로 일을 해서 그런지 주위 사람들로부터 많이 혼났고 팬들로부터 비난도 많이 받았죠. 그 부분에서는 아직도 반성하고 있어요."

CJ와의 계약이 종료된 뒤 학교로 돌아간 임소정은 우연한 기회에 도타2 슈퍼매치에서 통역원을 뽑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당시만 해도 도타2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배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덤볐다. 도타2에 대한 정보를 익히느라 정신 없지만 한국 팬들에게 도타2에서 유명한 해외 팀들을 소개해준다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오는 25일 슈퍼매치가 끝난 뒤 임소정은 월드 사이버 게임즈(WCG) 관련된 일로 온게임넷과 함께 중국 쿤산으로 떠난다. 영어라는 특기를 활용해 한국의 e스포츠 팬들과 세계 e스포츠 팬들의 다리가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뿌듯했다. 임소정의 꿈은 도타2에서 세계적인 캐스터로 평가받고 있는 '토비완(Tobi Wan)' 토비 도슨처럼 되는 것이다.

"아직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기엔 제 능력이 부족해요. 나중에 다른 일을 하더라도 지금 e스포츠에서 제 장점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행복하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통역과 함께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어요.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서 통역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초브라' 조한규처럼 도타2에서도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꿈이에요. 현재 도타2에서는 '토비 완' 토비가 유일한데 한국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데일리e스포츠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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