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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윤용태 "아쉬운 은퇴…그래도 행복했어요!"

[피플] 윤용태 "아쉬운 은퇴…그래도 행복했어요!"
은퇴를 선언한 선수의 인터뷰를 할 때는 대부분 두 가지 분위기로 나뉩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할 지 결정된 선수들과 인터뷰는 밝은 분위기에서 진행됩니다. 반면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은퇴를 해야 하는 선수들은 조금은 침체된 상황이 연출되곤 하죠.

윤용태의 경우에는 후자였습니다. 아직까지 게임을 계속 하고 싶은 열정이 있었고 전 시즌 좋은 성적을 냈던 윤용태였기 때문에 차기 시즌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팀도 프로리그 첫 결승 진출을 이뤄냈기에 열심히 다음 시즌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었지만 팀 규모를 대폭 줄인다는 청천병력과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웨이버 공시가 됐고 자신을 찾는 팀이 없자 많이 힘들었다는 윤용태는 결국 은퇴를 결심했습니다. 프로리그가 끝난 뒤 석 달만에 만난 윤용태는 얼굴이 많이 상했습니다. 마음 고생을 정말 많이 한 것 같아 보였습니다.

인터뷰를 하자고 요청하자 계속 고민하던 윤용태가 뭔가를 결심한 듯 "인터뷰에 응하겠다"며 연락한 것은 11월 초였습니다. 마음의 정리를 마친 윤용태는 프로게이머 생활을 정리하고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마지막으로 전하기 위해 인터뷰에 응했다고 전했습니다.

커피숍에 앉아 10년간 있었던 일을 찬찬히 떠올리던 윤용태.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처음에는 많이 힘들어 보였지만 오히려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마음이 안정되어 갔습니다. 마지막에는 행복한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며 활짝 웃던 윤용태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함께 들어 보시지요.

◆"아쉬움이 큰 이유는…"
지금의 웅진이 창단하기 전, 한빛 스타즈 소속이었을 시절 윤용태의 별명은 '뇌제'말고도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600만원의 에이스'였죠. 그가 팀을 먹여 살리던 시절 연습생 시절에 받던 월 50만원을 계속 받고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그에게는 600만원이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습니다.

다행히도 한빛이 웅진으로 인수되면서 윤용태는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억대 연봉은 아니었지만 예전 연봉 600만원이었던 시절에 비하면 너무나 행복한 나날이었죠.

[피플] 윤용태 "아쉬운 은퇴…그래도 행복했어요!"
그러나 행복도 잠시, 윤용태가 속한 웅진은 경영난이 심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웅진이 팀을 해체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죠. 윤용태 입장에서는 한빛 시절을 겪은 터라 불안했습니다.

그래도 팀에서는 계속 긍정적인 이야기를 선수들에게 전해줬기 때문에 윤용태는 차기 시즌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고 다른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해체는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던 윤용태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열정을 쏟아 붓겠다는 다짐을 한 것이죠.

"STX 소울은 이미 시즌 중반부터 선수들에게 팀이 해체할 것이라고 이야기 해줬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웅진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계속 열심히 노력했고 프로게이머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거의 한 적이 없어요. 결승전이 끝나고도 다음 시즌에는 꼭 우승하자고 선수들과 의지를 다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비시즌 동안 윤용태를 비롯해 김명운, 노준규, 이재호 등 주축 선수들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웅진이 팀을 계속 유지하는 대신 선수들의 연봉을 대폭 삭감한 것입니다. 사실 회사가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윤용태를 비롯해 1년 동안 팀이 정규시즌 1위를 하는데 노력했던 선수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정이었습니다.

"팀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었는데 계약과정에서 갑자기 연봉 삭감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멍했어요. 삭감폭이 엄청났어요. 더 이상 프로게이머를 할 수 없을 정도였죠. (이)재호는 바로 은퇴를 선언했고 다른 선수들은 '그 연봉으로는 도저히 재계약을 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했어요. 회사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결국 저희는 웨이버공시가 되고 말았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는 하지만 윤용태 입장에서는 공황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빛 시절부터 웅진까지 10년 동안 프로게이머 생활을 해왔던 팀을 떠나야 하니 말입니다. 또한 웨이버 공시가 됐다고 해도 나이 때문에 다른 팀에서 자신을 데려가지 않을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윤용태는 웨이버 공시가 되는 순간 "은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제가 그만두고 싶어서, 재미가 없어서, 열정이 식어서 은퇴를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해외 팀을 갈까 고민도 했어요. 프로게이머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혼란스러웠죠. 하지만 결국 여기까지라는 결론을 얻었어요. 웅진을 원망하고 싶지는 않아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 팀을 유지시켜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니까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피플] 윤용태 "아쉬운 은퇴…그래도 행복했어요!"

이제는 그 누구도 원망하고 싶지 않다는 윤용태는 "이제는 즐거운 이야기만 하자"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뭘 해도 성공할 자신 있어요."
어떤 일을 꾸준하게 10년 동안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첫 직장에서 10년 넘게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그런 의미에서 윤용태는 처음으로 선택했던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10년간 유지한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아요(웃음). 어떤 일을 꾸준하게 10년 했다는 것도 자랑스럽고 그 안에서 나름의 성과를 얻었잖아요. 누군가에게 내 20대를 이야기 할 때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에요. 그리고 앞으로도 무엇을 하든 잘해낼 자신감도 생겼고요."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윤용태가 얻은 가장 큰 것은 자신감이었습니다. 남들은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쉽게 생각하지만 사실 프로게이머만큼 힘든 직업도 없습니다. 개인시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10년 동안 합숙 생활을 하며 하루에 열 시간 이상씩 연습을 해야 하는 혹독한 직업입니다. 게다가 승부의 세계에 종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일반 회사에 다니는 것보다 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남들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프로게이머를 했던 선수들은 마음 속으로 다 그런 마음을 가질 거에요. 난 뭘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요. 이렇게 힘든 일을 10년이나 꾸준히 해왔는데 앞으로 어떤 일이든 못하겠어요. 공부가 됐든 사업이 됐든 뭘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윤용태는 어떤 분야에서건 성공한 인물로 다시 팬들에게 인사할 수 있도록 앞으로 택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전했습니다. 10년 후 윤용태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좋은 소식이 전해지기를 아마 많은 사람들도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동료들 그리고 팬들
원래 옆에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잘 모릅니다. 윤용태도 그 말을 실감했습니다. 10년 동안 함께 울고 웃으며 생활했던 동료들과 헤어지고 나니 그들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동료들이 제 생활에 얼마나 깊게 자리했는지 알게 됐어요. 당연히 옆에 있어줬던 동료들이었는데 이렇게 떨어지고 나니 솔직히 외롭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들이 어디에 있건 다 잘됐으면 좋겠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피플] 윤용태 "아쉬운 은퇴…그래도 행복했어요!"

윤용태는 끝까지 자신을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던 팬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습니다. 윤용태는 '누나 부대'를 처음 탄생시킨 장본이기도 하죠. 팬들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는지 몰랐던 철없던 시절에도 자신을 지켜줬던 팬들이 그립고 보고 싶다고 합니다.

"지금 다들 잘 계시죠(웃음)? 현장에 매번 찾아와 응원해 주셨던 팬들이 아직도 생각나요.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윤용태도 없었겠죠. 나중에 길거리에서 만나면 반갑게 아는 척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마 살아가면서 활력소로 영원히 기억되겠죠. 조금의 가식도 없이 진심으로 감사 드려요."

처음에는 침울했던 윤용태였지만 이내 "다른 것은 아쉽지 않지만 송병구보다 빨리 은퇴하는 것은 너무나 아쉽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마음이 편해진 것을 느꼈습니다. 누구보다 전투를 잘했던 윤용태를 우리는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고 윤용태 역시 그것을 알기에 웃으며 떠날 수 있다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e스포츠를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계속 응원의 목소리를 높여 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최근 스타크래프트2 게임단이 축소되고 게임규제안이 발표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팬들의 응원이 있는 한 e스포츠는 영원할 것이라 믿거든요.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 주셔서 제가 나중에 여기에 속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지켜주세요. 다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행복할게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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