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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SKT 최연성 감독 대행 "미래와 싸워 이기겠다"

[피플] SKT 최연성 감독 대행 "미래와 싸워 이기겠다"
SK텔레콤 T1은 9월 중순 감독을 교체한다는 보도 자료를 냈다. 2012-13 시즌 사령탑을 맡은 임요환 감독이 자진 사임함에 따라 빈 자리를 최연성 수석 코치가 감독 대행 형식으로 메워 나가겠다는 내용이었다.

최연성 감독 대행에게는 군에서 제대하고 팀으로 돌아오자마자 두 어깨에 큰 짐이 지워진 셈이다. SK텔레콤 T1이 만들어진 2004년부터 군에 입대한 2011년까지 8년 동안 선수와 코치로 팀에 속해 있었지만 오자마자 감독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중책을 맡았다. 게다가 스타크래프트2라는 최연성에게는 새로운 종목으로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무까지 있으니 쉽지 않은 일이다.

너무나 큰 짐을, 사회에 복귀하자마자 맡았기에 고민에 휩싸여 있을 것 같았지만 최연성 감독 대행은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인터뷰에 응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군대의 격언에 익숙해져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군 생활을 하면서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것을 배웠거든요. 즐겁게 도전하다 보면 못해낼 것이 없다는 것을 체험했기에 지금의 상황도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찍힌' 병사에서 모범 사병으로
최연성의 군생활은 시작부터 '꼬였다'. SK텔레콤 T1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에도 손목 터널 증후군으로 인해 은퇴를 선언했고 코치로 보직을 바꿨을 때에는 갑상선 항진증, 목 디스크로 인해 고생하던 최연성은 서른이라는 나이에 군에 들어갔다. 키가 크고 근육량도 많은-e스포츠계의 김종국이라 불렸으니-최연성은 훈련병 중에 단연 눈에 띄었고 중대장 훈련병으로 선임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연성은 고사했다. 목 디스크 등 사회에서 안고 있던 증상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중대장 훈련병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 번이나 제의가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한 최연성은 '찍혔다'. 훈련소에서 국군 수도 통합 병원으로 정밀 검사를 보냈지만 모두 정상으로 나오면서 거짓말하는 사병이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가 생겼고 애꿎은 얼차려도 많이 받았다.

"훈련소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병사였죠. 덩치는 산만한데 중대장 훈련병은 하지 않겠다고 했고 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이니 꾀병을 부리는 사람이 되어 버렸어요. 자대 배치를 받고 나서도 이유 없이 아픈 병사로 보이면서 군생활 초반은 실타래처럼 얽혀 버렸어요."

최연성은 공황 장애를 앓았다. 상근 예비역이었기에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했기에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주위의 예상과 달리 이등병 시절 최연성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군대라는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고 몸까지 아프면서 이중고에 시달렸다.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어요. 제 증상을 인터넷 검색에 입력했더니 백과 사전에서 공황 장애라고 뜨더라고요."

공황 장애로 애를 먹던 최연성은 생명의 은인을 만났다. 특공대대 출신의 동대장이 부항 치료를 통해 최연성의 목 디스크를 치료해줬고 8년 이상 안고 있던 통증과 이별을 고했다. 몸을 뜻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된 최연성은 적극적인 자세로 군생활에 임했고 계급이 높아지면서 공황 장애도 사라졌다. 행정병 보직을 받은 최연성은 문서 작성 뿐만 아니라 갖은 잡무를 맡으면서 해낼 수 없는 일은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맡기는 일이지만 군에서는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더라고요. 문서 작성, 작전 지도 만들기 등 행정병의 평범한 일 이외에도 배선 작업, 에어콘 수리 등도 제 몫이었어요. 해보니까 다 되더라고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적극적으로 도전을 시작한 최연성의 군 생활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 꾀병 병사라는 색안경은 사라졌고 사단장 표창 후보까지 오를 정도로 개선됐다. 표창을 받지는 못했지만 최연성은 도전해서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피플] SKT 최연성 감독 대행 "미래와 싸워 이기겠다"

◆임요환의 빈 자리
최연성은 SK텔레콤 T1의 코치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말년' 휴가 때에도 SK텔레콤의 숙소에 자진 출근하면서 선수들과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를 연구하는 데 보낼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임요환 감독을 보좌해서 SK텔레콤을 최고의 팀으로 다시 올려 놓는 것이 그의 1차 목표였다.

13-14 시즌 프로리그를 앞두고 워크숍을 준비하던 임요환 감독을 보면서 최연성은 '워크숍 자료나 너무나 방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많아야 하는지 임 감독에게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다 너를 위한 것"이라고만 했다. 그 때까지도 최연성은 임요환이 감독직을 내려 놓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공식 발표가 나기 1주일 전 최연성은 임요환 감독과 술자리를 가졌고 그 때 사퇴 의사를 직접 들었다. 감독이라는 자리를 유지하는 일이 너무나 힘들었고 팀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청천벽력이었다.

"군에 있을 때에도 자주 통화하면서 (임)요환이형이 SK텔레콤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압박'을 넣었던 것이 저였어요. 스타2로 종목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팀에 가장 필요한 사람이 요환이형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변화가 너무나도 빨랐어요. 박용운 감독님 자리를 요환이형이 메우면서 엄청난 스트레스가 가해졌던 것 같아요."

소주 세 잔만 마시면 뻗어버리는 최연성은 연신 소주잔을 들이켰고 눈물을 터뜨렸다. 팀을 떠나지 말라고, 같이 하면 어려움도 떨쳐낼 수 있다며 울며 매달렸지만 너무나 지친 임요환은 뜻을 바꾸지 않았다. 결국 최연성에게 감독 대행이라는 자리가 맡겨졌다.

임요환도 버티지 못한 SK텔레콤의 감독 자리를 스트레스 받지 않고 맡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최연성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정도로 어려웠던 군 생활을 넘긴 제게 프로게임단 감독 자리는 천국 아니겠어요?"라며 웃었다.

◆과거의 영광에 취하면 이미 죽은 자
최연성은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에 대한 생각을 머리 속에서 완전히 지웠다. 지금의 최연성이 있게 한 게임, e스포츠라는 문화가 만들어진 발판은 물론 스타1이었지만 지금 열리는 리그는 스타2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2013년 현재 e스포츠의 메인 종목은 리그 오브 레전드다. 스타1을 넘어, 역대 최고의 파괴력을 보이고 있는 종목이다.

"돌아와보니 '예전에는 이랬는데...'라며 스타2에 대해 비관적인 시선들이 많더라고요. 현장 집객이나 방송 편성 등을 보면 스타2가 스타1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죠. 그렇지만 저는 이런 생각들을 모두 던져 버리고 리셋하자고 선수들에게 전했어요."

과거의 영광에 취해서 자꾸 뒤를 돌아보기 보다는 과감하게 꼬리를 끊고 앞만 보고 달리자는 생각이다. 스타2라는 배에 탑승한 상황에서 좌우로 고개를 돌려봤자 배가 산으로 가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스타2의 인기를 스타1의 전성기 때만큼 만들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스타2라는 한 배에 탄 블리자드, 협회, 게임단이 합심한다면 격차를 좁힐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우선 SK텔레콤 T1의 스타2 팀부터 올인해야겠죠."

최연성은 또 "과거의 영광에 연연하면 우리가 지쳐서 죽어요.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미래와 싸워야 하죠. 우리의 삶의 터전은 우리가 만들어가야 해요. 스타2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머리 속에서 지워야 해요. 저와 선수들은 그렇게 하겠다고 결의를 했습니다."


[피플] SKT 최연성 감독 대행 "미래와 싸워 이기겠다"

◆100회 우승이 목표
감독 대행이긴 하지만 SK텔레콤 T1 스타2 팀의 리더로서 최연성의 목표는 100회 우승이다. 프로리그라는 단체전에서 100번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100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크고 작은 개인리그에서 소속 선수들을 우승시킨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최 감독 대행의 설명이다.

최연성은 조훈현 9단의 프로필을 예로 들었다. 크고 작은 대회에서 우승한 것만 봐도 스크롤의 압박이 일어날 정도로 많이 우승했고 그렇게 되고 싶다고 했다. 이미 선수 생활을 접었기 때문에 스스로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는 없지만 좋은 선수를 육성해낸다면 지도자로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스타2는 스타1과 달리 국내외 대회가 참 많이 열리더라고요. 가능한한 많은 대회에 SK텔레콤 선수들을 출전시킬 생각입니다. 전세계에서 열리는 각종 스타2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우승한다면 지도자인 제 타이틀에도 경력 사항을 한 줄 추가시킬 수 있겠죠."

최연성이 선수들을 육성하는 기본 방침은 자율이다. 면담을 자주 진행하면서 선수들이 스스로 연습량과 목표를 설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감독과 코치가 정해주는 연습은 선수들에게 부정적인 요인을 제공할 수 있지만 자발적으로 세운 계획은 스스로 지켜야 하는 규칙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선수 생활을 할 때 마음에 내키지 않는 연습하게 되면 시간 떼우기가 되어 버려요. 누구의 지시에 의해, 누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연습은 기량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선수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감독과 코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목표가 100회 우승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최연성이 만드는 팀에 대한 그림은 우승한 뒤 모두가 웃는 게임단이다. SK텔레콤 T1이 프로리그에서 수 차례 우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행복하게 웃은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는 경쟁이 너무나 심했고 상처가 많았던 것을 경험했기에 최 감독 대행은 "모두가 우승에 기여하고 함께 웃는 팀"을 일성으로 내세웠다.

"우승이라는 결과는 갈등을 덮는 눈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여러 갈등이 있지만 우승하고 나면 일시적으로 덮이는 것이지요. 바꿔서 말하면 우승하지 못하면 갈등은 모두 겉으로 드러납니다. 제가 추구하는 팀은 최고의 자리에서 모두가 웃는 팀입니다. 모두가 함께 준비하고 성과를 모두가 공유하면서 행복한 팀이 SK텔레콤 T1이 되리라 믿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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