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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EG 박진영 "게이머 아니면 아나운서 됐을 것"

[돌직구] EG 박진영 "게이머 아니면 아나운서 됐을 것"
EG 박진영은 과거 TSL 소속일 때부터 저그 잡는 프로토스로 유명했지만 테란 전 때문에 개인리그에서 발목을 잡혔다. 지난 해 열린 핫식스 GSL 시즌4 16강이 최고 성적.

하지만 북미 프로게임단 EG로 이적한 뒤 프로리그에 꾸준하게 참가하면서 문제점이었던 테란전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WCS) 시즌2를 앞두고 지역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변경해 화제를 모았던 박진영은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1라운드를 통과하는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였다.

팬들이 직접 질문을 하는 '돌직구'의 이날 주인공은 '노래하는 게이머' EG 박진영이다.

Q 안녕하세요. '돌직구'의 두 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됐습니다. 기분이 어떠신지요.
A 좋습니다. 재미있게 임하겠습니다.

Q 숙소에서 시도 때도 없이 노래를 부른다고 하더군요. 이런 행동들이 본인 노래 실력에 도움이 됐나요?
A 그런 것 같아요. 노래 부르는 것을 어릴 적부터 좋아했어요. 숙소에 들어갔지만 잘 안 고쳐지더라고요. 그래도 이런 행동 때문에 노래를 잘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그렇다면 숙소에 있던 동료들은 반응이 어땠나요?
A 예전 일리예스 사토우리가 한국에 있을 때 제게 노래를 잘한다고 칭찬해줬어요.

Q 최근 일리예스가 은퇴를 했는데 많이 아쉬울 것 같아요.
A 정말 아쉽죠. 해외 선수 중에 저와 술을 많이 마신 선수 중에 한 명이거든요.(웃음) 취하면 술버릇이 좋지 않긴 했지만 재미있는 선수였어요. 대회에서 못봐서 아쉬워요. 스타크래프트2:자유의 날개에서 잘하던 선수였는데 스타크래프트2:군단의 심장(이하 스타2) 들어와서 부진했잖아요. 만약 해외 선수가 잘하면 스타2도 홍보되고 팬들도 환호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는데 최근 그런 것들이 사라져서 아쉽네요.
WCS 챌린저리그 예선 참가 모습
WCS 챌린저리그 예선 참가 모습

Q WCS에서 한국으로 지역을 변경해 화제가 됐어요. 역발상이라는 평가가 많은데요. 계속 도전할 생각인가요?
A 일단 올해는 지역 변경을 할 수 없고요. 내년에는 잘 모르겠어요. 한국에서 도전하는 것이 저한테 연습이 잘되고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EG와의 계약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재계약을 하면 미국으로 건너갈 생각도 갖고 있거든요.

Q 미국에 가고 싶은 이유라도 있나요.
A 저를 위해서 미국행을 택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게이머로서 특별한 성적을 낸 적이 없고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번 것이 아니에요.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살다가 군대에 가는 것보다 미국에 가서 영어 공부를 하면서 게임을 함께 한다면 미래를 위한 무기를 하나 갖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한 단계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거든요.

Q '폴트' 최성훈 선수도 유학과 게이머 생활을 병행하잖아요.
A 제가 최근에 손목 부상으로 고생을 하고 있거든요.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차피 EG의 장점이 미국에 숙소(샌프란시스코에 위치)가 있다는 거잖아요. 아직 팀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미국으로 건너갈 생각도 하고 있어요.

Q WCS 미국과 한국, 어느 지역이 더 수월한가요?
A 모든 분들이 다 알지만 미국이 쉬워요. 더불어 한국 선수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반면 유럽에서 하면 미국과 달리 랙이 심하기 때문에 예선을 치르기 힘들어요.

Q 학창 시절 전교 4등을 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A 꾸준히 상위권이었던 것은 아니에요.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할까요? 한 번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때가 프로게이머를 지망하기 1년 전일거에요. 꾸준히 해야 하는데 한 번 했으니 다른 것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놀다보니 성적이 많이 떨어졌죠.

Q 전교 4등을 했으니까 1등을 목표로 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요.
A 사실 그런 목표는 없었어요. 다니던 학교에 인원이 적어서 그런 성적이 가능했거든요(웃음).

Q 팬들이 이런 질문도 보냈어요. 본인 외모에는 만족하는지, 만약 만족한다면 점수를 매겨달라고 하네요.
A 키가 커서 대체적으로 만족하지만 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체중이 많이 불었어요. 몸무게에 만족하지 못해요. 살이 빠지면 만족도가 높아질 것 같네요. 최근에 운동을 계속했는데 손목이 안 좋아졌고 발목까지 다치면서 운동을 하지 못했어요. 손발목이 나은 이후에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 만족하는 체중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Q 만약 프로게이머를 하지 않았으면 어떤 직업을 선택했을 것 같아요?
A 저는 말하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아버지도 언변이 좋으시죠.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아나운서를 선택했을 것 같은데요.

Q 로또 1등에 당첨된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나요?
A 상상만 해도 흐뭇한 일이죠.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부모님 드리고 나머지는 제가 쓸 건데요. 건물을 구입해서 임대료를 받을 계획입니다.

Q 의외인데요. 대부분 사람들은 사업을 한다고 할 것 같은데 (박)진영 선수는 건물을 구입한다는 것이.
A 제가 아마추어 숙소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부모님께서 저를 위해 정말 많이 희생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 때부터 경제관념이 생기기 시작했죠. 사업을 해서 돈을 더 벌 수도 있겠지만 삽시간에 망할 수도 있잖아요. 건물 임대업을 통해 꾸준히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롱런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Q 최근에 전략적인 플레이가 늘었습니다. 연구한 결과인지 아니면 즉흥적인 선택인지 궁금하군요.
A 프로리그를 하면서 손목이 안 좋아졌어요. 그러면서 연습량이 예전보다 줄어들었죠. 개인리그와 달리 프로리그는 단판제라서 상대방을 분석해서 경기를 준비한다면 수월할 것 같아 전략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Q 프로게이머 중 인맥이 가장 넓은 것 같은데 비결이 있나요?
A 낯을 안 가리는 스타일이에요. 다른 사람들에게 잘 다가가고 좋아하는 사람은 쉽게 마음도 열기도 하죠. 인맥은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 시절, 팀을 많이 옮겨서 그래요. 처음에는 삼성전자 칸에 있었고 8개월 정도 쉬다가 화승 오즈로 이적해서 준프로 자격을 획득했어요. 이후 드래프트는 MBC게임 히어로를 통해 발탁됐죠. 그러다 보니 저절로 인맥이 늘어났죠.

Q 프로게이머로서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A 예전에는 최연성 선수였지만 지금은 (이)제동이 형이에요. 화승 때도 지냈고 EG에서도 같이 생활했잖아요. 화승때는 자기 관리가 철저해서 왜 스타1 톱클래스인지 알 수 있었고 스타2 초반에는 부진했지만 최근 기량이 급상승하는 것을 보면서 왜 성공한 게이머인지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숙소에서 같은 방을 썼는데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또 심야 영화를 보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Q 남자 두 명이서 영화를 보는 것이 이상할 것 같아요.
A 이상한가요? 저나 (이)제동이 형이나 혼자서 영화보는 것을 좋아해요. 친해지다보니 같이 보러다니게 됐어요. 맥주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분을 다졌죠.

Q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A 제동이 형이 이 인터뷰를 보면 삐칠 수 있는데. 언젠가 '감시자들'을 보러 갔어요. 제동이 형이 영화표를, (김)학수 형은 팝콘을 사기로 했어요. 그런데 티켓을 못 사는 거에요. 제동이 형이 5분 동안 이 돈을 넣었는데 표가 나오지 않는 거였죠. 제동이 형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때까지 표를 못 뽑았죠. 정말 당황하더라고요. 나중에 알고보니 돈 나오는 곳에 돈을 넣고 있었던거죠. 그 때 정말 웃겼어요.

Q 박진영에게 스타크래프트란?
A 스타크래프트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죠.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었지만 프로게이머를 하게 됐고 행동가짐도 조심스러워졌어요. 밖에서 살면서 성숙해진 것도 있고요. 도움이 많이 됐죠.

Q 박용운 감독이 떠나서 아쉬울 것 같아요.
A 박용운 감독님은 열정이 있고 멋있는 분이었어요. 이런 감독님과 함께한다는 것이 영광이었죠.
[돌직구] EG 박진영 "게이머 아니면 아나운서 됐을 것"

Q 동료 중에 가장 친한 선수는 누군가요?
A '리바이벌' 김동현 선수에요. MBC게임 시절부터 생활했고 휴가 때도 술 한 잔 할 수 있는 친구에요. 해외 선수 중에서는 꼽기 힘들지만 '토르제인' 마르커스 에클로프, 리퀴드 '스누트' 얀스 아스가드를 들 수 있어요. 마르커스 선수는 스웨덴으로 돌아갈 때 통역에게 도움을 받고 영어 작문을 해서 1, 2분 이야기를 했는데 한국 생활이 즐거웠다고 했어요.

Q 가장 뿌듯했을 때와 실망스러웠을 때가 있었나요?
A 대부분 선수들이 게이머로서 처음 상금을 받았을 때라고 하겠지만 저는 커리지 매치를 통과했을 때와 스타크래프트2로 전향한 뒤 개인리그 예선을 통과했을 때에요. 당시 스타1으로서 성적을 못내고 은퇴를 고려했지만 두 가지 일을 성취하면서 스타2 게이머로서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됐죠.

실망스러웠던 일은 방송 경기에서 테란전 15연패를 했을 때에요. 그 때가 가장 부끄럽고 제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저그전이 12연승이었는데 테란전도 연습때는 못하는 실력이 아니었거든요.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것 같아서 자책을 많이 했어요.

Q 커리지 매치와 무슨 인연이 있나봐요.
A 정말 준프로 자격증을 획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게임을 17살때부터 했는데 2년 동안 도전해도 물을 먹었죠. 15~16수 만에 우승을 차지했는데 기분이 남달랐어요.

Q 그래도 최근 테란전을 보면 잘하는 것 같아요.
A 작년 3월 테란전 첫 승을 거뒀고 6월 '토르제인' 선수에게 다전제에서 승리했어요. 그 때 테란전 트라우마가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에요. 프로리그에서도 많이 승리하면서 자신감이 붙었어요.

Q 프로토스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A 스타1부터 프로토스를 시작헀어요. 이유는 없지만 건물이 예쁘고 병력도 소수일 때 강력하거든요.

Q 만약 다른 종족을 선택했다면요.
A 테란을 했을거에요. 스타2를 처음 시작할 때 프라임 (이)정훈이가 테란을 하라고 권유했거든요. 당시 프로토스가 약했지만 스타1 하던 것이 있어서 시작했죠. 혹시라도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이)정훈이 이야기를 들었을거에요.

Q EG로 와서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A 정말 많이 변했어요. 해외 대회를 20번 정도 나가면서 로망이 깨졌지만 해외 팬들과 영어로 대화를 하면서 세상이 넓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EG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Q 그러고보니 해외 대회 성적이 부진하네요.
A 작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는데 검정고시를 준비하느라고 연습할 시간이 없었어요. 손목도 안 좋아졌죠. 그만큼 노력을 안해서 성적이 안 나온 것 같아요. 11월 드림핵 윈터에 출전하는데 그 대회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Q 앞으로 목표가 있나요?
A 은퇴 전에 대회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은퇴 후에는 박진영이라는 게이머가 많은 팬들에게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할 거에요.

Q 오늘 질문은 몇 점 줄 수 있나요?
A 70점 정도?


[데일리e스포츠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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