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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홍민기 '신이라 불리는 사람들'

이영호-홍민기 '신이라 불리는 사람들'
'스타神' 이영호와 'LOL神' 홍민기의 만남

신(神) 종교의 대상으로 초인간적, 초자연적 위력을 가지고 인간에게 화복을 내린다고 믿어지는 존재.(네이버 국어사전)

대표적인 신인 하느님은 우주를 창조하고 주재하는 초자연적인 절대자로 기록되어 있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는 최고의 신으로 군림하면서 천지의 모든 현상을 주재하고 인간 사회의 정치, 법률, 도덕을 만든 존재로 그려집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신은 인간을 넘어서는 믿음의 대상입니다.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하지요.

이영호-홍민기 '신이라 불리는 사람들'

e스포츠계에 족적을 남겼던 인물들은 다양한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e스포츠의 아이콘'이었던 임요환은 '황제'라는 칭호를 받았고 박정석은 '영웅', 홍진호는 '폭풍', 이윤열은 '천재'라고 불렸습니다. e스포츠 초창기 이 선수들이 이룬 업적이 대단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별명이 주어졌는데요. 공통점이 있다면 사람이 이룰 수 있는 직책, 직업, 특성이 닉네임으로 매겨졌습니다.

매거진S를 통해 만날 두 선수는 인간에게 내려진 별명이 아니라 '신(神)'급 닉네임을 갖고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와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에서 최고의 선수로 입지를 굳힌 KT 롤스터 이영호와 새롭게 'e스포츠의 대세'로 떠오르는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CJ 엔투스 프로스트의 홍민기입니다.

◆'황금의 신' 이영호
이영호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겠습니다. 이영호는 스타크래프트라는 종목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대기록들을 남겼죠. 2007년 프로게이머로 정식 등록된 이영호는 한 달도 되지 않아 스타리그 16강 본선에 진출하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다음 스타리그 2007이었는데요. 그 대회에서 4강에 들면서 무서운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영호의 당시 나이가 만 14세였기 때문이지요.

이후 1년 뒤 이영호는 스타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합니다. 2008년 3월에 열린 박카스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송병구를 3대0으로 완파하면서 만 15세의 나이로 최연소 스타리그 우승자의 반열에 오릅니다.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고 향후에도 깨질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기록으로 꼽힙니다.

박카스 스타리그 우승 이후 잠시 주춤했던 이영호는 개인리그보다 프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8 시즌에서 다승왕에 오르면서 역대 최연소 프로리그 다승왕 타이틀을 얻었고 08-09, 09-10 시즌까지 3회 연속 다승왕을 차지했습니다. 09-10 시즌에는 만년 2위팀으로 꼽혔던 KT 롤스터에게 프로리그 우승이라는 영광을 선사하기도 했지요.

이영호-홍민기 '신이라 불리는 사람들'

프로리그 상승세를 이어받은 이영호는 2010년 열린 스타리그와 MSL의 개인리그 결승전에 모두 출전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리고 스타리그 3회, MSL 3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스타리그와 MSL에서 동반 3회 우승을 달성한 선수는 지금까지 2명밖에 없었습니다. 이영호 이전에 이와 같은 성과는 이윤열만이 냈습니다.

이영호는 이윤열이 해내지 못한 WCG 우승과 실내무도 아시아 경기대회 우승을 통해 금메달을 추가했죠. e스포츠계에서는 이영호의 성과를 놓고 '골든 그랜드 슬램'이라 부릅니다. 스타리그 3회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골든 마우스, MSL 3회 우승의 금배지, 그리고 WCG 우승과 실내무도 아시아 경기대회 1위에게 주어지는 금메달을 휩쓸면서 스타1에서 얻을 수 있는 금 제품을 싹쓸이했기 때문이죠.

한 줄로 정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성적을 낸 덕에 이영호는 'God(갓)'이라고 불립니다. '최종병기'라는 별명도 있지만 이영호가 스타1에서 거둔 성적을 보면 '갓영호'라는 평가가 자연스럽게 뒤따라 오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티빙 스타리그를 끝으로 현역 프로게이머들이 출전하는 스타1 대회는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영호 또한 스타2로 종목을 바꾸면서 적응기를 갖고 있는데요. 스타2만으로 오롯이 열린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12-13 시즌에서 42승을 기록하면서 다승왕에 올랐죠. 스타1에 이어 스타2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영호는 앞으로 개인리그 우승에 도전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스타2에서도 또 한 번의 '황금의 신'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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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기 "서포터의 신? LOL의 신!"
LOL이라는 유령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습니다. 2011년 겨울 한국에 정식으로 서비스된 LOL은 불과 2년만에 한국의 e스포츠 지형을 바꿔 놓았습니다. 한국 e스포츠 팬들은 그동안 스타1을 보면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그리고 1대1로 진행되는 경기에 매료됐는데요. LOL이 인기를 얻으면서 AOS라는 새로운 장르, 5대5로 펼쳐지는 게임의 묘미를 새로이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LOL을 통해 홍민기라는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를 '신격화'하기 시작했습니다. LOL이라는 유령이 홍민기를 통해 신으로 거듭났다고 해야 할까요.

홍민기의 포지션은 서포터입니다. 원거리 딜러를 보좌하면서 성장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하면 '도우미'이지요. 원거리 딜러로 선택되는 챔피언들은 공격력이 센 대신 체력이 낮습니다. 또 공격력 극대화를 위한 아이템을 먼저 장착해야 하기에 이동 속도를 높이거나 방어력을 높일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거리 딜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주는 포지션이 바로 서포터입니다.

LOL을 플레이하다 보면 서포터는 멸시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게이머들의 성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가 앞장 서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보직을 맡으려고 합니다. 남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포지션으로 인식된 서포터를 선뜻 나서서 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홍민기는 이와 같은 인식을 개선시킨 인물로 꼽힙니다. 보조 정도로 저평가됐던 서포터 보직이지만 팀의 승리에 결정적인 공헌을 할 수 있는-LOL에서는 이를 두고 '캐리'라고 합니다-위치로 이미지를 바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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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기는 한국에서 처음 열린 LOL 대회인 온게임넷 인비테이셔널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북미 강팀 CLG.NA, 중국 대표 WE 등 해외 팀과 한국 팀들의 대결을 통해 한국의 LOL 수준을 알아보는 자리에서 홍민기는 소나라는 챔피언을 주로 사용하며 MiG가 승승장구하는데 일조했습니다. 소나의 궁극기인 '크레센도'를 사용해서 상대 팀 선수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플레이를 자주 펼쳤고 '매라센도'라는 용어를 만들기도 했는데요. '매라센도'는 홍민기의 아이디인 '매드라이프(MadLife)'와 '크레센도'의 합성어입니다.

이후 홍민기의 소속팀은 장족의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한국에서 열린 LOL 첫 공식리그인 아주부 LOL 챔피언스 스프링 2012에서 결승에 올랐고 다음 시즌인 서머에서는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 대회에서 CLG.EU와 결승을 치른 홍민기의 팀은 1, 2세트를 내주면서 0대2로 끌려갔는데요. 이 때부터 홍민기의 신화가 시작됩니다. 3세트에서 럭스를 택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끈 홍민기는 4세트에서 블리츠 크랭크로 '로켓손 신공'을 펼쳤고 5세트에서는 알리스타의 박치기와 분쇄 콤보를 선보이면서 3대2로 대역전승을 이끌었습니다. 서포터가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준 홍민기는 '매라神'이라고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홍민기가 속한 MiG 프로스트 또한 대한민국의 대표 LOL팀으로 입지를 다졌습니다. 2012년 스프링 시즌 준우승, 서머 시즌 우승을 통해 한국 대표 자격으로 LOL 시즌2 월드챔피언십-팬들 사이에서는 롤드컵이라 불리죠-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인 팀으로 올라섰고 아주부를 지나 CJ에 팀이 인수되면서 CJ 엔투스 프로스트로 거듭났죠. 올림푸스 LOL 윈터 시즌에서는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고 2013 스프링 시즌에서도 4강까지 오른 CJ 엔투스 프로스트는 이번 서머 시즌에도 4강을 확정지으면서 한 시즌도 4강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며 한국 최고의 팀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이영호-홍민기 '신이라 불리는 사람들'


◆신들의 만남
이영호와 홍민기는 공통점이 거의 없습니다. 종목이 다르고 소속팀 또한 다르기 때문에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서로의 명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습니다만 얼굴을 본 것은 이번 '매거진S' 인터뷰를 통해 처음이었습니다. 신들의 만남이라는 컨셉트를 설명하자 "저희가 정말 신(神)인가요? 신인 아니고요?"라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습니다.

낯설어하면서 어색한 시간이 흘렀지만 게임 이야기를 넌지시 꺼내니까 금세 전투적으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Q 이영호 선수와 홍민기 선수 모두 각자의 종목에서 신이라고 불립니다. 알고 계신가요?
이영호=스타1에서는 제가 봐도 좋은 성적을 냈고 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했기에 '갓영호'라고 불린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스타2로 넘어와서는 아직 그렇게 불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평민' 이영호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홍민기='매라神'이라고 부르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과분하다고 생각해요. 이영호 선수처럼 화끈한 성적을 낸 것이 아니기에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에요. 제가 잘한다기 보다는 우리 CJ 엔투스 프로스트 선수들이 잘해줘서 팀이 성적을 냈기에 아직 '신'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Q 홍민기 선수는 스타크래프트를 해본 적이 있나요.
홍민기=컴퓨터를 처음 샀을 때 번들로 스타1이 깔려 있었어요. 딱히 다른 게임을 해본 적이 없어서 자연스레 스타1을 하게 됐죠. 초등학생 때 즐겨 했습니다. 이 종족, 저 종족 헤매다가 테란으로 종족을 정했어요. 메딕이 머린과 파이어뱃 등을 치료해주잖아요. 사실 머린의 공격성보다 메딕의 치료 기능이 더 마음에 들었어요.

Q 홍민기 선수는 그 때부터 서포터의 기질이 있었군요. 이영호 선수는 LOL을 해본 적이 있나요. 항간에는 스타만큼이나 LOL을 잘한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이영호=LOL을 접한 것은 KT가 LOL팀을 만든 이후였어요. 연습실에 새로운 종목의 선수들이 들어왔는데 친해질 계기가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스타팀 선수들이 LOL을 배웠고 LOL 선수들은 스타2를 배웠죠. 라이즈, 이즈리얼 같은 챔피언들이 공격력이 좋다고 추천을 받았고 해보니까 제 적성에 잘 맞더라고요. 스타를 하든, LOL을 하든 킬을 많이 올려서 팀을 이기게 만드는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LOL을 잘한다는 소문은 말 그대로 소문일 뿐입니다(웃음).

Q 어떤 면에서 재미가 있던가요.
이영호=LOL은 포지션이 5개가 있다는 것이 재미가 있었어요. 이전에 스페셜포스 선수들이 우리 팀에 있었는데요. 그 때는 포지션이 2개밖에 없었잖아요. 그 종목도 호흡이 중요했지만 LOL은 각자의 라인에서 자기 일을 하면서 협공을 하고 대규모 전투를 펼치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챔피언도 모두 다른 것을 택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홍민기=저는 스타1에서 테란을 택한 계기가 따로 있었는데요. 임요환 선수가 한참 전성기를 맞으셨을 때 머린 한 기로 럴커를 잡아내는 하이라이트를 보고 나서 곧바로 테란을 주종족으로 삼았어요. 세심한 컨트롤로 사람을 매료시키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Q 홍민기 선수는 LOL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점이 언제인가요.
홍민기=친구를 만나 PC방에서 스타를 하려고 했는데 재미난 게임이 있다면서 LOL을 권해주더라고요. 정확한 시점은 잘 모르겠는데 2010년 9월이었던 것 같아요. 미스포츈이라는 챔피언이 북미 서버에 나왔을 때였어요. 모든 것이 영어로 되어 있어서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은근히 한국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제가 소질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고 막연하게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 때만해도 정말 꿈이었죠.

Q 이영호 선수는 중학교 1학년부터 본격적으로 프로게이머가 되려고 했다고 알고 있는데요.
이영호=FPS 종목인 카운터스트라이크, 레인보우 식스, 메달오브 아너 등 게임을 많이 했어요. RTS는 워크래프트도 한 적이 있거요. 그러다가 스타1이 재미있어서 시작했는데 재미도 있었고 프로게이머라는 길이 잘 닦여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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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평행이론
이영호와 홍민기의 인터뷰를 섭외하고 나서 공통점을 찾으려 무지막지하게 검색을 해봤지만 딱 한 가지밖에 없었습니다. 1992년생 원숭이띠라는 점.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동갑내기를 제외하고는 비슷한 점을 찾기가 어려웠지요.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두 선수는 공통점을 만들어냈습니다. 1992년생들이 e스포츠를 이끌어가는 중추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는 '앰비션' 강찬용과 돌직구라는 놀라운 평행이론이 숨어 있었던 것이지요.

Q 네이버 검색을 열심히 해봤는데 두 선수의 공통점은 거의 없었습니다. 기껏 찾은 것이 1992년생 동갑내기라는 정도?
이영호=스타크래프트 선수들 중에는 1992년생들이 참 많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정윤종, 김준호, 김유진 등이 동갑내기 친구들이이에요. 예전 선배들을 보면 1986년생들이 한 라인으로 묶인 적이 있는데요. 지금은 '92 라인'이 대세죠. 이 선수들 모두 각자의 팀에서는 중견급으로 활약하고 있죠.
홍민기=우리 팀에도 1992년생이 꽤 있습니다. 블레이즈의 중단을 맡고 있는 '앰비션' 강찬용, 상단 담당 '플레임' 이호종, '헤르메스' 김강환이 동갑내기 친구들이에요. 아주 나이가 많은 '클라우드 템플러' 이현우 선배와 한 살 위인 '샤이' 박상면 선배를 저희가 떠받들고 있죠.

Q 강찬용 선수가 1992년생이라고요? 홍민기 선수와 비교하면 한참 나이가 많아 보이던데...
홍민기=강찬용에 대해서는 다들 깜짝 놀라시죠. 나이에 비해 과묵한 편이기도 하고 경기할 때 화가 난 듯한 얼굴 표정이 거의 변하지 않고 끝까지 이어지기에 1992년생이라고 생각하시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강찬용과 이영호 선수의 공통점이 있네요.
이영호=뭔데요?
홍민기=이영호 선수와 강찬용의 목소리가 정말 비슷해요. 중저음 보이스. 인터뷰하기 전에 인사하는데 저는 이영호 선수가 아니라 강찬용이 와서 앉아 있는 줄 알 정도였어요.

Q 강찬용 선수가 CJ 엔투스 LOL팀 안에서 호랑이로 알려져 있던데요.
홍민기=맞아요. 무섭죠. 평상시에는 말수도 적고 묵묵히 게임하는데 갑자기 '돌직구'를 날려요. 지적할 때 에둘러 표현하지 않아요.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또 다시 게임에 집중해요. 중저음 보이스로 돌직구 날리는 걸 보면 같은 팀이 아닌 게 가끔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홍민기는 프로스트, 강찬용은 블레이즈로 팀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이영호=저도 돌직구를 자주 던지는 편이에요. 누군가가 게임에 대해 조언해달라고 하면 아프게 설명해요. "이러이러해서 못한다", "네 위치를 알아야 한다", "못 이기는 방식만 택한다" 등등 예리하게 지적하죠. 돌직구를 날릴 때는 이유가 있어요. 제가 이 선수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친할수록 진실되게 돌직구를 던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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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영호 선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홍민기 선수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생각을 했겠군요. 이영호의 가면을 쓴 강찬용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말이죠. 다른 공통 분모를 찾아보죠. 고향과 학교가 겹치지는 않을까요.
이영호=저는 대전이 고향이고 중학교 때 서울에 올라와서 팀 생활을 하면서 방배중학교와 서울 디지텍 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홍민기=저는 서울 토박이이고요. 중학교 때부터 검정고시로 통과했어요.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데 이건 묻지 말아주세요.

Q 프로게이머가 아닌 인간, 남자로서의 매력 포인트를 자랑한다면 무엇일까요.
이영호=저는 솔직하고 꾸밈 없어요. 앞서 말한 것처럼 사람을 대할 때에도 돌직구를 잘 던지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제가 그 사람을 정말 위하고 좋아한다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나중에 여자를 사귈 때에도 꾸밈 없고 정직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홍민기=저는 백지 같아요. 색깔이 없죠. 낯을 많이 가리고 부끄러워합니다. 어린애들이 어른들을 보면 일단 낯설어하는 것처럼요. 현실 세계에서는 수줍음이 많은 편입니다. 남이 다가와주지 않으면 다가서지 못하지요. 친해지면 많이 웃을 줄도 하는 사람입니다.

Q 이영호 선수나 홍민기 선수의 부모님이 자주 방송 화면에 잡혔어요. 이영호 선수는 개인리그 결승에 워낙 자주 갔기에 기자들도 대부분 알고 있고요. 홍민기 선수는 어머니께서 경기 현장에 몇 번 오셔서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을 봐서 인상 깊었어요.
이영호=아버지를 TV 화면으로 보신 분들은 '영호 아버지가 정말 엄격한 분이실 것이다'라고 예상을 하세요. 그런데 사실 아버지는 제게 관대한 편이셨어요. 제가 큰 실수를 할 때에만 청학동 훈장님께 받아오신 매를 드시죠(웃음). 더 무서운 분은 어머니세요.
홍민기=어머니가 자주 경기장 와서 보시죠. 제가 프로게이머를 처음 했을 때에는 어머니께서 경기장에 오시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어요. 경기석에 앉는 것도 떨렸는데 가족이 저를 응원하기 위해 와 있다는 생각까지 들면 더욱 떨렸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어머니가 오셨을 때 제가 성적을 잘 내더라고요. 그리고 방송 인터뷰에서 "어머니 사랑합니다"라고 말한 뒤로는 마음이 훨씬 편해졌어요. 어머니도 이제 더 이상 울지 않으시고요. 저를 믿어주시는 것 같아요.

Q 네이버 같은 검색 사이트에 자신의 이름을 쳐본 적이 있나요. 혹시 연관 검색어 가운데 기억이 남는 것은 무엇이었나요.
이영호=연관 검색어에 제 이름이 1등 되어 있을 때 들어가 본 적이 있어요. 한참 이제동 선배와 결승전을 치렀을 때였던 것 같은데 저는 연봉이나 갓영호 같은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이제동이라는 이름이 들어오더라고요. 2010년 이제동 선배와 결승전에서 계속 만나다 보니까 연관 검색어도 지겨워지더라고요. 이제동, 리쌍 이런 단어들이 지긋지긋했어요. 그런데 스타2로 전환하고 보니까 그 이름이 그립고 정겨워졌어요. 또 드리머라는 단어도 뜬 적이 있는데요. 프로게이머들의 일대기 같은 것을 화면에 담은 프로그램이에요. 격납고 결승전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준우승하긴 했지만 지금보다 더 당당했어요. 옛 영광에 취할 것 같아서 보지 않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되돌아 보니까 힘이 솟더라고요.
홍민기=작년에 서머 시즌 챔피언스에서 우승하고 나서 윈터 시즌 프로필 촬영에 들어갔을 때 촬영을 기다리다가 동료 중 한 명이 "네이버에 홍민기를 치니까 나오더라"라고 이야기했어요. 저도 검색해봤는데요. 옛날 MiG 시절의 사진들이 나왔어요. 카페, 블로그 등 글들이 많더라고요. 연관 검색어로 '매라신', '알리스타', '블리츠크랭크' 등이 나오니까 신기했어요. 모두 읽어봤고 기분 좋았습니다. 저를 이렇게 봐준 것만으로도 기분 좋았어요. 그런데 단점도 있더라고요. 계속 읽다 보니까 저를 칭찬하는 말만 보게 되는 거에요. 그래서 거만해지면서, 정신력이 약해질 것 같아 접었습니다.

Q 같은 또래 친구들은 한창 대학 생활을 즐기고 있을텐데 프로게이머를 택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나요.
이영호=대학생들이 부럽죠. 학교 다니고 소개팅, 미팅도 하고 여자친구를 사기는 모습을 보면 부럽습니다. 저도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은 때가 있어요. 친구들이 소개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도 부러웠죠. 프로게이머들은 시간이 넉넉지 않거든요. 여러 대회가 겹쳐 있을 때면 연습 시간만으로 모자라죠. 시즌이 끝나고 나면 뭘하면서 쉬어야 할지 잘 몰라요. 지난 5일부터 제가 1주일 동안 휴가를 받았는데요. 이틀을 연습실에서 허송세월을 보냈어요. 사실 노는 법을 잘 몰라요.
홍민기=저도 소개팅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대학에 다니면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동갑내기들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저는 저 나름대로의 길을 가고 있잖아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가졌고 연봉을 받으면서 그들보다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동료들이 워낙 좋아서 사회성도 잘 키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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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과거, 현재에 충실하겠다
이영호는 스타1의 인기가 정점에 올랐을 때 데뷔했습니다. 스타1에서 '갓'이라는 평가까지 받아낼 정도로 게임과 함께 인기를 얻었지요. 스타1의 쇠락도 경험했지요. 승부 조작이라는 좋지 않은 일로 인해 팬들이 떨어져 나가고 기업팀이 게임단 운영을 포기하는 것도 지켜봤지요. 스타2로 종목이 바뀌는 과정에서 먼저 시작한 선수들을 따라잡기 위해 죽어라 노력했고 지금도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스타2에서 아직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기에 더욱 땀을 흘리고 있지만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홍민기는 LOL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홍민기를 응원하고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날로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지요. 그렇지만 LOL을 즐기는 이용자들의 문화가 아름답지만은 않기에 고민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이 바라보는 e스포츠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고 있을지 물었습니다.

Q 스타1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었지만 스타2는 아직 그 때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프로게이머로서 두 가지의 경험을 모두 해본 이영호 선수의 느낌은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들과는 다를 것 같아요.
이영호=아쉽습니다. 스타1의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에는 매 경기 나서는 것이 즐거웠지요. 지금은 그 때의 기분을 못 느끼고 있어요. 스타1이 그립기는 하지만 돌릴 수는 없는 거잖아요. 과거의 영광에 싸여 있기 보다는 스타2를 당시의 인기 반열에 올려 놓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겠죠.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민기=저는 LOL이 이렇게 성장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2010년 LOL을 처음으로 시작했을 때 게임이 재미있어서 계속했던 것이고 MiG라는 팀에 들어갔을 때에도 뜻이 잘 맞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국내 대회가 있어서 대회 출전한 것 뿐인데 팀이 정식으로 만들어지고 지금처럼 잘 될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Q 지금의 대회 시스템이 바뀌기를 바라는 의견도 있을 것 같아요. LOL 대회의 상금 규모가 훨씬 크잖아요. 프로게이머라면 자신이 종사하는 종목의 상금 규모가 가장 크길 바랄 수도 있는데 이영호 선수 생각은 어떤가요.
이영호=스타2로 전환했는데 대회 규모가 확실히 커져야 할 것 같아요. 롤드컵은 전세계적으로 광고를 하고 롤드컵에서 우승하면 수십억을 가져간다고 알리잖아요. 그러면 선수들도 목표 의식이 분명해지지요. 2013년부터 도입된 WCS 체제도 상금 규모를 키우고 선수들에게 더 자극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홍민기=저도 시즌2 롤드컵에 나갔을 때 사람들의 관심이 자연스레 제가 참가하는 대회에 쏠리는 것을 느끼면서 굉장히 흥분됐어요. 제가 하는 일에 자부심도 느꼈고요. 단순히 상금 때문에 놀라고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회의 규모나 운영 시스템 같은 것이 잘 되어 있었죠.

Q 이영호 선수는 그동안 벌어 들인 수입이 꽤 되잖아요. 세계 e스포츠 상금 순위에서 2위던데요. 그만큼 연봉도 높을 거고요.
이영호=연봉이 높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스타1 때부터 우승을 많이 했고 팀의 명예도 높이 끌어 올렸으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꾸준히 성적을 내기 위해 남들보다 덜 자고 더 연습했어요. 돈 좀 받으니까 성적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기 싫었거든요.
홍민기=게임을 하면서, 직업으로 삼으면서 돈에 대한 생각이 생긴 것은 맞아요. 그리고 어느 정도 목표도 생겼어요. 우선 롤드컵에서 우승을 하고 싶어요. 이것은 돈보다는 명예이고 LOL 선수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목표에요. LOL 선수로서의 최고의 영예를 느껴보고 싶어요. 그리고 이후의 목표는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이지요. 물론 5명이 함께하는 팀 게임이기에 LOL에서 억대 연봉자가 나오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도전해 보려고요.
이영호-홍민기 '신이라 불리는 사람들'


Q e스포츠 팬들의 마음 속에는 광안리 결승전에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관중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2004년, 2005년에 10만 관중이 모이면서 e스포츠가 흥행 콘텐츠가 됐거든요.
이영호=2010년 09-10 시즌 결승전을 광안리에서 치르면서 저는 깜짝 놀랐어요. 2004년이나 2005년만큼은 안된다고 하던데 제가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역대 최다 관중이었어요. 무대에서 내려다 봤을 때 정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모이셨어요. 그 때 '이게 광안리구나'라고 느꼈죠. 관중이 많은 상황에서 경기하는 것은 모든 프로게이머들의 꿈이에요. 힘도 더 나고요. 정말 지기 싫어지죠.
홍민기=2012년 서머 시즌 결승전을 야외인 용산 전쟁 기념관에서 치렀어요. 저희가 역전 우승을 차지했는데 경기 내용도 좋았고 팬들의 환호성도 대단했어요. 결승전은 역시 야외에서 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광안리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결승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 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만 해도 큰 영광일 것 같아요.

Q 두 선수에게 e스포츠란 무엇인가요.
이영호=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에요. 과거에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에요. 저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분야이고 e스포츠가 발전하는 과정에 제가 기여하고 싶어요. e스포츠를, 프로게이머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앞으로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홍민기=지금의 홍민기를 있게 해준 매개체가 바로 게임이에요. 게임이 아닌 공부를 했다면 공부하는 홍민기가 있겠죠. 그렇지만 지금의 저는 프로게이머 홍민기입니다. 게임을 통해, e스포츠를 통해 인생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좋은 선후배, 감독, 코치님 등을 많이 만났어요.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은 믿지 않으려 하시겠지만 제게 게임이 없었다면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Q 혹시 결혼을 한 뒤에 자식들이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나서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이영호=하고 싶다면 시킬 생각입니다. 자식이 하고 싶다고 하면 시켜야죠. 그렇지만 한 가지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프로게이머가 게임만 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요. 즐거워서 하는 게임과 직업으로서의 게임은 확실히 다르거든요.
홍민기=일단 대화를 해볼 거에요. 눈을 떴을 때, 길거리를 걸을 때, 공부할 때, 밥을 먹을 때 등등 생활하기 어려울 정도로 게임 생각이 나고 정말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답을 한다면 저는 시키겠어요. 남들이 프로게이머하는 것이 부러워서 따라 한다고 하면 시키지 않을 겁니다. 호기심만 갖고 덤비면 실패해요. 갈망하고 갈구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이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에요. 직업을 택할 때에도 목적이 있어야 후회하지 않을 거에요.

이영호와 홍민기의 인터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스크롤의 압박을 느끼셨겠지만 앞으로도 더 남아 있습니다. 바로 독자들께서 대신 물어봐달라고 하신 질문들인데요. 5,000개가 넘는 질문들이 왔습니다. 모든 질문에 답을 해드리고 싶지만 그 가운데 선별해서 두 선수에게 7~8개 정도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영호-홍민기 '신이라 불리는 사람들'


◆이영호 "스타2서 종족 변경하려 했다"
Q 과거 스타1 시절의 전성기인 '택뱅리쌍' 세대의 프로게이머들이 멋지게 다시 활약하는 모습을 꼭 보고싶습니다. '최종병기' 이영호 선수는 스타2로 전향하면서 가장 까다로웠거나 당황스러웠던 변화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이영호=경기장에 팬이 줄어든 것이 가장 당황스러웠습니다. 내적인 부분에서는 스타2로 전향하면서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지금도 완벽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저는 스타2를 스타1 하듯이 한대요. 아직까지 저도 캐치하지 못한 부분인데요. 하루라도 빨리 적응해야지요.

Q 과거 천재적인 스타1의 전략과 운영방식은 어떻게 터득하게 된 건가요? 저느 따라 하려해도 안되던데 이영호 선수는 누구한테 배웠고 어떤 마인드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하게됬는지 궁금합니다.
이영호=제가 팬택 EX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을 때 한동훈, 김재춘 선배들과 게임을 많이 했어요. 직접 배운 것보다 그 선배들이 제 문제점을 많이 알려줬어요.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있는데요. 다른 선수들이 모두 자러 간 시간에 두 선배들과 21전 11선승제 경기를 했어요.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내기 상품으로 걸고 죽어라 했죠. 그 때 정말 재미있게 게임을 하면서 실력이 늘었던 것 같아요. 선배들과의 친분도 많이 쌓았고요.

Q 스타1에서 최강 종족이 테란이었고 이영호 선수가 최고의 선수였지만 스타2에서는 프로토스가 득세를 했습니다. 종족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나요?
이영호=지금도 열심히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스타2를 처음 접했을 때 프로토스가 정말 좋은 종족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스타2에서 프로토스의 운영 방법이 스타1 때 테란의 운영 방법과 똑같거든요. 일단 수비한 뒤에 조합을 갖추고 뛰쳐 나가는 것이 똑같습니다. 그리고 최적화도 잘 되어 있고요. 스타2에서 테란이 개선해야 할 점은 바로 메카닉이라고 생각해요. 스타1에서는 테란이 바이오닉을 할지, 메카닉을 할지가 상대 선수들에게 큰 갈등 요소를 제공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100% 바이오닉을 해야 하니까 심리전이나 전략적인 수를 걸 수가 없어요.

Q 혹시 '자'도 협찬 받나요?
이영호=팬들이 자를 선물해주는 것이 유행이 됐을 때가 있어요. 제가 경기하기 전에 30cm 자로 마우스 패드, 마우스 홀더의 높이, 모니터와 키보드의 간격 등을 일일이 쟀거든요. 그걸 보신 팬들이 자를 선물해주셨는데요. 세상에 그렇게 많은 디자인의 자가 있는지 몰랐어요. 하루에 자만 5~6개를 선물 받은 적이 있는데 디자인이 모두 달랐어요.
이영호-홍민기 '신이라 불리는 사람들'


◆홍민기 "프로스트가 베스트 파이브"
Q 홍민기의 손으로 국가대표를 뽑는다면 베스트 파이브는 어떻게 꾸려질까요?
홍민기=프로스트가 베스트 파이브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각 포지션별로 색깔 있는 선수들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막눈' 윤하운 선수의 다이브, '샤이' 박상면의 왕의 귀환 등 스타일이 있는 선수들이 있었고 이들이 모이면 강한 팀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요. 2013년 와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지난 스프링 시즌 결승전에서 MVP 오존이 우승할 때 '옴므' 윤성영이 맡고 있는 상단이 약점이라고들 이야기했는데요. 그 때 윤성영 선수가 쉔과 자크 등 희생하는 챔피언을 택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베스트 파이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베스트 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지금은 CJ 엔투스 프로스트의 구성원 모두가 베스트 파이브이자 베스트 팀입니다.

Q 자신과 잘 맞을 것 같은 원거리 딜러와 맞지 않을 것 같은 원거리 딜러는 누구이고 어떤 챔피언인가요?
홍민기=나진 소드의 '프레이' 김종인 선수와 올스타전을 치를 때 호흡을 맞췄잖아요. 그 때 함께 생활하면서 성격도 좋고 플레이도 다재다능한 선수라고 생각했어요. 잘 맞는다는 생각보다는 편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와 잘 맞는 원거리 딜러 챔피언은 그레이브즈와 코르키 등 폭발적인 화력을 낼 수 있는 챔피언이에요. 서포터로서 어떻게 하면 우리 하단 조합이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할까 고민하는데요. 저는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블리츠크랭크로 일단 당긴 뒤에 그레이브즈나 코르키가 '폭딜'을 넣는 장면을 항상 떠올리죠. 시즌3에서 좋지 않은 챔피언이라 저평가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부활할 것이라 믿습니다.

Q 블리츠 크랭크나 쓰레쉬 등 끌어 당기는 챔피언으로 인상적인 플레이를 자주 하셨는데요. 선호하는 서포터 챔피언이 있나요?
홍민기=레오나를 좋아합니다. 군중 제어기가 세 개나 있는 훌륭한 챔피언이죠. 탈진까지 소환사 주문으로 들고 들어가면 4개나 되네요. 알리스타만큼이나 좋은 챔피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군중 제어기가 한 번 들어가지 않으면 계속 꼬여요. 프로게이머들이 이제는 레오나의 돌진 스턴을 잘 피하거든요. 그래서 쓰기가 애매해졌어요. 그렇지만 큰 무대에서 제 레오나 실력을 한 번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있습니다.

Q 서포터말고 자신 있는 포지션이 있나요?
홍민기=공식 대회에서 자주 나오는 챔피언들은 거의 할 줄 알아요. 특히 라이즈, 쉔, 리 신 등은 솔로랭크에서 쓰기도 합니다. 제 아이디가 CJ 엔투스로 되어 있는데 서포터를 주지 않을 때가 있어요. 중국이나 대만의 프로 선수들이 한국 서버에서 연습을 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에는 말이 통하지 않아서 제가 다른 포지션을 맡기도 합니다. 그 때 가끔 이런 챔피언들을 실전에서 해보지요. 자신 있는 포지션은 원거리 딜러에요. 하단 조합으로 항상 같이 하다 보니까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잘 알고 있죠. 상단 담당도 좋아했는데 박상면과 1대1을 해서 완패한 뒤에는 포기했어요. 제가 리 신에 자신이 있는데 박상면에게 잽도 못 던져보고 졌어요. 그리고 미드는 미니언 사냥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들의 기대 이상으로 자신을 갖고 있어요. 가장 어려운 포지션은 정글러라고 생각해요. 세 라인의 상황을 다 읽어야 하고 상대의 움직임까지 알고 있어야 하거든요. 변수가 너무나 많아서 '클라우드 템플러' 이현우 선배 정도의 전자 두뇌가 아니면 소화하기 어려운 포지션이라 생각합니다.

Q 요즘 프로스트가 경기할 때 홍민기 선수가 화면에 잡히면 환호성이 끊이지 않는데요. 팀에서 질투하는 선수가 있나요?
홍민기=동료들이 반어법을 많이 씁니다. 그 중에서 이현우 선배가 정말 자주 놀리는데요. 경기석에 있을 때에도 함성이 들릴 때가 있는데 '워, 매라신님을 응원하는 분들이 상당히 오셨습니다'라면서 놀리지요. 그리고 그랩을 성공하면 '매라신 무서워서 게임하겠나'라고 하기도 하고 선택과 금지 과정에서 블리츠 크랭크에 마우스를 올려 놓으면 '매라신께서 블리츠 크랭크를 하겠다는데 우리가 어찌 막겠습니까'라고 말씀하시지요. 이런게 다 재미이지요. 그리고 요즘에는 원거리 딜러인 선호산 선수가 이현우 선배를 대신해서 놀리기도 하는데요. 연습 게임 때 저를 놀리면 킬을 안 주고 제가 가져가지요(웃음).

Q 프로게이머로서 이루고 싶은 업적은?
홍민기=이영호 선수가 금으로 된 제품을 모두 갖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LOL 대회는 아직 그런 부상은 없는데요. 챔피언스 3회 우승 팀에게 골든 키보드 같은 것을 주셨으면 해요. 5명의 팀이 하는 경기라 부상이 어려우시면 칭호 같은 것을 붙여줬으면 좋겠어요. 온라인 게임들을 보면 업적 시스템 같은 것이 있잖아요. 평생에 남을, 영원히 간직할 칭호를 달고 싶습니다.
이영호-홍민기 '신이라 불리는 사람들'


[글=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본 기사는 네이버 매거진S에 기고된 이후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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