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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이영호-이제동 "스타2서도 리쌍록 결승 보여주고파"

[창간특집] 이영호-이제동 "스타2서도 리쌍록 결승 보여주고파"
*1편에서 이어집니다.

아직도 팀의 막내 같고 여전히 소년가장 같은 느낌의 이제동과 이영호지만 이제는 4년 전을 추억하며 아련한 표정을 짓는 고참이 돼버렸습니다. 예전에는 로션을 바르지 않아도 탱탱한 피부를 유지했지만 요즘에는 피부 탄력을 위해 안티 에이징 화장품을 따로 챙겨 바른다는 것을 보니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나 봅니다.

4년이 지난 2013년 현재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두 선수의 외모가 아닌 e스포츠 안에서의 위치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던 이영호와 이제동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노력하는 선수들임에는 분명하지만 상대 선수가 이름만 듣고 벌벌 떠는 예전의 '리쌍' 포스가 아닌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 변화가 '리쌍'에게는 어떤 생각을 갖게 만들었을까요? 최고의 위치에 있다가 이제는 최고를 향해 뛰어가고 있는 두 선수의 달라진 상황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현재 그들의 솔직한 마음은 어떤지 들어봤습니다.

◆달라진 위상, 열정은 그대로
스타크래프트2로 종목이 바뀌면서 두 선수의 위치도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이영호=예전에는 위에서 도전자를 기다리는 입장이었다면 요즘은 도전자가 됐죠. 지금은 분명 최강자가 존재하고 최강자가 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확실해요.
이제동=(이)영호는 그래도 톱 클래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저는 아니에요. 아직까지 도전자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부끄럽죠. (이)영호의 경우 개인리그에서만 주춤할 뿐 프로리그에서는 다승왕을 되찾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잖아요. 저는 개인리그뿐만 아니라 프로리그에서도 더 이상 에이스가 아니에요.

최근 많이 힘들 것 같아요. 스트레스도 심할 것 같은데.

이영호=바뀐 환경에서 어려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오랜만에 성취감이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예전에 워낙 높이 있다 보니 외롭기까지 했거든요. 요즘은 점차 성장해가는 제 모습을 지켜보는 일도 재미있어요. 스트레스가 없지는 않지만 즐거운 자극 수준이에요.
이제동=(이)영호는 역시 여유롭네요. 저는 아닙니다(웃음). 솔직히 제가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어요. 지난 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연습을 거의 하지 않았거든요. 다른 일로 스트레스가 심해서 마우스를 잡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힘든 일이 다 마무리된 뒤 게임을 하려고 했더니 이미 다른 선수들은 멀리 가 있었어요. 이제 와 따라가려고 하니 힘들더라고요. 성적은 안 나오고 팬들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해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야 했어요. 사실 지금도 시달리고 있고요(웃음).
이영호=연습을 아예 안 했어?
이제동=응. 물론 조금은 했지만 자유의 날개에서 군단의 심장으로 바뀌는 타이밍에 마우스를 거의 놓았다고 봐야 해. 연습을 안 하니까 당연히 성적이 안 나오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인데 사람들이 '이제 이제동의 시대는 갔다', '이제동은 안 된다'고 말하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돼더라고.

[창간특집] 이영호-이제동 "스타2서도 리쌍록 결승 보여주고파"
이영호=그렇다고 연습을 안 했으니 성적이 안 나온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겠다.
이제동=그러니까. 왜 연습에 몰두할 수 없었는지 모든 이야기를 이제 와서 꺼내는 일도 우습고. 그냥 지금은 열심히 하고 있는 것만 알아줬으면 싶더라고. 지금 성적이 안 나오는 것은 내가 손이 굳어서도, 감이 떨어져서도 아닌 단순히 연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만 팬들이 이해해 줬으면 해.

이유가 있는 부진이었네요. 그런데 원래 프로게이머들은 연습한다고 실력이 바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이영호=맞아요. 연습을 열심히 하면 세 달에서 많게는 여섯 달 이후에 실력이 나오는 사람이 많죠. 바로 성과가 나는 사람도 있지만 오래 가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집중적으로 연습을 하게 되면 여섯 달 이후에는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요. 게다가 (이)제동이형이 예전처럼 연습한다면 조만간 좋은 소식 들리겠는데요?
이제동=알아주니 고마워(웃음). 팬들이나 관계자들도 그런 사실을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연습한다고 곧바로 성적이 잘 나오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제가 연말을 보고 있다고 말한 것도 그 이유에요. 이제 본격적으로 연습하고 있고 예전의 이제동으로 돌아가 열정적으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드리고 있어요. 아직은 성과가 나올 때가 아닌데 주변에서 하도 재촉하니 제가 더 불안해져요.

조용히 믿고 기다려준다면 이제동 선수가 더 연습과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겠네요.

이제동=지금은 그래 주셨으면 좋겠어요. 당장 제가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제 끝났다'는 비난 보다는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라는 생각으로 지켜봐 주세요. 이제동, 어디 안 갑니다(웃음).
이영호=선수 입장에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계속 비난만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힘들어요. 그냥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이 필요한 시기가 있거든요. 저 역시도 그랬고요. (이)제동이형에게는 지금이 그런 시기인 것 같아요.
이제동=역시 프로게이머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은 같은 프로게이머 밖에 없다니까요(웃음).

이영호 선수는 어때요?

이영호=저 역시도 마찬가지에요. 거의 다 올라왔고 정점을 찍는 일만 남았어요. 개인리그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팬들이 조급해 하는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싶네요. 이제 진짜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현재 이신형이 최고의 테란이 맞지만 제가 그 자리를 언제든 노리고 있다는 사실만 기억해 주세요.
이제동=프로리그에서 저렇게 잘하는데 (이)영호는 진짜 기다려 주셔야 해요(웃음).

◆세월이 바꿔 놓은 가치관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구가의 서'를 보면서 갑자기 이제동 선수 생각이 나더라고요. 자나깨나 이연희를 외쳤던 이제동 선수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해요. 1년 전 영상을 보니 이연희씨가 응원 동영상을 보내줬다며 입이 귀까지 찢어질 정도로 좋아했잖아요(웃음).

이제동=다 옛날 이야기랍니다. 예전에는 좋아했는데 지금은 관심이 없어졌어요. 연예인은 그저 연예인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웃음).

[창간특집] 이영호-이제동 "스타2서도 리쌍록 결승 보여주고파"
이영호 선수는 4년 전 영상을 보니 '꼭 미녀와 결혼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강조해서 하더라고요.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 없나요?

이영호=그 꿈 접은 지 오래됐어요(웃음). 여자는 똑똑하고 착해야 해요. 물론 얼굴도 예쁘면 좋겠지만요. 예전에는 얼굴을 80% 봤다고 하면 요즘에는 20% 정도? 여자는 똑똑하고 착해야 말도 잘 통하더라고요.
이제동=특히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가지면 현명하고 똑똑한 여자를 만나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만나주지 않는다고 만날 투정부리는 여자들을 만나면 피곤하거든요. 성적도 자연스럽게 떨어지고요. 그런데 자신의 꿈이 있고 똑똑한 여자는 투정부리지 않더라고요. 자신이 할 일이 있기 때문에 굳이 남자를 만나기 위해 목을 매는 일이 없어요.
이영호=직업이 프로게이머가 아니더라도 현명한 여자를 만나는 것은 나중에 인생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들 어른이 다 됐네요. 이연희 동영상을 보며 좋아하고 예쁜 여자를 만나겠다며 두 주먹 불끈 쥐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어졌군요.

이영호=당연하죠(웃음).
이제동=저희도 많이 컸잖아요(웃음).

이영호 선수가 프로게이머는 막노동하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이영호=정말 바빠요. 쉬는 날도 거의 없고. 팔 수술로 재활훈련을 할 때 한 달 동안 부모님과 산 속에서 생활했는데 정말 좋았어요. 7~8년만에 그렇게 쉬는 것은 처음이었다니까요. 그때 알았죠. 남들에게는 당연한 휴식이 프로게이머에게는 꿈이 돼버렸다는 것을요.
이제동=맞아요. 특히 (이)영호는 더 심한 것 같아요. 현재 가장 잘하는 선수가 누가 되더라도 가장 바쁜 선수는 (이)영호가 맞아요. 경기 일정 소화도 빡빡한데 회사 일정과 이벤트 등을 모두 소화하면 체력이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해요.

그래도 여전히 열심히 하고 있는 두 선수의 모습을 보면 뿌듯한 생각이 들어요. 몇 년째 쉬지도 못하고 말이죠.

이영호=힘들지만 보람되니까요.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있는걸요(웃음).
이제동=다 컸다니까요(웃음).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깨닫고 있네요.

만약 다른 팀을 갈 수 있다면 어디를 가보고 싶어요?

이영호=가정이죠(웃음)? 진짜 가정이니까 하는 말이니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SK텔레콤에 한번 가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정)윤종이랑 정말 친하거든요. 같은 팀에서 게임해보고 싶은 생각이 강해요.
[창간특집] 이영호-이제동 "스타2서도 리쌍록 결승 보여주고파"

이제동=제목 나왔네요. 이영호 "SK텔레콤 가고 싶어요" 파문(웃음)? 이렇게 쓰면 되지 않을까요?

이제 기사 제목도 뽑을 줄 알고 기자해도 되겠어요. 프로게이머 은퇴 하면 언제든 받아줄 테니 데일리e스포츠 기자로 지원해요.

이제동=정말이죠? 기자라는 일도 매력 있는 것 같아요. 한번 해보고 싶긴 한데...
이영호=(이)제동이형은 뭘 해도 잘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절대로 저 '까는' 기사 쓰시면 안 돼요(웃음).

이영호 선수와 정윤종 선수가 그렇게 친한지 몰랐네요.

이영호=엄청 친해요. 해외 대회를 같이 다니다 보니 친해졌죠. 갑자기 그 생각이 나는데 둘이 비행기를 타고 해외 대회를 가다가 갑자기 난기류를 만났는지 비행기가 흔들렸어요. 비상등이 켜지고 안내 방송이 나오면서 모두 앉으시고 안전 벨트를 하라고 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 됐어요. 그때 (정)윤종이가 "돈은 다 쓰고 죽어야 한다"며 자신은 살아야 한다고 기도했죠. (정)윤종이 입장에서는 억울했나봐요(웃음).
이제동=요즘 (정)윤종이가 돈을 좀 벌었나 봐(웃음). 맛난 것 사달라고 해야겠다.

세월이 두 선수를 정말 많이 변하게 만들었네요. 서글프면서도 이게 현실이구나 싶어요.

이영호=저도 지난 인터뷰를 생각해 보니 그러네요. 비슷한 질문이었지만 4년 전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이 느껴져요.
이제동=긍정적으로 생각해주세요.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현실적이게 변한다고 하잖아요. 물론 저는 외모가 변하기도 해서 사람들이 안타까워하지만요(웃음). 성장하고 있는 모습 중 한 부분이니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창간특집] 이영호-이제동 "스타2서도 리쌍록 결승 보여주고파"

마지막으로 두 선수, 서로에게 덕담 한마디씩 해주세요.

이영호=덕담이랄 것이 있나요. (이)제동이형은 알아서 잘 하기 때문에 믿어 의심치 않아요. 어느 순간 우리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높은 곳으로 올라와 있을 겁니다. 항상 응원하고 있을 테니 스트레스 받지 말고 빨리 올라와요. 다시 결승전에서 '리쌍록' 한번 해야죠.
이제동=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에서도 그렇게 많이 당했는데 스타크래프트2에서도 날 준우승시키려고(웃음)? 나도 빨리 올라가기 위해 노력할게. 기다려줘. 멋진 '리쌍록' 한번 만들어 보자.

글=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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