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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이영호-이제동 "4년전 정말 그리워"

[창간특집] 이영호-이제동 "4년전 정말 그리워"
'다시 만난' 리쌍의 첫 번째 이야기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데일리e스포츠 1주년에 대한 기자의 추억은 '즐거운 지옥'이었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뿌듯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그렇게 만든 중심에는 이제동과 이영호, '리쌍'이 존재하고 있죠.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이제동과 이영호였지만 어떤 매체도 둘의 더블 인터뷰를 추진한 적은 없었습니다. 두 선수가 워낙 바쁘기도 했고 둘을 모으는 일은 엄청난 조율과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죠. 데일리e스포츠 1주년 기획 기사 회의를 할 때 “어떻게든 '리쌍' 인터뷰를 하겠다”고 아이템을 냈던 기자는 나중에 엄청난 후회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더욱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땐 미처 몰랐습니다. 맛보기로 올렸던 인터뷰 영상이 큰 화제가 되면서 기자는 두 선수의 인터뷰를 동영상으로 올려달라는 팬들의 협박(?)에 시달렸습니다. 마이크도 준비되지 않은 질이 좋지 않았던 영상을 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꺼려졌지만 팬들은 "그래도 괜찮다"며 끝까지 작업할 것을 독려하기도 했죠.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이제는 '리쌍'이 e스포츠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고 팀에서는 고참이라 불릴 정도로 나이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데일리e스포츠도 어느새 창간 5주년을 맞이했네요.

과연 그때 데일리e스포츠가 고민했던 초심과 '리쌍'이 다짐했던 꿈들이 잘 실현됐을까요? 재창간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오랜만에 e스포츠 최고의 스타 '리쌍'을 다시 만났습니다.

◆4년 전을 추억하며

이렇게 두 선수를 함께 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데일리e스포츠가 창간 1주년 때 처음으로 두 선수를 함께 인터뷰 했는데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네요. 그대보다 다들 나이도 먹고 많은 변화를 겪은 것 같아요.

이영호=저희가 처음 '리쌍'이라는 이름으로 더블 인터뷰를 했던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4년이나 지났다고요? 몰랐어요. 그저 앞에 놓인 경기 준비 하느라 정신 없이 지나간 세월이 4년이나 됐다니 허무하기도 하네요.
이제동=저는 세월을 실감해요. 외모부터 많이 달라졌죠. 저도 늙지 않았나요(웃음)?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요즘 온 몸이 다 쑤신다니까요. 아직 영호가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저만큼만 나이를 먹게 되면 일년, 일년이 다르다는 것을 체감할 거에요.

이제동 선수는 무슨 80대 노인이 말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네요.

이제동=프로게이머 나이로는 노인이 맞죠(웃음).

인터뷰 하기 전에 오랜만에 그때 업로드했던 영상을 봤는데 정말 지금과는 사뭇 다른 풋풋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이영호=그때는 어렸죠. 제가 미성년자였으니까요. 생각도 어렸고요. 처음으로 (이)제동이형과 함께 인터뷰를 한다는 생각에 신났던 기억만 있어요. 사실 친한 선수들끼리도 기회가 없어 잘 만나지 못하는데 이런 인터뷰 덕분에 만남을 가지면 정말 반갑거든요.
[창간특집] 이영호-이제동 "4년전 정말 그리워"
이제동=저도 잊지 못해요. 그때 (이)영호가 프로리그에서 100승을 달성한 날이거든요. 제가 갖고 있던 최연소 프로리그 100승 기록을 깼죠(웃음). 그런데 팀이 져서 좀 우울해했던 것 같아요. 맞나?
이영호=맞아(웃음). 그때는 내가 '소년가장' 시절이었거든. 형이 속했던 화승은 잘나갔을 때고. 화승이라는 이름이 나오니까 정말 오래 전 이야기 같아요.
이제동=소년가장이라며 우울해 하던 모습이 생각납니다(웃음). 그때는 솔직히 좀 귀여운 맛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영호도 성숙했어요.

제가 볼 땐 아직도 이영호 선수는 귀여운 것 같은데 아닌가요?

이영호=귀여울 시기는 지났죠. 기자님이 아이를 낳고 오셔서 그렇게 보이시는 거에요. 저도 프로게이머 나이로 따지면 이제 아저씨죠(웃음).
이제동=귀엽긴요. 징그럽죠(웃음). 솔직히 그 때는 대화 내용도 풋풋하고 상큼한 냄새가 났는데 이제는 속세의 때가 묻어나요.
이영호=형도 많이 늙었어. 그때는 볼살이 통통해서 얼마나 귀여웠는데(웃음).
이제동=내가 귀여웠다고? 설마. 갑자기 기억난다. 그때 네가 귀여웠던 순간을 이야기하라고 했는데 내가 다음 말을 못하고 계속 웃었잖아.
이영호=맞아. 내가 라디오에서 가사 틀리게 노래 부른 사건 말하려다가 혼자 웃음이 터져서 말도 못했잖아. 그때 생각하니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이제동=오랜만에 가서 그 영상 다시 봐야겠어. 그때 기자님이 네가 노래했던 영상 찾아서 붙여 넣어주시는 친절함을 발휘하셨거든(웃음). 오랜만에 기분 전환 좀 해야겠는걸?

두 선수가 나이를 먹긴 정말 먹었나 보네요. 예전에는 두 선수의 답변을 끌어내기가 참 힘들었었는데 이제는 한 마디만 던져 놓으면 알아서 백 마디를 하는 수다쟁이로 변해버렸네요.

[창간특집] 이영호-이제동 "4년전 정말 그리워"

이영호=저희가 그랬나요(웃음)?
이제동=사석에서 둘이 만난 것이 정말 오랜만이거든요. 게다가 이렇게 밖에 나와서 맛난 음식을 먹는 것도 오랜만이라 흥분했나 봐요(웃음).

옛날 이야기를 하니 두 선수 모두 기분이 좋아진 것 같은데요?

이영호=진짜 늙었나(웃음). 예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하고 이런 저런 생각들이 나네요. 힘들었던 기억, 재미있었던 기억, 슬펐던 기억 등 정말 많은 일이 있었구나 싶어요. 그립기도 하네요.
이제동=저 역시도 이상하게 추억에 잠기네요. 최근 힘든 일이 많아서 그런가. 4년 전이 정말 그리워요.

◆'리쌍'의 먹방
오늘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은 장소 사장님이 e스포츠 팬이시라고 하네요. 그래서 특별히 청포도 주스를 주신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리쌍 덕분에 저도 포식하네요.

이영호=청포도가 몸에 좋다고 해서 그렇지 않아도 최근 잔뜩 사서 먹고 있었거든요. 대박인데요?
이제동=진짜 음료수가 기가 막히네요. 맛도 그렇고 건강을 생각한 센스도 그렇고. 매우 만족입니다.

두 선수가 알고 보면 e스포츠계 숨은 먹방의 고수라고 하더라고요. 맞나요?

이영호=어떻게 알려진 거지? 맞아요. 폭식이 제 주특기죠.
이제동=제 먹방은 기자실에 있는 과자를 먹는 사진이 유출되며 많이 알려졌죠. 예전부터 숙소에서 밥해주시는 이모님들이 저를 정말 좋아하셨어요. 밥을 제일 많이 먹었거든요.

이영호 선수는 어떤가요.

이영호=고기를 워낙 좋아해요. 고기만 나오면 폭식을 하게 되요. 경기에서 지고 나면 한규종 코치님과 함께 십만 원어치의 음식을 시킨 뒤 다 먹어요. 음식 값이 감당이 안 돼서 이제는 무한 리필 되는 곳에서 먹죠(웃음). 스트레스 받으면 먹는 걸로 풀어요.
이제동=요즘 하도 먹는 것이 부실하다 보니 먹을 기회가 있으면 잔뜩 먹게 되더라고요. 오늘은 좀 포식하고 가야겠어요.

창간 기획 인터뷰이니까 맛있는 것 많이 시켜도 되요.

이영호=진짜요?
[창간특집] 이영호-이제동 "4년전 정말 그리워"
이제동=음, 여기서 제일 비싼 스테이크가 어디 있나. 갑자기 (김)택용이가 생각이 나네요. 지난 번에 (김)택용이랑 더블 인터뷰 할 때 그 집 가게에서 제일 비싼 스테이크를 시켰잖아요(웃음).

생각나네요. 그날 수 억 깨졌죠. 하하하.

이영호=진짜? (김)택용이형이 스테이크가 먹고 싶었나.
이제동=솔직히 진짜 시킬 줄 몰랐거든. 근데 시키더라고. 깜짝 놀랐다니까. 나는 개인적으로 스테이크를 좋아하지는 않아서 다른 것을 시켰는데 (김)택용이형의 용기에 깜짝 놀랐어(웃음).
이영호=그럼 형도 오늘 시켜봐.
이제동=난 입이 싸서 그런 고급 음식은 안 맞는다니까(웃음).

먹는 것에 비해 이제동 선수는 살이 찌는 편은 아닌가 봐요.

이제동=그런 것 같아요. 최근에는 잘 먹지 못해서 빠진 거고요. 예전부터 먹는 양에 비해 살이 많이 찌는 편은 아니었어요. 운동을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요.

정말 말로만 들어도 부러운 체질이군요.

이영호=부럽다. 나는 먹는 족족 살로 가는 스타일인데. 그래서 다이어트를 의무적으로 하고 있다니까. 요즘 경기를 자주 지다 보니 폭식을 많이 해서 최근 다이어트를 좀 했어.
이제동=다이어트 하면 (송)병구형이지.
이영호=(송)병구형은 고무줄 몸무게라니까. 살이 엄청 빠졌다가도 갑자기 찌잖아. 요요 현상이 생활화된 것 같아. 그런데 요즈은 아예 다이어트를 안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동=그래도 다이어트를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하는 것 같아 부럽기도 해. (송)병구형에게 몸무게 5킬로그램은 자고 일어나면 없어지는 것 같아.

이영호 선수도 의외로 다이어트의 신이라고 하던데요.

이영호=잘 알려지지는 않았는데 (송)병구형 못지 않죠. 살이 좀 쪘다 싶으면 다이어트를 하는데 일년에 몇 번 하는 것 같아요. 먹어도 살 안 찌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니까요.
이제동=근데 나도 요즘 살이 좀 찌는 것 같아. 얼굴 살은 계속 빠지는데 군살이 붙는다고 해야 하나. 사람들이 나잇살이라고 놀려서 아니라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맞는 것 같아. 운동을 더 꾸준히 해야겠어.

예전에는 두 선수가 같이 맛난 것도 많이 먹으러 다녔다고 하던데 요즘은 그럴 시간이 없죠?

[창간특집] 이영호-이제동 "4년전 정말 그리워"

이영호=요즘은 서로 바빠서 그러지 못했어요. (이)제동이형은 해외 스케줄까지 소화하려면 장난이 아니거든요. 저도 바쁘고요. 게다가 숙소가 멀어져서 더 만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제동=화승에 있었을 때는 숙소가 가까워서 강남역이나 서래마을에서 만나서 맛난 것도 먹으러 다니곤 했거든요. 요즘은 못 그래서 속상하죠. 세상에서 프로게이머가 제일 바쁜 직업 같다니까요(웃음).

*2편에서 계속됩니다.

글=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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