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입니다.

지난주에는 SK텔레콤 T1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2팀의 기둥 '페이커' 이상혁을 만나봤습니다. 이번 스프링 시즌에 혜성처럼 나타난 이상혁은 넓은 챔피언 폭과 뛰어난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시즌만에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팬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는데요. 하지만 승승장구하다 맛 본 첫 패배는 썼습니다. 4강에서 MVP 오존에게 일격을 당한 이상혁은 섬머 시즌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합니다. '앰비션' 강찬용을 넘어 한국 최고의 중앙 라이너가 되겠다는 이상혁의 행보를 주목해 봅시다.

이번 주 'LOL STAR' 주인공은 KT 롤스터 B '마파' 원상연입니다. 카오스 고수로 이름을 날렸던 원상연은 지난 2011년 겨울 본격적으로 LOL을 시작했는데요. 매 시즌을 거듭할수록 원상연의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지난 윈터 시즌에서는 발군의 실력을 뽐냈죠. 비록 공격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원상연의 서포터 본연에 충실한 지원 능력과 수비적인 플레이는 정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번 스프링 시즌에서 원상연은 좌절감을 맛봤습니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KT 롤스터 B가 8강에서 탈락한 것이죠. 게다가 NLB 4강에서는 나진 소드에게 0대3 패배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두 번의 완패가 원상연에게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하는데요. 원상연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보완해 섬머 시즌에서는 최고의 서포터 자리에 오르겠다고 합니다.

그럼 KT 롤스터 B의 브레인, '마파' 원상연과의 대화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안녕하세요. 축 쳐져있을 것 같았는데 표정이 밝아서 다행이에요(웃음).

원상연=한없이 추락하고 있는 KT 롤스터 B의 서포터 '마파' 원상연입니다(웃음). 이제 올라갈 길만 남았어요.

최근 아토피로 고생했다고 들었는데 좀 괜찮아요?

원상연=지금도 썩 좋지는 않아요. 원래 피부가 약해요. 최근에 뭘 잘못 먹었나봐요(웃음). 아토피가 원래 완치가 안되잖아요. 괜찮다가도 다시 재발해요.

연습이나 경기하는데 지장이 있을 것 같은데요?

원상연=신경은 쓰이죠. 가끔 집중을 못할 때도 있지만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에요.

'카카오' 이병권 선수가 다시 B팀으로 왔어요. 어때요?

원상연=(이)병권이가 돌아오자마자 내전도 해보고 다른 팀과 연습 경기도 해봤는데 확실히 달라요. A팀에서 멘탈을 수련하고 왔는지 훨씬 잘하더라고요(웃음).

A팀은 '제로' 윤경섭 선수를 제외하고 모두 교체가 됐어요.

원상연=전부 성격이 다 좋아서 금방 친해졌어요. 특히 (윤)하운이형의 리더십이 눈에 띄더라고요. 첫 날 연습 경기에서는 우리가 압도적으로 이겼어요. 근데 하운이형이 진 경기에 대해 브리핑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다시 붙어봤는데 뭔가 달랐어요. A팀의 점점 실력이 향상되고 있는 것 같아요.

항상 B팀이 A팀 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잖아요. 섬머 시즌엔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원상연=경계 대상 1호죠. 성장 속도가 장난이 아니에요.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는 게 몸으로 느껴져요. 또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언제나 형제팀과 경기하는 게 가장 껄끄러워요.



항상 원상연 선수와 얘기할 때 마다 느끼는데 말을 조근조근하게 참 잘 하는 것 같아요.

원상연=그런가요(웃음)? 그냥 거짓없이 솔직하게 다 얘기하는 스타일이에요.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로는 절대 화도 내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에요. 실제 성격이 궁금한데요.

원상연=평상시엔 좀처럼 화를 내지 않지만 유독 게임할 때 화를 내요(웃음). 승부욕이 강해서 지는 걸 정말 싫어하거든요. 게다가 제가 실수해서 지기라도하면 더더욱 화가 나요.

그럼 화가 났을 때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요?

원상연=원래는 스트레스를 쌓아뒀어요. 그냥 시간이 해결해줬죠. 근데 최근 당구장에 가봤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취미 생활을 만들어서 그걸로 풀고 있어요. 사실 (윤)하운이형이 오기 전에는 KT LOL팀 멤버들에게 취미 생활같은 게 없었어요. 근데 하운이형이 주도적으로 당구장도 가자고 하고 치킨집에 가서 맥주도 마시자고 하더라고요. 하운이형이 오면서 팀 분위기도 정말 좋아졌어요.

'막눈' 윤하운 선수는 어딜가나 분위기 메이커군요(웃음). 원상연 선수가 KT 롤스터 B의 브레인으로 불리잖아요. 실제로 KT 롤스터 B가 전략을 짤 때 주도하는 편인가요?

원상연=지난 윈터 시즌에는 상대팀 경기 영상을 모두 찾아보고 전략을 짤 때도 머리를 정말 많이 굴렸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다보니 팀이 저를 중심으로 가는 것 같더라고요. 동료들의 의견 개진 횟수가 줄었어요. 또 전략이 먹히지 않으면 자책감 때문에 괴로웠어요. 그래서 이번 스프링 시즌에는 특별한 전략없이 5명이 조화를 맞추면서 했어요.

그동안 원상연 선수의 챔피언 선택을 보면 소나, 룰루를 중심으로 하는 정통파 스타일인 것 같아요. 본인의 스타일을 정의해 본다면?

원상연=LOL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공격적인 서포터 챔피언을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했어요. 전 '매드라이프' 홍민기 선수나 '마타' 조세형 선수처럼 '캐리형' 서포터가 아니에요. 대신 서포터라는 포지션에 맞게 동료들을 제대로 지원해주죠. 그러다보니 뒤에서 보조해주는 소나나 룰루를 많이 사용했고요.

가끔 자르반 4세나 트위스티드 페이트 등 전략적인 픽도 선보였어요.

원상연=다 지난 시즌 때 했던 것들이죠. 그 땐 자신감이 충만했어요. 연습도 잘됐고 성적도 잘나왔으니까요. 하지만 스프링 시즌에는 뭔가 제 플레이가 안나오더라고요. 자신감이 떨어져서 변수를 만들어내는 챔피언은 고르지 않았어요.

그래도 이번 시즌에 피들스틱 서포터를 선보였잖아요. 꽤 하던데요(웃음)?

원상연=피들스틱 서포터는 사실 '푸만두' (이)정현이형이 쓰기 전부터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진작부터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정현이형이 쓰는 걸 보고 아쉬웠어요(웃음).



지난 윈터 시즌에서는 블리츠크랭크로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딱 두 번 꺼냈는데 '매라'의 블리츠크랭크와 비교가 됐잖아요.

원상연=그 때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당시 준비 기간이 7일이었는데 일주일동안 블리츠크랭크만 했어요. 그만큼 노력했기 때문에 좋은 플레이가 나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스프링 시즌에서도 블리츠크랭크를 한 번 꺼내면 어땠을까 했는데 한 번도 안하더라고요.

원상연=쓰레쉬가 나오면서 블리츠크랭크의 입지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또 소나가 체력룬을 선택하고 나오면 끌고 와도 못잡는 경우도 많거든요. 블리츠크랭크에 대한 대처법이 많이 나오면서 쓰기가 좀 어려워졌어요.

쓰레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번 시즌 대부분의 선수들이 쓰레쉬를 고평가했고 또 항상 먼저 가져가려는 모습을 보였어요. 근데 원상연 선수는 쓰레쉬를 안쓰더라고요. 왜죠?

원상연=가장 큰 이유는 연습이 덜 됐기 때문이에요. 소나를 더 탄탄히 하기 위해 연습에 공을 들였고 피들스틱 연습도 했죠. 그러다보니 연습 경기에서도 쓰레쉬를 쓰기가 힘들었고 대회에서는 더더욱 못쓰게 된거죠. 아마 다음 시즌에는 볼 수 있을 거에요(웃음).

그럼 가장 자신있는 챔피언은 뭔가요?

원상연=잔나, 알리스타, 룰루에요. 메타가 바뀌면서 다른 서포터들이 뜨긴 했지만 잔나, 알리스타, 룰루를 잡으면 그 어떤 챔피언보다 자신있게 플레이할 수 있어요.

이번 시즌 팀에서 유일하게 한 번도 MVP를 못 받았어요.

원상연=8강에서 탈락한 뒤 스스로 나태했다는 걸 느꼈어요. 그 뒤로 반성의 시간을 좀 가졌어요(웃음).



'스코어' 고동빈 선수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왔잖아요. 이젠 눈빛만 봐도 서로 뭘 원하는지 알 것 같아요.

원상연=지난 윈터 시즌까지만 해도 우리가 정말 손꼽히는 듀오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LOL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MVP 오존에게, NLB에서는 나진 소드에게 졌잖아요. 두 팀의 듀오와 경기를 하면서 느낀 게 노력없이는 절대 실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섬머 시즌을 대비해서 맹연습 중이에요.

정말 KT 롤스터 B의 듀오가 약해진 느낌이 들긴 해요.

원상연=나진 소드에게 완패를 당하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저와 (고)동빈이는 게임을 할 때 서로 대화가 별로 없어요. 라인전을 져도 CS를 놓치지 않았다면 진 게 아니에요. CS를 먹을 때 서포터가 한 대 칠지 말지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그런 기초적인 부분부터 다시 닦아나가고 있어요. 동빈이에게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얘기했죠.

그러고보니 지난 여름에는 '로코도코' 최윤섭 선수와 듀오를 했던 적도 있잖아요. 그 땐 어땠어요?

원상연=(최)윤섭이는 공격적인 스타일이고 전 방어적이에요. 스타일이 달라 어떤 면으로는 힘들었는데 배운 점도 많죠.

'로코도코'와 함께 했던 서포터는 최고가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실제로 최윤섭 선수와 호흡을 맞췄던 서포터들은 지금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기도 하고요.

원상연=(최)윤섭이와 한 뒤로 실력이 늘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프로게이머를 시작한지 1년이 넘었는데 아직 최고가 되지는 못했어요. 항상 2인자나 3인자의 위치에 있었죠. 섬머 시즌에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최고가 되고 싶어요.



LOL 챔피언스 리그 얘기를 좀 해볼게요. 8강에서 MVP 오존에게 무기력하게 패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KT 롤스터 B의 우세를 점쳤는데요. 왜 졌다고 생각하세요?

원상연=분명한 건 MVP 오존이 잘해서죠. 이유를 찾자면 당시 A팀 멤버들이 없어서 연습을 하기가 힘들었어요. 다른 팀을 섭외해도 하루에 한 경기 정도? 또 12강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 때문에 말이 많았잖아요. 주위 시선들이 좋지 않아 많이 위축이 됐던 것 같아요.

'썸데이' 김찬호 선수의 부진도 컸던 것 같아요.

원상연=자신감을 많이 잃었어요. (김)찬호의 장점이 '고딩 패기'였잖아요(웃음). 연습량이 줄다보니 자신감도 떨어졌고 커뮤니티 반응도 좋지 않다보니 심리적인 문제도 있는 것 같아요. 비록 지금은 침체기지만 섬머 시즌에는 달라질 거에요. 전 그렇게 믿어요.

NLB 다이아리그에서는 나진 소드에게 0대3으로 완패했죠. 정말 KT B의 폼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아요.

원상연=떨어진 게 아니라 푹 가라앉았어요(웃음). 그 경기만 보면 아마추어팀이라고 해도 반박을 못할 정도였어요. 우리에게 숙제가 생긴 셈이죠. 그래서 주말에 다같이 모여 서로 부족한 점을 짚어보고 보완할 점에 대해 대화를 나눴어요. 앞으로도 이런 시간을 자주 가질 생각이에요. 연습도 중요하지만 대화를 통해 성장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거든요.

스프링 시즌에서 부진했기 때문에 다가오는 섬머 시즌에 임하는 각오는 남다를 것 같아요.

원상연=각오를 전하기에 앞서 지난 12강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 대해 사과를 드리고 싶어요. 그동안 기회가 없었는데 이 자리를 빌어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앞으로는 그런 몹쓸 경기력은 보여드리지 않을 거라고 약속드릴게요. 항상 최선을 다하는 KT 롤스터 B가 되겠습니다. 섬머 시즌에는 좋은 모습 보여드려서 KT 롤스터 B가 강팀이라는 것을 다시 입증하고 싶어요.

KT B가 지난 윈터 시즌의 위용을 되찾길 바랍니다. 끝으로 원상연 선수의 목표 들어보고 인터뷰 마칠게요.

원상연=최근 좀 부진했잖아요. 경기가 끝나고 항상 후회가 남더라고요. 앞으로는 비록 경기에서 지더라도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거에요. 사전 준비나 경기 내 모두에서 말이죠. 또 팬들에게 노력파로 남고 싶어요. 제가 기울인 노력이 경기에서 팬들의 눈에 보이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다가오는 섬머 시즌에는 최고의 서포터 자리에 오를 거에요. 그렇게 될 거에요(웃음).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