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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rGraphy] 괴물의 탄생…SKT 최연성①

최연성이라 쓰고 괴물이라 읽는다.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어록이다. 최연성이 e스포츠계에서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난 승률과 우승 기록을 낳으면서 얻은 별명은 '괴물'. MSL 3회 연속 우승과 스타리그 2회 우승, 프로리그 4회 연속 우승의 주인공 등 최연성은 우승 제조기였다. 현재 SK텔레콤 T1에서 플레잉 코치로 활동하며 또 한 번의 우승을 엮어낸 최연성의 과거를 돌아봤다.<편집자주>



◆특이했던 발탁 과정
최연성의 데뷔는 시작부터 e스포츠계를 뒤흔들었다. 공식전을 한 경기도 치르기 전부터 이름을 날렸기 때문. '입소문 마케팅'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요란했다. 입소문을 낸 주인공은 바로 최연성이 평생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임요환이다.

당시 임요환은 동양 오리온으로부터 개인 후원을 받고 있었다. IS라는 프로게임단 소속이었지만 해체되면서 임요환은 팀에 소속되지 않고 홀로 활동하기로 결정했다. 주 훈 감독과 함께 개인리그를 소화하던 중 단체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한 임요환과 주 감독은 박용욱, 이창훈, 김성제 등을 영입해 팀을 꾸렸다. 이 과정에서 신예가 필요했고 온라인 테스트를 통해 수혈에 나섰다.

최연성은 온라인 테스트에서 2인자였다. 게임아이라는 온라인 서버에서 성적이 좋은 아마추어들을 테스트하던 과정에서 다른 테란에 뒤져 2순위였다. 동양 오리온 선수들 사이에서는 최연성이 '매너가 좋지 않다', '해킹 프로그램을 쓴다'는 등 좋지 않은 평판이 있었지만 주 감독과 임요환은 최연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직접 만났다.

숙소가 있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최연성을 만난 주 감독과 최연성은 순박한 시골 총각이 상경한 것 같았다는 첫 소감을 밝혔다. 피자집에서 만나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지만 최연성은 입도 대지 않았다. 이유인즉 피자를 처음 먹어보기 때문에 두려워서였다.

주 감독은 "그 때 (최)연성이의 키가 187cm이었다. 덩치는 우리보다 훨씬 큰데 사투리를 써서 표현이 어눌했고 게다가 피자를 처음 먹는다는 이야기에도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특이했던 첫 만남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처음 만난 자리에 최연성이 여성과 동행한 것. 주 감독과 임요환 모두 의아했지만 알고 보니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최연성의 친형의 여자친구였다. 서울 지리를 잘 알지 못하는 최연성을 위해 형이 동행하라고 했던 것이다.

첫 만남 이후 최연성은 임요환 사단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게임을 그만두고 군에 가려던 마음도 있었지만 좋은 기회를 만났기에 활용하기로 한 것. 주 감독은 "연성이가 외부에 밝힌 이유는 좋은 제안안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우리 사이에서는 'TV에 한 번 나가보기 위해서'라고 알고 있다"며 최연성의 순박한 마음을 '강조'했다.


◆6개월 동안 외출 단 2번
동양에 합류할 때 최연성의 실력은 빼어날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추어 가운데서는 낭중지추였을지는 몰라도 프로의 세계에서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임요환과의 테스트 게임에서도 5전 전패를 기록했고 내부 평가전에서도 기존 선수들에게 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

최연성은 점차 내성이 강해졌다. '순둥이 스타일'이었지만 승부욕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공식전을 치르기 전까지 6개월 동안 단 두 번 외출할 정도로 연습에만 매달렸다. 연습생 신분이었던 최연성은 선배들과의 격차를 줄이기 시작했다.

'훈발배 스타리그'(주훈 감독이 10만원씩 걸고 치르는 내부 평가전)에서 최연성은 서서히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하위권에 맴돌다가 어느덧 2, 3위를 차지했고 마지막에는 1위에 올랐다. 우승 상금 10만원을 손에 든 최연성은 처음으로 번 돈이라며 통장에 고이 모셔뒀다는 후문이다.

스승인 임요환과의 격차도 좁혀지면서 주전으로 발탁됐다. 주 감독은 "임요환과의 연습 과정에서 승률 10%였던 연성이가 어느 순간부터 5할을 맞추더니 오프라인 예선을 통과할 즈음에는 70%까지 올라왔다"는 말로 성장세를 설명했다.

◆괴물의 신고식
최연성의 공식전 첫 경기는 2003년 3월18일 MBC게임이 주최하는 계몽사배 팀리그였다. 지금은 은퇴한 소울 박상익을 상대한 최연성은 '블레이드스톰'에서 펼쳐진 경기에서 중앙 진출 한 번 하지 못하고 패했다. 박상익의 공격이 매서웠다기 보다는 최연성이 갖고 있던 중압감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생산력은 뛰어났지만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울트라리스크 '관광'을 당하면서 졌다.

'TV에 한 번 나가보기 위해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던 최연성의 우스개소리는 사라졌고 또 다시 승부욕에 불탔다. 이겨야 한다는 마음을 굳게 먹었고 온게임넷이 주최하는 프로리그가 개막되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프로리그가 개막되기 전 최연성은 임요환으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선수가 등장한다'는 임요환의 말은 귀가 달콤해지는 말만은 아니었다. 데뷔전이었던 김성제와의 팀플레이에서는 졌지만 개인전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정규 시즌 7승1패를 기록하면서 다승왕과 신인상을 동시에 받았다.

프로리그에서 탄력 받은 최연성은 개인리그까지 발을 넓혔다. 겜TV 스타리그와 MSL 예선을 동시에 통과하면서 괴물같은 활약을 펼칠 준비를 마쳤다.


◆로열로더 큰 걸음
두 군데 예선을 통과한 최연성은 겜TV 스타리그를 통해 개인리그 데뷔전을 치를 수 있었다. 그러나 운이 없어서였을까. 경영난을 이유로 겜TV 스타리그가 문을 닫으면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

그렇지만 최연성은 좌절하지 않았다. 아니 좌절한 것도 없었다. 예선 통과를 통해 프로게이머 자격을 받았고 MSL이라는 기회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한 대회에 집중한 최연성은 놀라운 페이스를 보이며 첫 대회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통했다. 로열로드를 개척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연성은 훗날 영원한 라이벌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윤열을 만난다. 16강 첫 경기에서 이윤열을 만난 최연성은 팽팽한 경기를 펼쳤지만 패한다. 이윤열이 워낙 유명한 스타 플레이어이고 최연성은 갓 데뷔한 선수에다 아마추어 시절 이윤열의 플레이에 감탄을 금치 못한 최연성이었기에 주눅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프로리그에서 한 번 이겨봤지만 최연성은 어떻게 이겼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였다.

이윤열에게 패해 패자전으로 떨어진-당시 MSL은 듀얼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어 패자에게도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최연성은 나도현, 심소명, 한승엽, 이병민 등을 연파했고 패자 결승에서 이윤열을 만나 3대1로 승리하며 결승전에 올랐다. 결승전에서는 스승 임요환의 라이벌이었던 홍진호를 만나 3대0으로 완파하며 13승2패라는 최고의 승률로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괴물의 탄생이었다.

*2편에서 계속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사진=SK텔레콤 T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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