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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게임 송지웅 PD"방송 놓고 게임단 만들어요"

프로리그 담당 PD서 프로게임단 사무국 변신



8월말 경상남도 창원 실내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경남STX컵 마스터즈를 끝으로 MBC게임 송지웅 PD는 방송 지시 마이크의 스위치를 껐다. 이제 더 이상 방송 PD가 아닌 MBC게임 프로게임단 히어로의 사무국 차장으로 보직을 옮겨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리그 중계를 담당한지 벌써 5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손을 뗀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한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이제 겨우 팬들이 원하는 방송을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다른 일로 만날 수 있겠네요."

송 차장은 지난 2005년 MBC게임이 프로리그 중계를 온게임넷과 함께 중계를 시작하며 스타크래프트 리그 중계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이전까지 게임정보를 전달하는 프로그램 PD였지만 온게임넷과 직접 경쟁하는 프로리그를 담당하며 심적인 부담에 밤잠도 설쳤다고 한다.

"프로리그를 처음 중계했을 때에는 이유 없이 비난도 많이 받았습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프로리그를 온게임넷만의 브랜드로 인식하는 팬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온게임넷의 프로그램을 MBC게임이 중계한다고 생각하는 팬들 덕분에 마음 고생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송 차장은 MBC게임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밤낮 없이 고심했다. 몇 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조끔씩 노하우가 생겼고 팬들이 원하는 중계를 찾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5일씩 중계를 하다보니 팬뿐 아니라 방송 관계자도 지루함을 느끼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나긋나긋하고 가벼운 느낌의 중계 방식을 착안했죠. 팬들이 중계를 보며 즐거워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가벼운 중계, 팬에게 어필할 수 있는 중계 방식을 위해 탄생한 프로그램도 여럿 있다. MBC게임의 프로리그 중계를 보다 보면 광고가 나가야 할 시간에 '결정적 장면'이나 '리얼 중계석'과 같은 짧지만 파괴력 있는 프로그램이 끼어있다. 08-09 시즌 선을 보인 '리얼 중계석'은 중계진의 조합을 브랜드로 만들고 중계석 안에서 시청자들이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을 보여주며 경기 외적인 재미를 주고자 했던 의도가 잘 전달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송 차장의 아이디어는 보기 좋게 들어 맞았고 일부 팬들은 '리얼 중계석'을 보기 위해 MBC게임에 채널을 고정시켰다.

"리얼 중계석을 내보내는데 승낙해준 중계진들에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PD의 의도를 알아주고 망설임없이 망가져주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프로리그 속의 또 다른 재미로 인해 호평을 얻으니 모두 좋아하더군요."

송 차장은 프로리그를 하면서 좋았던 점보다는 고생했던 점이 더 많았다고 한다. 중계 때 사용한 BGM을 찾기 위해 수 개월 동안 음악 CD만 끼고 살기도 했다고 한다. 경기 전 짧게 지나가는 오프닝이지만 그것을 만들기 위해 수년 전의 영상 화면을 찾아 녹화 테이프 속에 파묻히기도 했단다. 가끔 선수들이 욕설을 하는 장면을 잡기라도 하면 그 후폭풍이 두렵기도 했다고.

"그나마 선수들의 욕설은 욕을 왜 했을까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이슈 메이킹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 위안을 삼았습니다. 하지만 에이스 결정전에서 선수들이 등장할 때 사용할 음악을 찾아 돌아다니고 듣는 과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힘이 빠지네요."

그렇게 해서 찾은 음악이 팬들의 반응까지 좋으면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고 한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MBC게임 프로리그 음악 다시 듣기'라며 게시글이 올라온 것을 보고는 "그래도 한 명은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며 보람을 느꼈다고.



송 차장은 이제 프로리그를 만들던 사람에서 프로리그에 참가하는 프로게임단을 운영하고 만드는 사람으로 역할을 바꾼다.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팀의 우승을 위해 노력하는 사무국 직원이 되는 것. 목표는 하나지만 지난해 9위라는 성적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갈 길이 더 멀고 험난하다.

"제 인생을 스스로 돌아 보건데 진중하거다 무게를 잡아본 적은 별로 없습니다. 다들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동료라고 생각하죠. 게임단 역시 그렇게 꾸릴 생각입니다. 선수들과의 나이 차이가 조카뻘 정도 되지만 MBC게임 히어로를 최고 게임단으로 만드는 동료들이라고 생각하고 이끌어 가려 합니다."

송 차장이 사무국으로 첫 발을 뗀 임무부터 '과중'했다. 가장 어렵다는 선수들과의 연봉 협상과 FA 선수들과의 조율 작업이 맡겨졌다. FA 대상자들의 원소속 게임단 우선협상을 염보성, 이재호, 김동현 등과 펼쳤고 이후 연봉 협상을 치렀다. 선수나 사무국이나 민감한 사항을 놓고 밀폐된 공간에 나란히 앉으니 이후 만남에서도 서먹함이 남아 있었다고.

"선수들이 아직 저를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연봉협상 과정에서 서로 사무적인 이야기만 나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워크숍을 통해서 조만간 가까워질 계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송 차장은 사무국으로서 선수들에게 '어게인 2006'을 주문하겠다고 했다. 2006년 MBC게임 히어로가 우승을 차지하며 리그를 중계하던 PD에게도 큰 힘을 줬기 때문이란다. MBC게임 히어로가 우승을 차지하면 MBC게임 전체에 힘을 불어 넣어주기 때문에 회사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2006년 창단과 동시에 히어로가 밝고 경쾌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습니다. 그런 점을 이번 시즌에서도 보여줄 수 있도록 주무로서, 코치로서, 때로는 형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송 차장은 선수들이 패배에 익숙해지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할 문제점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경기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MBC게임 히어로 선수들이 패배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를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사무국이 된 이후 처음으로 경기장에 온 날이 지난 5일이었어요. 프로리그 챔피언십 경기를 보는데 PD로서 활동할 때의 피가 끓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제 일은 MBC게임 히어로 프로게임단을 지원하는 사무국이잖아요. 경기 전반적인 모습이 아니라 선수들의 플레이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히어로 선수단이 보여준 경기력을 통해 이번 시즌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지 않기 위해 경기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려는 모습을 보고 기대를 걸기로 했습니다. 2006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도록 사무국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팬 여러분도 많이 응원해 주세요."

오상직 기자 sjoh@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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