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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休)] SK텔레콤 김택용 "연습이 휴식"

[휴(休)] SK텔레콤 김택용 "연습이 휴식"
스타크래프트 리그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 불리는 3.3대첩. 2007년 3월 3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돔아트홀에서 열린 MSL 결승에서 '프로토스의 재앙' 마재윤의 우승이 확실시 되던 그날. 개인리그 결승에 처음 오른 신예 프로토스가 마재윤을 3대0으로 꺾으며 우승을 차지해 세상을 경악시켰다. e스포츠 팬들에게 이는 혁명이었고, 성년이 채 되지 않은 신예의 별명은 '혁명가'가 됐다.

3.3대첩 이후 김택용은 MSL 3회 우승을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프로토스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본좌'라고 불릴 만한 선수가 없었던 종족인 프로토스이기에 김택용의 등장은 프로토스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프로토스 김택용에게 휴일은 어떤 의미일까.

[휴(休)] SK텔레콤 김택용 "연습이 휴식"


◆김택용 그리고 술
피곤해 보였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는 사람들과 새벽 5시까지 놀았다며 연신 하품을 해댔다.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새벽까지 놀았기에 피곤이 쉽사리 가시지 않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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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량은 소주 반 병에서 한 병 정도입니다. 술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는 사람들 만나서 분위기 맞출 정도는 마셔요. 프로리그가 시작되면 술을 마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죠. 크리스마스 이브과 같은 특별한 날에 한잔씩하는게 전부죠."

한번도 필름이 끊긴 적은 없다고. 비결을 물어보니 수시로 술과 함께 먹었던 음식을 확인하는 작업(게워낸다는 단어가 적합할 듯하다)을 하기 때문이란다. 이 덕에 주사도 거의 없다.

최연소 개인리그 우승 타이틀을 땄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김택용 입에서 술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세월이 많이 지났음을 새삼 느낀다. 김택용 역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스타크래프트 역사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마재윤 선수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는 방법을 몰라 무덤덤해 보였을 지 모르겠지만 속으로는 진짜 기뻤죠. 가끔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지금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은 그때와 많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격세지감을 느끼곤 하죠."

◆MBC게임과 SK텔레콤의 차이?
김택용은 MBC게임 히어로에서 일가를 이뤘다. 그리고 2008년 2월 SK텔레콤 T1으로 전격 이적했다. 김택용의 이적으로 SK텔레콤은 도재욱과 함께 최고의 프로토스 라인을 갖췄고 팬들 사이에서는 SK텔레콤 T1이 아니라 SK텔레콤 P1으로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로 강력한 투톱 체제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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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팀 동료들과 마음을 터놓고 친하게 지내지는 못해요. 아쉽게도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매일 프로리그와 개인리그가 열리는 체제에서는 어떤 선수와도 친분을 쌓기가 힘들어요. 리그 일정을 따라가는 것 만으로도 지쳐버리죠. 특히 다른 팀과의 교류는 생각조차 할 수 없어요. 연습 시간이 모두 다르고 설령 쉬는 날에도 다들 조금이라도 연습하려는 상황에서 예전 같은 화기애애한 정을 쌓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도 김택용은 꽤 빨리 SK텔레콤 체제에 적응했다.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팬들의 도움 때문이었다고. 다른 팀 선수가 이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자신을 응원해 주는 팬들을 보며 SK텔레콤 선수로 자리잡았음을 새삼 느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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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선수들이 어리다 보니 다른 팀 선수들과 친해지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아요. 그저 게임만 묵묵히 하는 선수들이 많죠. 나이가 있는 선수들이 교류하고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해요. 이곳도 사회잖아요.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곳인데 요즘 게임을 하는 친구들은 너무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의외로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도 곧잘 하는 김택용. 새로웠다. 어떤 일에 대해 말을 아끼는 이유는 많은 생각을 한 뒤 결론을 내리는 신중한 성격 때문이라고 말하는 김택용. 그저 어리고 귀엽기만 한 선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운 사람 마재윤
김택용을 논하며 마재윤을 빼놓을 수는 없다. 김택용을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해준 도우미(?)가 바로 마재윤이기 때문. 김택용은 마재윤에 관한 나오자 쑥스러운 듯 웃었다.

"결승에 오르고 나서 마재윤 선수가 상대로 정해졌어요. 정말 미친 사람처럼 연습했죠.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렇게 열심히 연습한 적은 한번도 없었죠. 하루에 40경기는 기본이었고 5시간 밖에 자지 않으며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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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 전에 MBC게임 선수들과 푸껫에 다녀온 터라 연습을 하지 않았다는 오해를 많이 받았던 김택용. 하지만 인생을 걸고 연습에 임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그 당시를 회상했다.

얼마 전 IEF 2008에서도 마재윤을 2대0으로 꺾은 김택용. MSL에서 마재윤을 지명하는 것은 어떠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친다.

"(마)재윤이 형이 싫어할 겁니다(웃음). 그리고 32강이 아닌 더 높은 곳에서 만나야 서로에게 의미가 있죠. 4강쯤 만나서 좋은 경기를 펼친다면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까 합니다."

역대 본좌들은 순서대로 서로의 천적이었다. 이윤열에게는 최연성이 천적이었고 최연성에게는 마재윤이 천적이었다. 그리고 남은 5대 본좌 자리는 마재윤의 천적인 자신이 되고 싶다며 프로토스 최초로 '본좌' 호칭을 받는 것이 소원이란다.

◆3라운드에 두근두근
김택용은 프로리그 3라운드가 시작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승자연전방식(팀배틀, 또는 팀배틀 방식)에 큰 자신감을 표현한 김택용은 MBC게임 소속 당시 케스파컵에서 맹활약했다.

"예전에 프로게이머끼리 도토리(한 미니홈피에서 현금과 교환할 수 있는 수단)를 걸고 팀리그 방식으로 게임을 많이 했어요. 그때마다 항상 제가 속한 팀이 승리하곤 했죠. 물론 제 활약이 컸고요(웃음). 그때 획득한 도토리가 3000개가 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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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리그 방식에 유독 자신감이 넘치는 이유는 변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김택용은 기본 실력으로 누군가와 경기에서 맞붙는다면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단다. 기본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팀리그 방식이기 때문에 승수를 많이 쌓아 다승 1위까지 노릴 욕심을 갖고 있다고.

"팀 리그 방식에서의 승부가 진정한 다승왕을 가리는 계기가 않을까요? 지금은 뒤처져 있지만 3라운드가 끝나고 난 뒤 제 이름을 앞에서 찾으셔야 할 꺼예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자신 있습니다."

◆연습 없는 김택용은 속 없는 찐빵"
쉬는 날에 딱히 하는 일 없이 연습만 한다는 김택용. 그래서인지 경기나 연습 이야기가 나오자 눈이 반짝거린다.

얼마 전에 치른 이제동과의 에이스 결정전 이야기가 나오자 한숨을 쉰다. 아쉽게 패한 김택용은 "방심이 부른 화"였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질럿 4기로 뒷마당 해처리를 파괴한 뒤 제가 유리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방심하기 시작했죠. 뮤탈리스크로 하이템플러를 끊어주는 플레이는 연습 때 자주 당했던 일인데 유리하다는 생각에 미처 대비를 하지 못했어요. 지금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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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인 저그에게 약하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하자 "말도 안 된다"며 '발끈'한다.

"(박)성준이형이나 이제동에게 자주 패해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일반화를 시키면 저는 요즘 저그들에게 모두 져야 해요. 이제동의 영향인지 최근 저그들이 공격적으로 변했거든요. 저그전 만큼은 자신있기 때문에 앞으로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더 연습해야겠네요."

김택용이 2009년에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바로 온게임넷 스타리그 우승이다.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 MSL에서 우승하면 실력을 인정받고, 스타리그에서 우승하면 명예를 얻게 된다는 말이 있어요. MSL에서 3번 우승했기 때문에 실력은 인정받았다고 생각해요. 이젠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마재윤처럼 명예를 가지고 있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습니다. 올해는 반드시 스타리그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고 싶어요. 내년에 열릴 e스포츠 대상에서 올해의 게이머상도 받고 싶고요.”

2009년 김택용이 또 하나의 혁명을 이루길 학수고대해본다.

사진, 글=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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