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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20세 첫날' 이제동 동행 취재기

1990년 1월9일.르까프 오즈 이제동의 생년월일이다. 2009년 1월1일 이제동은 20세가 됐다. 어엿한 청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날 이제동은 MBC게임 서바이버 리그 2008 시즌3 11조에 속해 경기를 치렀다. 2008년 12월31일 무자년의 마지막날 마지막으로 열린 프로리그에서 STX 진영수를 꺾고 승자된 이제동은 2009년 1월1일 최초 경기에도 나선다. 기축년의 첫날을 이제동은 어떻게 보냈을까.


◇르까프 숙소 지킴이 딸기가 얌전히 선수들의 연습을 지켜보고 있다.

프로게임단이 기업팀으로 자리를 잡은 뒤 동행 취재는 좀처럼 쉽지 않았다. 1승, 1패로 인해 선수들의 연봉이 달라지고 팀 위상이 바뀌게 되면서 과거와 같이 동행 취재에 난색을 표하는 팀이 많아졌기 때문. 르까프가 STX를 꺾고 5연승을 내달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덕분에 조 감독은 흔쾌히 허락했다.

1월1일 오후 1시30분 경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르까프 오즈의 숙소 겸 연습실을 방문했다. 연습실에 들어서자마자 이제동을 찾았더니 구성훈과 서바이버 리그를 대비한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주방으로 밀려나 이모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동이 평상복을 입고 구성훈 등과 연습을 하고 있다.

10대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일까. 이제동은 전날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새해 일출 '따위'는 생각도 않고 1시가 다 돼서야 눈을 떴다고. 이모님이 끓여주신 떡국을 먹고 한 살 더 먹은 것을 알았단다.

오후 2시 한국e스포츠협회 홈페이지와 각 매체에 공개된 엔트리에 선수들이 몰려들었다. 상대하게 될 종족과 선수를 확인한 뒤 각자 자리로 돌아갔지만 이제동만은 구성훈, 손주흥 등과 끊임 없이 연습을 했다. 엔트리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저글링이면 저글링, 뮤탈리스크면 뮤탈리스크 어느 것 하나 통하지 않는 전략이 없었다. 구성훈 등 스파링 파트너들의 얼굴이 불콰해지더니 하나둘씩 연습하기를 거부했다. 이제동은 소리 없이 2층으로 올라가 컨디션 조절을 위해 침대에 누웠다.

오후 3시 이제동은 다른 선수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연습석에 앉아 첫 상대인 CJ 조병세의 플레이를 확인했다. 이제동은 불필요한 장면에서는 빨리감기 버튼을 눌러 첫 빌드와 전투 장면만 유심히 관찰했다. '전담 요리사'를 자청하는 김경모가 직접 만든 떡볶이를 몇 개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것이 끼니의 전부. 아직 떡국이 소화가 덜 된 듯 경기장으로 나서기 전 한 숟가락 뜨겠다면서 다시 침대로 향했다. 이미 지난달 23일부터 서바이버 리그를 위해 연습을 해왔기 때문에 더 이상의 연습보다는 컨디션 조절이 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휴식시간 자신의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 이제동. 휴식 시간 대부분 잠으로 보낸다.

약 한 시간 반 가량 시간이 흐른 뒤 모든 선수들이 휴식을 마치고 연습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서바이버 토너먼트에 출전하는 이제동은 경기장에 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식사 도중 감기기운이 있다며 헛기침을 하기도. 지나가던 노영훈이 이제동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발로 툭 건드리고 지나갔다. "PMP 보면서 주흥이와 뭔 말이 그리 많냐"고 핀잔했지만 이제동은 대수롭지 않다는듯 식사에 열중했다. 닭볶음과 오징어 파전이 맛있다는 듯 연신 입으로 음식이 들어갔다. 이제동의 숨은 별명은 '돼지'. 예전에 최가람이 이제동의 먹성을 보고 붙여준 별명이다.


◇이제동의 옷장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 겨울 점퍼들이 가득하고 바닥에는 정리되지 않은 소품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세수하는 과정의 에피소드 하나. 1층 샤워실에 옷을 훌렁 벗고 들어간 이제동은 나올때 보니 수건이 다 떨어지고 없어 당황스러운 표정. 알몸으로 문고리를 부여 잡고 지나가는 선수들의 이름만 부르며 한참이나 서 있어야 했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연습경기를 한 번 더 한 이제동은 한상용 코치가 운전하는 밴에 올랐다. 동료들의 응원을 받으며 길을 나섰고, 김경모는 현관까지 나와 꼭 MSL에 올라가라며 파이팅을 해줬다.

◇한상용 코치의 운전으로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다. 휴일이라 길이 여유롭다.

휴일이라 그런지 약 20분만에 경기장에 도착한 이제동. 맞상대할지도 모르는 상대인 SK텔레콤 고인규와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나눴다. 이내 경기석에 앉아 예전과 같이 전투 태세를 갖췄다. 숙소에서 보여주던 해맑은 소년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어느새 투사의 눈빛만 남았다. 20세 첫날의 전투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이제동은 2승1패로 서바이버 토너먼트를 통과했다. 승자전에서 SK텔레콤 고인규에게 패했지만 최종전에서 잡아먹을 듯한 눈빛을 되찾았고 불리한 전세를 뒤집었다. 2008년 마지막 경기를 치른 뒤 가진 인터뷰에서 "2008년 마지막 승리와 2009년 첫 승리는 나의 것"이라 팬들에게 한 약속을 지켰다.

'A man of Word'란 말은 이제동에게 적합한 표현임에 틀림 없다.

오상직 기자 sjoh@dailyesports.com

*독자 요청에 의해 사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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