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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STX 진영수…농구, 영화, 빈둥거림

데일리e스포츠는 프로게이머들이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살짝' 들여다 보는 ‘휴(休)’ 코너를 독자들에게 선보입니다. 첫 번째 인물은 입술과 미소가 '아름다운' STX 진영수 입니다.

◆농구, 영화, 만화책 그리고 빈둥거림
곱상한 외모와 달리 진영수는 무척 남자답다. 실제로 만나보면 저음의 목소리와 굵은 목젖에 깜짝 놀란다. 성격도 무뚝뚝하고 말수도 적다. 천상 ‘남자’라는 생각이 드는 진영수와 문래동 CGV에서 ‘휴(休)’ 첫 번째 만남을 가졌다.

진영수는 여가시간을 주로 농구, 영화, 만화책과 함께 보낸다. 그리고 항상 ‘빈둥거림’으로 여가를 마무리 한다. 진영수가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지 함께 살펴보자.

◆농구이야기
운동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외모의 소유자 진영수. 하지만 STX에서 가장 운동을 좋아하는 선수를 꼽으라면 단 번에 진영수에게 표가 간다.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농구. 지금도 짬이 나거나 휴일을 받으면 농구를 하러 간다는 진영수는 "프로게이머가 되지 않았으면 농구 선수를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키 때문에 농구를 접었냐는 말에 진영수는 ‘발끈’한다(역시 남자에게 키는 자존심이다). 중학교 때 이미 177㎝에 도달했지만 진영수의 주장에 따르면 프로게이머를 시작하며 충분한 잠과 영양 섭취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이상 키가 크지 않은 것이란다. 의심하는 눈초리로 쳐다보자 “믿거나 말거나에요”라며 환하게 웃으니 캐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매일 농구를 하고 싶어도 할 사람이 없어 아쉽다는 진영수는 연습 상대를 구하기 위해 인터넷 농구 동호회에 가입하기도 했단다. 대단한 열정과 애정이 아닐 수 없다.

“2번 정도 농구 모임에 나가 같이 게임을 즐겼어요. 중학생부터 30세 넘는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농구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아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의 경우는 저를 알아보지만 아직 어른들은 제가 누구인지 모르시더라고요.”




대화를 하며 걷다 보니 농구 게임기가 눈에 띈다. 차(茶) 내기를 걸고 게임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진영수의 완승. 최고 기록을 깨지는 못했지만 진영수의 농구 실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내기에서 이긴 진영수는 당당하게 바닐라 라떼를 시켰다. 얻어먹는 음료라 더 맛있다며 1분만에 깨끗하게 비운 진영수. 사실 기자와의 내기에서 지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기 때문에 목이 말랐던 것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참 승부욕 하나는 대단하다.



◆영화, 그리고 만화
진영수는 여가시간에 영화를 자주 본다. 다운 받아 보기도 하지만 연습실 바로 위층에 CGV가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영화를 볼 수 있다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 전쟁영화를 즐겨 본다는 진영수는 개봉작 홍보물이 꽂혀 있는 곳으로 가 열심히 영화를 골랐다.

하지만 진영수가 즐겨보는 전쟁영화는 최근에 새로 개봉한 작품이 없던 터라 강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순정만화’를 보기로 결정했다. ‘순정만화’에 나오는 이연희가 요즘 프로게이머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는데 사실이었나 보다. 로맨틱 영화를 즐겨 보지는 않는다는 진영수지만 ‘순정만화’라는 영화는 꼭 보고 싶었다고.



“만화책을 워낙 좋아해서 강풀이 그린 만화책은 모두 챙겨봤어요. 순정만화도 재미있게 봤죠. 상대에게 미치는 사랑도 좋지만 조용히, 잔잔히, 산소처럼 내 일상이 되는 것 같은 사랑도 멋있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데뷔한 진영수는 20일 후면 벌써 22살이다. 이제 사랑을 진지하게 논하기 충분한 나이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힌 진영수는 마지막으로 여자친구가 있었던 시기가 꽤 오래 전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프로게이머가 여자친구를 사귀는 건 참 어려운 일 같아요. 우선 자주 만날 수 없다는 것도 미안하고 힘들 때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 것도 미안할 것 같아요. 지금 상황에서는 누군가를 만나도 안정된 사랑을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만화책을 좋아하는 진영수는 여가시간에 만화책을 잔뜩 빌려 쌓아놓고 본다. 장르도 불문. 만화책이라면 다 본다며 거의 대부분 프로게이머들이 여가시간에 밖에 나가는 것 보다 숙소에서 만화책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빈둥거림
진영수에게 빈둥거릴 시간은 쉬는 날 뿐이다. 평소에는 한 눈 팔 시간 조차 없을 정도로 연습에 매진하기 때문이다. 데뷔 첫해부터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진영수는 남들보다 한 발 늦게 주목 받았다. 그냥 그렇게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다 말 것이라는 시선을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지독한 연습’뿐이었다.

“프로게이머로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 지는 2년 안에 결정된다고 해요. 저는 2년간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선수였죠. 하지만 빈둥거릴 시간도 없이 연습에 임했고 지금의 위치까지 오르는 데 피나는 노력을 했어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곰TV 시즌1 4강에서 마재윤에게 떨어진 뒤 잠시 슬럼프에 빠졌던 진영수는 처음으로 ‘여유’라는 것을 가졌다. 그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던 스스로를 돌아보며 이제는 ‘빈둥거림’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



“예전에는 쉬는 날에도 연습을 했죠. 하지만 프로게이머를 오래 한 선수들은 그렇게 연습만 한다고 성적이 좋아지지 않아요. 지친 상황에서 기계적인 손놀림만을 계속 하는 것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휴식을 가지며 생각도 많이 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여유를 즐길 줄 아는 나이가 된 진영수. 하지만 아직 이뤄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우선 주장으로서 STX 우승을 이뤄내야죠. 주장을 하게 되면 주장 징크스라는 것이 있다는 데 저는 아직 심하게 겪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리그 우승도 해보고 싶어요. 트로피에 입맞추는 사진도 꼭 찍어보고 싶고요. 아직 할 일이 정말 많네요”

그래도 올해 크리스마스는 여자친구와 보내고 싶었다며 겸연쩍게 웃는 진영수의 모습에서 아직은 어린 20살의 풋풋함이 묻어 나왔다. 예쁘기로 소문난 진영수의 입술 세례를 받는 첫 번째 트로피 주인공이 빨리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사진, 글=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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