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PEOPLE] 르까프 이제동 "에이스로 산다는 것"

[PEOPLE] 르까프 이제동 "에이스로 산다는 것"
에이스는 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의 유래는 미 프로야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 1호 프로야구팀 신시내티 레드스타킹스에서 활약한 투수 에이사 브레이너드를 '에이스'라는 애칭으로 부르면서 시작된 것. 에이사는 1869년 58게임에 선발로 등판해 57승1무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모든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제동은 17일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2라운드 KTF전에서 이영호를 꺾으며 시즌 11승째를 챙겼다. 이번 시즌 르까프가 거둔 총 승수 33승 중 1/3을 차지하는 수치. 이제동이 에이스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음을 11승이 증명하고 있다. 누구도 이론을 제기할 수 없는 명실공히 르까프 오즈의 에이스는 이제동이다.

◆편안한 그늘 '오영종'
이제동은 2006년부터 프로리그에 참가했다. 이전에는 참가할 자격도 얻지 못했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정식 프로게이머가 됐고 첫 시즌부터 중책을 맡았다. 데뷔 첫 경기부터 에이스 결정전에 투입되기도 했다.

이제동은 책임감을 즐겼다. 스카이 프로리그 2006 전기리그에서 6승5패를 거두며 신인왕을 거뒀고, 이후 프로리그에서 정규리그 다승왕, 정규 시즌 MVP 등 각종 상을 휩쓸며 팀의 우승도 견인했다. 이제동은 프로리그를 통해 르까프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제동이 없었다면 르까프의 황금시대도 없었다. 그러나 정작 이제동은 단 한 순간도 에이스가 아니었다고 한다.

"이번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는 에이스라는 생각을 털끝만큼도 하지 않았습니다. 남들은 프로리그에서 승리를 이끈다며 에이스라고 추켜 세웠지만 에이스는 오직 한 명만 존재하는 것이잖아요. 르까프 오즈의 에이스는 언제나 오영종 선배였습니다."

이제동은 오영종의 그늘 아래에서 항상 보호받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하나 있었고 자신은 눈 앞에 있는 경기와 상대만 신경쓰는 것으로 역할이 전부였다고.

"영종이형이 뒤에 버티고 있을 때에는 아무런 부담도 없었어요. 전 그저 경기에 나가서 이기면 역할을다 하는 것이었죠. 지더라도 영종이형이 나머지 경기를 다 따내고 언제든 승리할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영종이형 그늘 아래에서 마음 편했죠."


◆부담으로 다가온 '에이스'라는 타이틀
오영종이 공군에 입대하기 위해 팀을 떠난 뒤 이제동은 에이스라는 타이틀을 안았다. 이 때부터 이제동은 오영종의 공백보다 더 큰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버팀목을 한순간에 잃고 몸이 자꾸 아래로만 가라 앉는 것 같았단다.

"매일 눈만 뜨면 부대끼고 함께 장난도 치면서 힘을 실어 주던 영종이형이 막상 눈 앞에서 사라지니까 허탈하기도 하고 심적으로 많이 불안해 했어요. 이후에는 많은 분들이 보셔서 알겠지만 성적도 나빠지던데요."

오영종의 빈자리가 이제동에게 미친 영향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는 단지 외면으로 비춰진 것일 뿐이다. 오영종의 공백 이후 이제동의 경기력은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단적인 예가 지난 11월에 열렸던 WCG 2008 그랜드 파이널이었다. 당시 이제동은 송병구와의 8강에서 다 이겼던 경기를 질럿에 휘둘리며 패하고 말았다.

"독일로 날아가면서 제가 금메달을 가지고 올 것으로만 생각했어요. 숙소도 따로 잡아 연습했고, 맵도 저그에게 유리했죠. 우승하는 것만 생각어요. 그런데 병구형과의 경기에서 갑자기 잡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엉뚱한 방향으로 경기가 진행됐어요."

이제동은 이후로도 한동안 경기가 기획한 쪽이 아니라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답답한 심정이었다. 어디에도 말 못하는 고민이었는데 이번 인터뷰로 말할 수 있어 그나마 속 시원하다고.

"모두 저를 믿는다고만 했어요. 에이스니까, 잘 하니까 다시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적인 답만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에이스라는 말이 더 부담을 주고 경기는 더욱 어렵게 변하고 말았습니다."

◆관건은 에이스 부담 털기
이제동은 최근 연습 방법을 완전히 바꿨다.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서 연습 시간을 2군들과 똑같이 맞추고 생활하고 있다. 오전 9시에 일어나 새벽 2시까지 마우스를 잡고 있다.

"연습 패턴을 바꾼 것은 현재에 안주하고 있는 저를 채찍질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보다 연습량을 늘린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는 남들과 달리 쉬는 시간에도 마우스를 잡고 연습했지만 최근에는 연습량과 실력이 결코 비례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제동은 최근 쉬는 시간 동안에는 음악을 들으면서 휴식을 취한다든지, 아니면 소파나 침대에 걸터 앉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한다고 한다. 과거 최가람이 경기 전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킨 것이 언뜻 스쳐갔다.

"에이스라는 말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면 거짓말입니다. 이것을 하루빨리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죠. 암울하다고 생각하면 더 좋지않아 지는 것 같아요. 긍정적으로 사고하려 노력합니다."

◆프로토스 성황 "상관 없어"
최근 프로토스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있는데 비견될 정도로 저그 종족은 암울한 성적을 내고 있다. 이제동 역시 2006년, 2007년과 비교해 현재 성적이 떨어졌다. 에이스에 대한 부담뿐 아니라 여러 여건이 이제동에게 불리하다. 그렇지만 이제동은 현재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현재 프로토스들이 잘하고 있는 것은 그다지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프로토스가 전체적으로 실력이 늘어서 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그들 역시 이에 발맞춰 업그레이드가 되면 좋은 승부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이제동은 오히려 현재 저그가 암울한 상황을 즐기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저그가 다들 잘할 때 저도 잘하는 것이라면 그다지 자랑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암울한 상황에서 잘하고 우승컵을 차지한다면 기쁨이 두 배가 될 것 같아요. 결국 제가 잘해야 하는 것이죠. 맵이 좋지 않다고 탓할 필요가 없어요."

이제동은 끝으로 믿어 주시는 팬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당부를 했다. 그 동안 느끼지 못했던 에이스의 부담을 서서히 덜어내고 있는 중이며 개인리그에도 오른만큼 다시 한 번 우승으로 보답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걱정해주신 팬들이 많았어요. 위기라고 하는 상황까지 몰리니 더욱 팬들의 사랑이 고마운 것을 알겠더라고요. 팬들에게 이제동의 이름에 걸맞은 활약, 르까프의 에이스로 걸맞은 활약을 약속드립니다."

오상직 기자 sjoh@dailyesports.com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데일리랭킹

1젠지 17승 1패 +29(34-5)
2T1 15승 3패 +24(32-8)
3한화생명 15승 3패 +19(30-11)
4KT 11승 7패 +8(26-18)
5DK 9승 9패 0(21-21)
6광동 7승 11패 -7(18-25)
7피어엑스 6승 12패 -11(16-27)
8농심 4승 14패 -16(14-30)
9디알엑스 3승 15패 -21(11-32)
10브리온 3승 15패 -25(8-33)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