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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그라피] 콩라인의 적자…허영무(2)

[게이머그라피] 콩라인의 적자…허영무(2)
◇클럽데이 온라인 MSL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삼성전자 허영무. 준우승 인생의 시작이었다.

삼성전자 칸 허영무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의 공식리그 마지막 우승자입니다. 2012년 8월4일 잠실학생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티빙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SK텔레콤 T1 정명훈을 제압하면서 우승을 차지했지요.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허영무는 2회 연속 스타리그를 제패했는데요. 그 전까지 허영무에게 붙었던 별명은 '콩라인'이었습니다.

'콩라인'이라는 말은 e스포츠계에서 좋지 않은 뜻으로 쓰입니다. 누구로부터 시작된 말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 겁니다. 각종 대회의 준우승자들에게 '콩라인'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는데요. 우승을 하지 못한 채 준우승에 머무는 불운의 아이콘을 뜻합니다.

2011년을 마무리하면서 데일리e스포츠가 홍진호, 송병구, 정명훈 등 준우승을 많이 했던 선수들을 모아 합동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홍진호는 이렇게 이야기를 했지요. "기자님, (허)영무는 왜 안 부르셨어요?"

2인자의 삶에서 2회 우승자의 삶으로 변화한 허영무의 인생 역정을 함께 들여다 보시죠.

◆첫 전성기이자 2인자 인생의 시작
2007년 서울 e스포츠 페스티벌 대회에서 결승까지 오르면서 확실한 기대주로서 입지를 다진 허영무는 2008년부터 서서히 피치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개인리그에 꾸준히 진출했던 허영무는 2008년 9월에 막을 올린 클럽데이 온라인 MSL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시작했습니다. 32강전부터 2전 전승을 기록하며 16강에 오른 허영무는 16강에서 CJ 주현준을 2대0으로, 8강에서 온게임넷 박명수를 3대0으로 완파하면서 전승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4강전에서 STX 김구현에게 2세트를 내주면서 연승 기록은 깨졌지만 3대1로 승리하면서 결승전에 진출했습니다.

허영무의 결승전 상대는 SK텔레콤 김택용이었습니다. MSL에서 2연속 우승을 차지한 뒤 잠시 슬럼프에 빠졌던 김택용은 SK텔레콤으로 이적한 뒤 처음으로 개인리그 결승전에 올라가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었죠. 당시 S급 프로토스 선수들 6명을 모아 '육룡'이라 불렀는데요. 허영무와 김택용의 결승전은 육룡간의 첫 결승 대결이어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허영무가 클럽데이 온라인 MSL에서 보여준 포스가 대단했기에 우승을 예상하는 전문가가 꽤 있었습니다. 결승전까지 10승1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보여줬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결승전에서 허영무는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결승전을 여러 차례 치러본 김택용의 노련미에 휘둘리면서 1대3으로 패했습니다.

허영무는 당시 기억을 떠올리면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그 때 김택용을 꺾었다면 지금 내 가슴에 붙어 있는 우승 배지는 4~5개가 됐을 것"이라고요.

클럽데이 온라인 MSL에서 준우승한 뒤 허영무는 곰TV 클래식 시즌2에서 또 다시 김택용과 결승전에서 만납니다. 기세가 꺾이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던 허영무는 과도한 욕심을 부리면서 1대3으로 고배를 마셨습니다.

허영무가 갖고 있는 2인자 인생의 정점은 로스트사가 MSL에서 찍혔습니다. 클럽데이 온라인 MSL에 이어 2연속 결승 진출을 달성하면서 첫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허영무의 상대는 저그 박찬수였습니다. 박찬수를 만난 허영무는 또 다시 1대3으로 패하면서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프로토스의 전성 시대를 막기 위해 자원이 많은 맵을 사용했던 로스트사가 MSL이었고 박찬수의 프로토스전이 물이 오른 시점이었기에 허영무는 또 다시 눈물을 흘렸습니다.

2007년 서울 e스포츠 페스티벌부터 시작된 준우승의 역사가 2009년 3월까지 이어지면서 허영무는 4번의 준우승이라는 불명예를 달성했습니다. 이 정도면 '콩라인'의 적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이머그라피] 콩라인의 적자…허영무(2)

◇슬럼프에 빠져 있던 허영무는 팬들의 비난을 이기지 못하고 미니홈피에 글을 남겼다. 향후 이 글은 팬들 사이에서 '겜알못'이라 불리며 허영무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계기가 된다.

◆슬럼프와 '겜알못'
준우승과 인연을 맺었다는 사실은 프로게이머에게 결코 나쁜 기록은 아닙니다. 200명이 넘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가운데 2위라는 자리는 자랑을 해도 결코 모자란 성적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선수들의 페이스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기복이 심했던 허영무에게는 더욱 크게 작용했지요.

로스트사가 MSL에서 준우승한 뒤 허영무의 페이스는 급격히 하락합니다. 개인리그에서 8강 이상 진출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단체전인 프로리그에서도 하향세를 경험합니다.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 시즌이 시작되면서 허영무의 슬럼프는 심각한 수준까지 달합니다. 1라운드에서 7전 전패를 당한 허영무는 '허필패'라는 별명과 함께 '패왕'이라는 좋지 않은 닉네임까지 얻게 됩니다(패왕은 다승왕의 반대말로 패수가 가장 많은 선수를 비꼬는 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허영무는 미니홈피의 메인 화면에 쓰지 말아야 할 말을 쓰고 말았습니다. '게임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아, 넌희들이 와서 한 번 해볼래?'라는 글을 메인에 게재한 것이지요. 이 사건으로 인해 허영무를 좋아하던 팬들까지도 등을 돌리게 됩니다.

[게이머그라피] 콩라인의 적자…허영무(2)

◇진에어 스타리그 2011의 결승전에서 SK텔레콤 정명훈을 3대2로 꺾고 우승한 허영무가 경기석을 빠져 나와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재기의 발판
'겜알못' 발언으로 인해 팬들의 눈 밖에 난 허영무는 2011년에 열린 진에어 스타리그를 통해 이미지 쇄신에 나섭니다. 16강에서 STX 김윤환, 화승 박준오, 위메이드 전태양과 한 조에 속한 허영무는 김윤환, 박준오에게 연패를 당하면서 8강 진출이 어려워 보였습니다. 전태양과의 경기에서 이기더라도 박준오가 3전 전승을 하지 않으면 1승2패로 탈락할 위기에 봉착했죠. 전태양을 제압하고 나서 가진 인터뷰에서 허영무는 '격하게' 박준오를 응원한다고 말하기도 했죠.

허영무의 간절한 바람이 박준오에게 전해졌는지 박준오는 3전 전승으로 조 1위를 차지했고 허영무를 포함한 전태양, 김윤환이 1승2패로 타이를 이뤘습니다. 3자 재경기에서 허영무는 전태양과 김윤환을 모두 꺾고 조 2위로 8강에 올랐습니다.

그렇지만 행운이 따르지만은 않았죠. 허영무의 8강 상대가 '최종병기'라 불리던 KT 롤스터 이영호였기 때문입니다. 이영호는 사상 첫 스타리그 4회 우승을 노리고 있던 상황이라 필사적으로 임했죠. 더욱 좋지 않은 상황은 허영무가 첫 경기를 패했다는 점입니다. 스코어가 유리할 경우 역전을 거의 당하지 않는 특징을 가진 이영호였고 프로토스전 성적도 승률 70%에 육박하던 상황이었기에 허영무가 두 세트를 내리 따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죠. 허영무는 기적을 이뤄냈습니다. '패스파인더'와 '글라디에이터' 맵에서 연승을 따내면서 이영호를 탈락시키고 4강에 올랐습니다.

4강에서도 고난이 예상됐습니다. SK텔레콤 저그 어윤수와 매치업이 구성됐기 때문이지요. 어윤수는 당시 프로리그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프로토스전 7연승을 달성하는 등 종족 상성에서 허영무가 열세라고 분석됐죠. 그러나 허영무는 어윤수가 큰 경기 경험이 없다는 점을 활용, 잘 짜여진 전략과 예리한 타이밍을 앞세워 3대0으로 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라갔습니다.

결승전 대진도 극적이었습니다. 허영무와 함께 2인자 그룹을 형성하고 있던 SK텔레콤 정명훈을 만난 것이지요. 정명훈은 진에어 스타리그의 바로 전 대회인 박카스 스타리그에서 송병구를 3대0으로 완파하고 우승을 차지했고 2회 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게이머그라피] 콩라인의 적자…허영무(2)

◇그토록 원하던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춘 허영무.

'콩라인' 멤버들간의 결승전이어서 더욱 큰 관심을 모았던 허영무와 정명훈의 대결은 치열한 승부를 연출했습니다. 허영무가 1세트를 가져가면 정명훈이 2세트를 따내고 다시 허영무가 3세트에서 승리하면 정명훈이 4세트에서 따라붙는 양상으로 경기가 흘러갔고 허영무는 '패스파인더'에서 열린 마지막 세트에서 정명훈의 갖은 견제를 극복하고 캐리어를 모아 승부를 끝냈습니다. 4번의 준우승에 머물렀던 허영무가 마침내 첫 우승컵에 입을 맞춘 순간이었습니다.

진에어 스타리그 결승전에 얽힌 뒷 이야기에 대해서는 3편에서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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