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입니다.

지난주에는 CJ 블레이즈의 정글러 '헬리오스' 신동진을 만나봤습니다. 인터뷰 내내 즐거운 표정으로 말을 하던 신동진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어렸을 때부터 말을 잘해 아나운서가 꿈이었다던 신동진은 프로게이머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고 싶다고 합니다. 지난해 최고의 공격형 정글러로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신동진은 최근 약간 주춤한 모양새인데요. 신동진이 하루빨리 제 실력을 되찾아 다시 정상급 정글러 대열에 당당히 합류하길 바라봅니다.

이번 주 'LOL STAR' 주인공은 LG-IM의 서포터 '라샤' 권민우입니다. 권민우는 지난 9차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 리그에서 대장전, 개인전 통합 우승을 거두면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는데요. 던파 리그 사상 최초의 통합 우승자였던 권민우는 정점에서 내려와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권민우는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는 것이 목표라고 하는데요. 최근 '서포터 3대장'이라 불리는 소나, 룰루, 쓰레쉬가 득세하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베스트 카드인 자이라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권민우의 자이라 플레이 역시 일품이죠.

유니크한 서포터가 되길 꿈꾸는 LG-IM '라샤' 권민우와의 대화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안녕하세요. 팬들에게 인사 한 마디 해주세요.

권민우=제가 팬이 있는지 궁금하네요(웃음). 안녕하세요. LG-IM 서포터 '라샤' 권민우 입니다. 던전앤파이터 이후로 데일리e스포츠에서는 LOL 인터뷰는 처음이네요.

다짜고짜 옛날 얘기부터 할게요. 던파 선수 출신이잖아요. LOL로 전향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권민우=대회가 한동안 없었잖아요. 재미있다는 게임은 이것저것 다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지인들이 LOL을 추천해주더라고요. 마침 다른 게임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을 때 딱 LOL이 나왔던거죠.

올해 액션토너먼트가 열리기 전 마지막 대회인 소니 에릭슨 던파리그에서 개인전, 대장전 우승을 거뒀어요. 던파리그 최초 통합 우승자 출신! 아직도 그때가 생각나지는 않나요?

권민우=지금은 좀 가물가물하죠. 그 때 당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어요. 근데 벌써 3년 전이네요(웃음).

그 때는 턱선도 날렵하고 꽃미남 스타일이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살이 많이 쪘어요(웃음).

권민우=저도 안타까워요. 살을 빼려고 해도 체중이 줄지 않더라고요. 살을 빼기에는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먹는 것, 특히 단 것을 좋아해서 문제에요.


◇던파 리그에서 활동할 당시의 권민우.

던파에서 최고의 선수였는데 명예를 다 버리고 LOL에 도전했어요.

권민우=새로운 도전을 함에 있어서 두려움은 딱히 없었어요. 부담감은 있었죠. 처음부터 제가 흔히 '천상계'라 불리는 고수도 아니었고 유명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에요. 어떻게 보면 전혀 이름없는 선수가 LG-IM에 들어갔으니 '누구지?'하는 반응이 많았거든요. 그냥 잘하고 싶었어요.

근데 액션토너먼트 상금이 상당히 커졌잖아요. 솔직히 그걸 보고 던파를 그만둔 게 후회되지는 않던가요(웃음).

권민우=뒷목 잡고 넘어갈 뻔 했죠(웃음). 만약 제가 던파 선수로 활동할 때 그 정도 상금이었다면 당시 1억원도 넘게 벌 수 있었는데 아쉽네요. 물론 지금은 전혀 후회되지 않아요.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LG-IM은 어떻게 합류하게 된 거에요?

권민우=IRC라는 채팅 프로그램이 있는데 '파라곤' (최)현일이와 약간의 친분이 있었어요. 어느 날 현일이가 LG-IM 2팀의 서포터를 해보지 않겠냐고 제의를 하더라고요. 하지만 당시 프로를 할만큼의 실력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망설여질 수 밖에 없었어요. 고3이었던 것도 컸고요.

고3이었다면 부담감도 컸을 것 같아요.

권민우=던파 선수로 활동할 때부터 부모님께서는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으셨어요. 그러다 수능을 한 달 남기고 부모님께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하니 어떠셨겠어요(웃음). 수능은 치고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망했죠(웃음). 미련없이 서울로 올라왔어요.

처음엔 망설였지만 어쨌든 열정은 숨길 수가 없었군요.

권민우=저는 LOL 챔피언스 리그를 보면서 열광하던 팬 중의 한 명었어요. 그런 제게 LOL 챔피언스 리그에서 직접 뛸 수 있는 제의가 왔다는 사실이 흥분됐죠. 던파 때 느꼈던 무대의 맛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테스트를 보게 됐고 LG-IM의 서포터가 됐습니다.

잠깐, 아까 2팀 서포터 제의를 받았다고 하지 않았나요?

권민우=그랬죠. 근데 작년 윈터 시즌 개막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1팀 서포터라고 하는거에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멍한 표정을 지었던 게 생각나네요(웃음).

팀 입단 당시 레이팅 1700정도의 실력이었다고 들었는데 자신의 어떤 부분이 강동훈 감독님 마음에 들었다고 생각하나요?

권민우=저도 감독님께 물어보고 싶어요(웃음). 대구가 집이라 서울에 올라오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전화로 면접을 봤는데 통화를 하면서 뭔가를 느끼셨나봐요.



LOL 챔피언스 리그에 윈터 시즌에 합류했는데 8강까지 올랐어요. 하필 CJ 블레이즈를 만났죠. 하지만 처음 1, 2세트를 연달아 따내고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결국 승승패패패로 끝났지만요. 정말 아쉬웠을 것 같아요.

권민우=지금도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최)현일이가 3세트에서 억제기 앞 타워를 무리하게 치려다가 끊기고 경기까지 졌거든요. 지금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사력을 다해 '가지마'라고 소리칠 것 같아요.

그동안 LG-IM이 뚜렷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다가 올해 우승을 했어요. IEM7 상파울로에서 말이죠. 우승컵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권민우=당시 출전 팀들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맞수라고 할만한 팀이 없었어요. 상파울로 우승으로 느낀 것은 '아직 우리가 죽지는 않았구나'하는 거였죠.

브라질까지 가는데 힘들었을 것 같아요.

권민우=왕복 50시간이 걸리더라고요. 다시는 해외에 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브라질은 영어를 해도 의사소통이 잘 안되더라고요. 또 브라질에서 한국이 물은 정말 풍부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또 여긴 겨울이었는데 거기 도착하니 여름이더라고요. 경기할 때도 정말 더웠어요. 빨리 브라질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어요.

브라질에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없나요?

권민우=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게요(웃음). 말로 표현이 불가능해요.

IEM7 월드 챔피언십은 정말 아쉬웠어요. 스타크래프트2는 LG-IM이 1위부터 4위까지 휩쓸었잖아요. 그걸 보면서 더 기분이 안 좋았을 것 같은데요.

권민우=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기분이었죠. 같은 팀 선수들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면서 응원하고 축하해줘야 하는데 정말 힘없이 서있었어요.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치게 만든 장면들만 머리 속을 맴돌았죠. 비록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좋은 경험을 했고 많은 공부가 됐다고 생각해요.

권민우 선수하면 자이라로 유명하잖아요. 최근 대회에서는 자이라를 선택하는 선수들을 볼 수가 없어요. 이유가 뭐죠?

권민우=간단히 말하면 자이라보다 훨씬 좋은 서포터 챔피언이 많기 때문이죠. 자이라는 견제형 서포터에요. 기본 체력이 낮은 데다가 전부 공격 스킬만 갖고 있죠. 그래서 도란의 검을 먼저 가는 원거리 딜러들의 추세에 맞추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잘 쓰지 않는 거에요.

그래도 권민우 선수는 꾸준히 자이라를 골랐던데요?

권민우=상황이 나오면 쓰는 거죠. 어쩌다보니 가장 자신있게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됐어요. 이상하게 자이라면 하면 자신감이 붙더라고요.

이제 스프링 시즌 얘기를 좀 해볼게요. 첫 경기 나진 실드와의 경기에서 왜 그렇게 무기력하게 끌려다녔어요.

권민우=전부 위축돼 있었어요. 상성에서 우리가 앞섰지만 수비적으로 플레이했죠. 소규모 교전을 많이 만들어서 이득을 봤어야하는데 그러지도 못했죠.

나진 실드와의 2세트는 정말 대박 역전승이었어요. 그 때 기분이 어땠어요?

권민우=묘했죠. 선수도, 해설자도, 시청자들도 당황한 경기였어요(웃음). 사실 그런 상황이 IEM7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있었거든요. 우리가 다 같이 중앙을 돌파하려고 하는데 상대팀 두 명이 빠져 스플릿 푸시를 하는 상황이었죠. 그 때 막으러 가는 것 보다는 차라리 계속 공격하는 게 낫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만약 나진 실드가 본진으로 귀환해 수비에 나섰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SK텔레콤 T1과의 1세트 경기는 정말 멋졌어요.

권민우=솔직히 당시 챔피언 조합이 LG-IM 멤버들의 인생이 담겨있는 챔피언이었잖아요(웃음).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분이 좋았어요. 또 (최)현일이가 최근 케이틀린을 정말 많이 하거든요.

원래 최현일 선수하면 이즈리얼로 유명하잖아요.

권민우=케이틀린, 바루스 때문에 이즈리얼을 고르기가 힘들어요. 상성상 불리하거든요. 이즈리얼도 자이라와 마찬가지로 기본 스탯이 좋지 않아요. 요즘 추세에도 잘 맞지 않죠.

LG-IM이 스크림의 제왕이라는 별명이 있었잖아요. 왜 항상 대회에서는 그런 실력을 못 보여주는거에요?

권민우=초반에 압도하면 대부분 이기지만 무난하게 흘러갔을 경우 중후반에 좀 밀리는 경향이 있어요. 지금도 그걸 고치려고 모두 노력하고 있고요.

2팀에서 올라온 '스멥' 송경호 선수는 어때요?

권민우=자신감이 넘쳐요.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친구에요(웃음).

지금 글로벌 올스타전 투표가 한창인데 어때요?

권민우=크게 기대하지도 않았어요. '매라신'님이 버티고 계신데 감히 어떻게 제가 넘볼 수 있겠어요(웃음).

올해 확실히 커리어를 쌓아 내년에는 당당하게 올스타에 뽑히는 권민우 선수를 기대해 볼게요. 마지막으로 권민우 선수의 목표 들어보고 인터뷰 마칠게요.

권민우=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저만의 스타일을 갖고 싶어요. 유니크한 서포터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자이라 기본 스탯 상향 좀 해주세요(웃음). 체력이 30만 늘어도 좋겠어요. 아, 그리고 아직까지 '라샤'라는 아이디를 차노아로 아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전 차노아 선수가 아닙니다(웃음).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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