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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그라피] MBC게임과 명을 함께 했다?…염보성(3)

[게이머그라피] MBC게임과 명을 함께 했다?…염보성(3)
◇MBC게임 히어로가 창단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의 단체 사진입니다.

모든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마찬가지이겠습니다만 자신을 뽑아주고 키워준 팀을 떠나는 일을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누구나 신인 드래프트 때 입었던 프로의 유니폼을 평생 입고 싶을 것이고 그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뜬 뒤 자연스럽게 코치의 길을 밟고 최종적으로는 감독이 되길 원하죠. 그렇지만 그렇게 되는 경우는 1%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선수 시절 이 팀, 저 팀을 전전하면서 '저니맨'이라 불리는 선수도 있고 FA로 풀리는 시점에 다른 팀에서 데려감으로써 원소속 구단과 결별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염보성은 다소 특별한 케이스였습니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길을 MBC게임 히어로가 탄탄하게 다져줬지만 게임단이 문을 닫는 비운을 맞으면서 서서히 프로로서의 불이 시들어갔습니다.

[게이머그라피] MBC게임과 명을 함께 했다?…염보성(3)

◇2006년 MBC게임 히어로의 승리 공식이었던 염보성, 박지호, 박성준. 이 세 선수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박지성'이라 불렸습니다.

◆프랜차이즈 스타
MBC게임 히어로라는 팀은 신예 육성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습니다. 하태기 감독이 유소년 육성을 부르짖었고 서형석 코치 이래 박용운, 김혁섭, 이운재 코치까지 신인을 보는 눈이 독특하면서도 예리했습니다. 그 결과 염보성, 이재호, 김택용, 민찬기 등 놀라운 신인들을 지속적으로 키워냈습니다.

그러나 MBC게임은 근본적인 고민을 갖고 있었습니다. 프로게임단을 만든 이유가 게임단을 통한 자사의 홍보 효과 증진이라는 목적도 있었습니다만 이사회에서의 제 목소리내기라는 위함이기도 했습니다. 케이블 게임, e스포츠 채널이라는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있는 온게임넷과 경쟁의 균형을 맞추긱 위해 MBC게임은 히어로라는 팀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업계에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함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만 이와 같은 MBC게임의 전략은 히어로라는 팀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러한 예는 상당히 많습니다. 2006 시즌 MBC게임이 SK텔레콤을 제압하고 통합 챔피언전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난 뒤 고참이었던 박성준은 연봉 재계약에서 회사와 이견을 보이면서 웨이버 공시됩니다. SK텔레콤의 부름을 받아 이적하게 되죠.

2년 뒤인 2008년 MBC게임은 김택용이라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또 SK텔레콤으로 보냅니다. 이번에는 현금 트레이드였는데요. 당시 SK텔레콤은 임요환의 군입대와 기존 주전들의 노쇠화로 인한 세대 교체가 필요했고 MBC게임으로서는 게임단 운영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모델을 보여주기 위해 김택용을 이적시켰습니다.

김택용을 이적시킬 때 MBC게임의 계산은 분명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염보성과 이재호가 있고 그 뒤를 받쳐줄 선수들이 크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실제로 김택용이 이적하고 나서도 MBC게임은 꾸준히 프로리그의 강자로 군림했습니다. 염보성, 이재호는 돋보이지도 않지만 무너지지도 않는 실력을 유지했고 후배들을 키워내기 시작했지요.

그러던 차에 염보성은 2009년 FA 자격을 얻었습니다. 2005년 데뷔 이후 5년차가 됐고 기준 경기 수를 충분히 채우면서 자유롭게 팀을 구할 수 있었지요. 염보성은 별 무리 없이 원소속 게임단인 MBC게임과 재계약을 채결했습니다. 연봉 7,500만원에 옵션 조항을 덧붙여 1억원선에서 계약했습니다. 이전까지 억대 연봉을 원하는 선수들을 대부분 이적시켰던 MBC게임 히어로에서 처음으로 1억 연봉자가 나왔다는 사실은 염보성을 프랜차이즈 스타로 인정했다는 증거입니다.

[게이머그라피] MBC게임과 명을 함께 했다?…염보성(3)

◇2006 시즌 MBC게임 히어로가 통합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의 사진입니다. 이후 MBC게임은 주전 선수들을 다른 팀으로 이적시키면서 점차 전력이 약해졌습니다.

◆MBC게임의 몰락
2009년 FA에서 염보성은 함께 성장한 이재호와 같이 재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선배로 박지호가 있었지만 염보성이 사실상 팀의 리더나 다름 없었지요. 주전으로 계속 활약했고 벤치에서도 팀을 이끌어가는 구심점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MBC게임 히어로라는 팀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 김택용과 박용운 코치가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겼고 하태기 감독이 경질되면서 원년 POS의 멤버는 김혁섭 코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된 김혁섭 감독마저도 2년을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나면서 MBC게임 히어로는 뒤숭숭한 분위기를 맞이합니다.

여기에 충격적인 소식이 하나 더해지죠. MBC게임이라는 케이블 채널이 정체성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게임과 e스포츠가 아닌 음악 채널로 변신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선수단 또한 '멘붕'을 맞이합니다. 소문이 점차 현실이 되어갔습니다. 염보성과 함께 팀의 주축이었던 이재호를 웅진 스타즈로 이적시킨 것이지요. 이재호의 몸값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기에 MBC게임은 이재호를 이적시키고 발생한 이적료를 게임단 운영비로 돌리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게이머그라피] MBC게임과 명을 함께 했다?…염보성(3)

◇8게임단의 유니폼을 입은 염보성.

몰락의 수순을 걷던 MBC게임 히어로는 10-11 시즌을 마친 이후 선수단을 해체했습니다. 그리고 MBC게임이라는 케이블 게임 채널 또한 폐국을 시키고 음악 채널로 전환했습니다.

MBC게임에 몸담았던 선수들 가운데 염보성, 김재훈, 하재상 등은 구제를 받았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게임단 운영을 포기한 화승, 위메이드 선수들과 함께 8게임단의 멤버로 뽑혔습니다.

화승 출신 이제동, 위메이드 출신 전태양 등과 MBC게임 출신 염보성이 호흡을 맞춘다면 세계 최강의 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지만 염보성의 마음은 서서히 무너져 갔습니다. MBC게임의 적통을 이었던 대표 선수였기에 MBC게임 히어로의 몰락은 염보성의 몰락과 이어졌습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만으로 치러진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시즌1에서 아쉽게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8게임단은 스타크래프트2:자유의 날개(이하 스타2)와 스타1을 병행한 시즌2에서는 포스트 시즌에 올랐습니다. 이 대회에서 염보성은 10승6패를 기록하면서 진가를 발휘했는데요. 스타1에서 7승2패로 여전한 기량을 보여줬지만 스타2에서는 3승4패로 저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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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퀴드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염보성의 은퇴 기사(리퀴드 홈페이지 캡처).

◆리퀴드로의 이적과 은퇴
시즌2에서 스타2 성적이 3승4패에 그쳤던 점이 염보성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8게임단에서 1년 동안 생활한 염보성은 해외 게임단인 리퀴드로 이적을 요구합니다. 군에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한국을 벗어나 해외를 누비면서 게임을 하고 싶다는 뜻을 강력히 밀어붙인 것이지요. 8게임단 또한 염보성의 미래를 위해 이적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염보성이 참가하고자 하는 리그가 스타2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스타2에 대한 적응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염보성은 리퀴드로 이적했고 여러 해외 대회를 나갔습니다면 신통치 못한 성적을 냈습니다.

스타2에서 벽에 부딪혔다고 생각한 염보성은 이적한 지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스타1으로 인터넷 개인 방송을 시작했고 얼마 전에는 아이템베이 소닉 스타리그에 참가했다가 32강 탈락의 수모를 겪기도 했습니다.

염보성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만약 MBC게임이 음악 채널로의 전환 또는 게임단 철수를 결정하지 않았다면 염보성은 스타1이 종목이 됐든, 스타2가 종목이 됐든 최고 수준의 선수로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MBC게임 히어로, 정확하게 말하면 POS의 순혈임을 뼈 속까지 간직하고 있던 염보성에게 동료들의 이적과 게임단의 몰락은 게임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는 요소가 아니었을까요.

워낙 축구를 좋아해 '염메시'라 불리기도 했고 부진에 빠졌을 때 축구 선수들의 환상적인 골 동영상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는 염보성의 최종 꿈은 스페인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바르셀로나를 좋아하는 염보성은 홈구장인 누 캄프에서 티키타카를 직접 감상하는 것이라고 누누히 밝힌 바 있는데요. 해외 게임단에서 펼치지 못한 그 꿈이 염보성의 인생에서는 이뤄지길 바랍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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