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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그라피] 유소년 시스템의 산물…염보성(1)

안녕하십니까.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프로게이머들의 데뷔부터 은퇴까지 희로애락을 돌아보는 '게이머그라피'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 말에 박태민편을 끝으로 잠시 연재를 접었다가 다시 쓰려고 하니 생각보다 인물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고민하던 차에 얼마 전 한 선수의 은퇴 소식을 접했습니다. 리퀴드로 이적했던 테란 염보성이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는 소식이었는데요. 염보성의 은퇴는 제게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줬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초임 시절에 인터뷰한 선수들에 대한 기억이 강하게 남습니다. 저 또한 e스포츠 전문 기자로 발을 담근 시점에 만났던 선수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하고 있는데요. 그 중 한 명이 바로 염보성입니다.

◆POS의 자랑이었던 유소년 시스템
염보성을 처음 만났을 때는 2005년입니다. 염보성이 1990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만 14세였네요. 중학교 3학년 때였죠. 당시 염보성은 POS라는 팀의 연습생이었습니다. 하태기 감독이 이끌고 있던 POS는 박성준과 박지호가 성적을 내면서 주목을 받았죠. 하태기 감독은 두 명의 주축 선수를 간판으로 내걸고 있었지만 몰래 숨겨 놓은 카드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염보성이었죠.

하태기 감독의 노림수는 유소년 프로게이머 육성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중학생 가운데 스타크래프트에 재능이 있는 선수를 발굴해서 2~3년 가량 연습생 생활을 시키면서 실력을 키우고 고등학생의 나이에 정식으로 데뷔를 시켜 성적을 내도록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축구 명문인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갖고 있던 유스 시스템을 e스포츠에 적용시킨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하 감독의 첫 작품이 바로 염보성입니다. POS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연습생을 뽑았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선발된 선수들의 면면은 정말 화려한데요. 염보성, 김택용, 이재호가 지금까지도 활동하고 있는 POS 유소년 시스템의 산물입니다.

염보성을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갔더니 염보성이 연습실에 없었습니다. 오후 3시에 약속을 잡았는데 학교에 일이 있어 늦게 끝났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자연스럽게 "고등학교라 그렇겠네요"라고 말했더니 하 감독은 "무슨 말씀이에요. 중학생이라 자유롭게 학교를 다니는거죠"라고 답해서 얼굴이 붉어진 기억이 납니다.

방과후에 가방을 메고 연습실에 들어온 염보성은 아직 여드름조차 나지 않은 아이였습니다. POS 선수들 대부분이 나이가 어렸지만 주전 선수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면서 안녕하세요라고 깍듯이 인사하던 기억이 납니다. 인터뷰를 하자고 했더니 "아직 공식전도 치르지 않은 저를 왜 인터뷰하시는 거에요?"라며 되묻는 모습에서는 어린이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는 선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앙팡 테리블
염보성은 데뷔하자마자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박성준과 박지호만으로 프로리그 엔트리를 낸 적도 있을 정도로 선수층이 얇았던 POS는 염보성이 프로게이머 드래프트를 통해 등록을 마치자마자 공식전에 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로리그에서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 팀의 테란 에이스 자리를 꿰찬 염보성이팬들의 뇌리에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KTF 매직엔스의 레전드들을 꺾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염보성은 2005년 MSL의 하부리그인 서바이버 리그에서 홍진호를 제압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9월15일의 일이었는데요. 홍진호가 하락세를 겪고 있기는 했어도 염보성이라는 신인에게 덜미를 잡힐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지요. 그리고 1개월 여가 지난 뒤 서바이버 리그 재경기에서 또 다시 만나 홍진호를 잡아냈습니다.

진정한 파란은 2006년 1월에 열린 듀얼 토너먼트에서 시작됩니다. 스타리그 우승자 출신인 박정석을 격파한 뒤 한빛 스타즈의 에이스 김준영을 제압하며 조 1위로 진출한 염보성은 그룹 순위 결정전에서 홍진호, 조용호와 같은 조에 편성됐습니다. 재경기를 두 번이나 치르는 혼전 끝에 염보성은 홍진호, 조용호라는 당대 최고의 저그를 제압하고 B조 1위를 차지했습니다. 듀얼 토너먼트 1위 결정전의 상대 또한 KTF 매직엔스의 강민이었습니다.

한게임 스타리그에서 우승한 이후 슬럼프를 겪던 강민이 듀얼 토너먼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스타리그 직행을 노리던 차에 신인 염보성을 만났기에 전문가들은 강민의 낙승을 예상했습니다. 그렇지만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염보성이 탄탄한 경기력과 신예답지 않은 운영 능력을 선보인 끝에 강민을 3대2로 꺾고 스타리그 본선에 시드를 받아 자력 진출한 것이지요(스타리그 본선 3위까지 직행 티켓이 주어졌고 듀얼 토너먼트 1위에게는 4번 시드가 주어졌습니다).

염보성이 스타리그까지 직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팀은 KTF 매직엔스였을 것입니다. 홍진호, 조용호, 강민, 박정석 등 억대 연봉자들이 줄줄이 무너졌기 때문이지요. 염보성은 KTF 킬러라는 별명을 얻었고 더 나아가 '앙팡 테리블'이라는 닉네임을 얻었습니다. '앙팡 테리블'은 무서운 어린이라는 뜻의 불어입니다.



◆개인리그 저주의 시작
염보성을 대표하는 말 가운데 하나는 '프로리그의 사나이'입니다. 프로리그에서는 팀을 최정상에 올려 놓을 정도로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던 염보성이지만 개인리그에서는 극도로 저조했기 때문입니다.

염보성의 개인리그 부진이 시작된 대회가 바로 KTF 매직엔스의 레전드 선수들을 모두 제압하고 올라간 신한은행 스타리그 2006 시즌1입니다. 이 대회는 스타리그가 16강 본선 체제에서 벗어나 참가 선수 숫자를 늘리기 위해 24강으로 치른 첫 대회인데요. 24강에서 염보성은 이병민, 김성제, 김남기를 완파하며 16강에 진출했습니다.

스타리그가 시스템을 바꾸면서 16강부터 토너먼트가 도입됐는데요. 염보성의 상대는 박명수였죠. 깔끔한 뮤탈리스크 컨트롤로 유명했던 박명수는 염보성을 2대1로 잡아냈죠.

이후 염보성에게는 프로게이머 인생 내내 따라다닌 개인리그의 징크스가 생겨났는데요. 개인리그의 본선까지는 곧잘 올라가지만 8강에는 한 번 밖에 진출해본 적이 없는, 최악의 커리어를 갖게 됩니다. 프로리그에서는 척척 잡아내는 상대로 개인리그에서 만나면 이기지 못하는 염보성의 징크스는 어찌 보면 거칠 것 없이 '잘 나가던' 데뷔 시절 때문이 아닐까요.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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