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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게임연출가 조진용 "보는 e스포츠의 재미 주고파"

[피플] 게임연출가 조진용 "보는 e스포츠의 재미 주고파"
e스포츠에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이 있다. 대회를 주최하는 종목사, 대회의 후원사, 직접 경기에 임하며 리그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선수들, 선수들의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 등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e스포츠 경기는 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합쳐진 결정체다.

여러 요소들이 결합되어 e스포츠가 TV 화면으로 중계된다. 선수들의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잡아내느냐가 e스포츠를 보는 스포츠로 만들고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시청자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인기를 끌어 올릴 수 있는 요소가 된다. 그래서 e스포츠에는 게임 연출이라는 '보직'이 따로 있다. 시청자들은 게임 연출을 옵저버라고 부른다.

옵저버는 축구나 야구로 치면 중계 카메라에 해당한다. 관중이나 시청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경기를 볼 수 있도록 빠르게 진행되는 경기의 흐름을 읽고 정확한 장면을 잡아야 한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뛰어나도 경기의 맥을 정확히 짚어주는 옵저버의 역량이 받쳐주지 못하면 빛을 잃게 된다.

온게임넷 조진용 게임 연출은 올해로 옵저버 7년차에 접어드는 베테랑이지만 아직도 어떻게 하면 좀 더 시청자들이 즐겁게 경기를 볼 수 있을지 고민과 연구를 거듭한다. 조진용 PD는 지난 5월 화촉을 밝혔다. 하필 아주부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더 챔피언스 스프링 결승전과 겹쳐 신혼여행까지 미뤘다는 조진용 PD의 말에 e스포츠 종사자의 애환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의 눈에서 일에 대한 열정을 찾아볼 수 있었다.

온게임넷 입사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옵저버에 대한 조진용 PD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온게임넷에 발을 담그다
온게임넷의 열혈 시청자였던 그는 이제 직접 시청자들을 위해 연출을 담당한다. 2005년 12월 온게임넷 입사 후 2006년 프로리그로 옵저버를 시작한 조진용 PD는 스타크래프트부터 서든어택, 아바, 카운터스트라이크 등 FPS, 겟엠프드, 컴온베이비까지 다양한 종목들을 옵저빙 해왔다.

2005년 12월 구인광고를 보고 무작정 상경했다. 서울로 올라온 그의 수중에는 고향인 부산에서 벌었던 마지막 아르바이트비 70만원이 전부였다. 면접을 통과한 조진용 PD는 FD로 처음 일을 시작했다. 무대 세팅부터 궂은 일을 도맡아하며 일을 배우던 조진용 PD는 당시 옵저버였던 김희제씨의 제안을 받아 옵저버를 시작하게 됐다.

"당시 (김)희제 형이 많은 비난에 시달리던 시기였어요. 지친듯이 제게 옵저버를 해볼 의향이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싫지는 않았어요. 온게임넷 시청자였을 때 부터 '내가 옵저버를 해도 저 사람보다는 잘하겠다'라는 생각을 했거든요(웃음)."

◆스프링 리그는 성장의 밑거름
올해 초 LOL 인비테이셔널을 시작으로 스프링 리그, 섬머 리그, 현재 한창 진행 중인 윈터 리그까지 온게임넷은 국내 유일 게임 방송국으로서 LOL 대회를 진행, 중계하고 있다. 다양한 게임을 연출해왔던 조진용 PD지만 국내에서는 시작에 불과한 LOL이었기에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다.

"의문사가 나왔을 때 굉장히 당황했어요. 일단 게시판에 들어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어요(웃음). 농담이고요. 자책감이 들었어요. 제가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프로 선수들의 수준 높은 경기력을 시청자들이 편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건데 그걸 놓쳤기 때문이죠."

실제로 스프링 리그 때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 옵저버를 향한 성토가 많았다. 화면에 잡히지 않은 다른 라인에서 킬이 발생한다든지 경기의 중요한 흐름을 짚지 못한 옵저빙 때문이었다. LOL은 5대5 게임이다보니 경기 초중반에 동시 다발적으로 교전이 벌어질 때도 있고 미처 생각지 못한 타이밍에 킬이 나올 수도 있다.

"스타크래프트는 1대1 대결이에요. 한 명이 동시에 몇 가지 행동을 해도 결국 한 사람의 의지죠. 하지만 LOL은 각각의 움직임이 달라요. 하단에서 2대2 싸움이 벌어질 때 상단, 중단에서도 교전이 일어나기도 해요. 동시다발적으로 전투가 일어나죠. 그럴 때는 정말 어디를 잡아야 할지 고민에 빠집니다. 또 해당 라인을 지원하기 위해 이동하는 정글러와 AP 딜러의 움직임까지 보여줘야 하죠. 정신 없이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순간적으로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 해요. 일단은 메인 교전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조진용 PD는 북미에서만 LOL이 서비스될 때부터 즐겨 했다. 경력으로 따지면 3년이 넘는다. 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게임을 하는 것과 선수들의 게임을 화면으로 잡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털어 놓았다. 조진용 PD는 스프링 리그 당시 한 일화를 회상했다. '로코도코' 최윤섭과 '매드라이프' 홍민기가 MiG 소속이던 당시 경기에서 '로코-매라' 듀오가 3인 다이브를 당하는 상황이었다.

"상대 팀 3명이 MiG의 하단 타워로 뛰어들었어요. 한 명이 전사 직전인 홍민기를 쫓아갔어요. 나머지 둘은 최윤섭을 공략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제 생각은 곧 킬이 나올 것 같은 홍민기를 먼저 비추고 곧바로 최윤섭으로 화면을 돌리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오판이었습니다. 화면은 홍민기를 비추고 있는데 킬은 최윤섭 쪽에서 나버린거죠. 그 때 프로는 공격력을 계산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느꼈어요. 그 이후로 제가 게임을 하기보다는 VOD를 찾아보고 선수들의 플레이를 연구하기 시작했죠."

조진용 PD는 선수들의 개인 방송이나 경기들을 찾아 보면서 자신만의 메커니즘을 구축했다. 공격적인 성향의 '막눈' 윤하운이나 '래퍼드' 복한규의 경우 잦은 교전이 일어나는 상단 라인을 자주 비춘다던가 미니맵 상에서 하단 라인의 아이콘이 가까워지는 순간 곧바로 해당 장면을 잡는 식이다. 또 최근에는 시즌2의 핵심 포지션인 AP 딜러를 중심으로 화면을 잡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스타크래프트1:브루드워와 LOL을 함께 옵저버 하려니까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일단 미니맵 위치가 정반대거든요(웃음). 작년에 있었던 WCG 2011 국가대표 선발전부터 지금까지 LOL 옵저버를 하면서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어요. 스프링 때 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시청자들의 욕구에 부응하려면 앞으로 더 노력해야죠."

[피플] 게임연출가 조진용 "보는 e스포츠의 재미 주고파"


◆피할 수 없는 돌발상황
생방송은 특성상 돌발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조진용 PD는 대부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e스포츠 경기를 맡다보니 여러 상황과 마주쳤다. 특히 LOL 섬머 리그 당시 '막눈' 윤하운이 선택한 말파이트가 움직이지 않아 장시간 경기가 지연된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고.

"'막파이트', '막아톤' 등 많은 패러디가 쏟아질 정도로 큰 사건이었죠(웃음). 당시 온게임넷과 라이엇 게임즈 모두 상당히 힘들었어요. 후에 라이엇 게임즈에서 파악한 내용은 클라이언트 문제였죠. 어쨌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봤지만 시간만 흘러갔죠. 초조했어요. 하지만 의외의 방향에서 해결이 됐어요. LOL 경기는 선수 10명에 옵저버 3명으로 하거든요. 세 번째 옵저버의 PC를 윤하운 자리에 설치했더니 진행이 되는거에요. 늦게나마 경기를 재개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었어요."

지난 16일 나진 실드와 LG-IM의 1세트 경기 말미에는 중계 화면이 아래로 밀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나진 실드의 승리가 확정된 상황이었지만 화면은 계속해서 아래를 향했다. 옵저버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는 제가 아닌 서브 옵저버가 진행할 때 발생한 일인데 아직 파악이 안되고 있어요. 당시 경기 직후 PC와 키보드를 교체한 뒤 정상적으로 진행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에서 해당 로그 파일을 수거해 갔으니 앞으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 다시 봐도 아찔해요(웃음)."

◆시청자들에게 즐거움 주고파
조진용 PD는 자신의 옵저빙으로 팬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며 지난 LOL 섬머 리그 결승전을 회상했다. 용산 전쟁 기념관에서 진행된 섬머 리그 결승전은 야외무대이다 보니 날씨 문제에 민감할 수 밖에 없었다. 또 하필 전날 비가 많이 왔기 때문에 세팅에도 애를 먹었다.

"경기 전날 비가 많이 와서 세팅 중 옵저버 위치를 계속 옮겼어요. 인터넷 라인도 불안해서 결승전에 영향을 끼칠까봐 걱정도 많이 했죠. 아마 새벽 2시쯤 퇴근했을 거에요. 결승 당일에 비는 오지 않았는데 다른 문제가 발생했어요. CLG.EU가 1, 2세트를 연달아 이겨버린거죠(웃음)."

5전3선승제로 진행된 섬머 리그 결승전은 아주부 프로스트가 CLG.EU에게 연이어 패배를 당하며 3세트 만에 결승전이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스프링 리그 결승전 역시 아주부 블레이즈가 아주부 프로스트를 3대0으로 완파하며 싱겁게 끝났기 때문에 섬머 리그 마저 3대0으로 끝난다면 관계자나 관중들 모두 아쉬움이 컸을 터. 하지만 더 많은 멋진 경기를 관중이나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조진용 PD의 마음을 아주부 프로스트가 알아준 것일까. 기적이 일어났다.

"2세트 종료까지만 해도 제가 맡아왔던 스타리그에서 그렇게 잘 나오던 명경기가 왜 LOL에서는 안 나올까하고 생각했죠(웃음). 하지만 아주부 프로스트가 남은 세 경기를 연달아 따내면서 패패승승승이라는 명경기를 만들어 냈어요. 제가 화면을 잡을 때마다 터지는 관중들의 함성 소리를 들으며 힘이 나더라고요. 특히 '래피드스타' 정민성이 럭스를 했던 경기에서 궁극기를 쓸 때마다 제가 기가 막히게 잡아냈어요. 현장 분위기도 좋아지고 제 기분도 좋아졌죠(웃음)."

앞서 말했듯 옵저버는 e스포츠 경기의 숨은 주역이다. 옵저버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음지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더욱 밝게 빛나게 해주고 시청자들이 더욱 재미있는 경기를 볼 수 있게 하는 존재다. 7년차 베테랑 옵저버 조진용 PD는 조명은 받지 못하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저는 조명을 받지 못해도 상관없어요. 제가 비추는 화면으로 선수들이 스타가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고 생각해요. 모든 선수들의 플레이가 정확하게 보여지고 시청자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이 우선입니다. 저를 포함한 스태프들에게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는거죠."

조진용 PD는 어떤 게임을 방송하든 시청자들이 불편함없이 편하고 재미있게 경기를 지켜볼 수 있는, 시청자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연출을 꿈꾼다. 또 한발 나아가 보는 재미가 충실한 게임 개발에 일조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목표까지 갖고 있었다.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방송이 끝난 뒤 스태프 스크롤에서 제 이름이 흘러 나가는 것을 편안하게 지켜보고 싶어요. 시청자들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서 '조진용이 연출하는 경기는 멋지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웃음). 또 게임 개발 기획 단계부터 하는 것도 재미있고 보는 것도 즐거운 게임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어요. 온게임넷이 CJ에 합병됐잖아요. CJ 계열사 중 넷마블이 있어요. 그룹 내 협업으로 가능하다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거에요. 게임 화면을 보여드리는 것에서 발전해 직접 보는 재미가 충실한 게임을 보여드리는 것이 제 최종 목표입니다(웃음). 지켜봐주세요."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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