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한 듯했다. 개인리그나 프로리그 등 우승이 결정되는 마지막 세트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희일비하는 동안 관객석에서는 탄식과 함성이 쏟아져 나왔고 중계진들도 긴장감을 극대화시켰다.

이 경기는 프로리그 정규 시즌의 한 경기였다. 출전한 선수가 김택용이었고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이하 스타2)에서 6연패를 하고 있었기에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마침내 상대 선수인 염보성의 항복 선언이 나왔고 김택용은 우승한 듯 경기석에서 뛰쳐 나왔다. 그렇게 절실하게, 간절하게 원하던 스타2 공식전 첫 승이었다.

Q 스타2 시즌 첫 승리를 거둔 소감은.
A 너무나 늦게 승리를 신고했다. 솔직히 시즌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이기지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이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평소보다 더 긴장됐고 뭔가 이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무언가 딱 맞아떨어진 것 같다.

Q 시즌 끝까지 못이길 줄 알았다는 것은 자신이 부족한 것인가. 본인의 스타2 실력을 냉정히 평가하자면.
A 지금 협회 소속 선수들 가운데서도 중하위원 정도라 생각한다. 다른 게임단 선수들 보면 그랜드 마스터도 있고 실력이 상당하다. 그래도 요즘 게임을 많이 하다보니 점점 적응이 되는 것 같다.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

Q 희망이 보이는가.
A 오늘 졌다면 희망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경기 중에 유불리를 잘모르겠다. 오늘도 신나서 경기를 하는데 중앙에 테란 병력이 있어서 놀랐다. '오늘도 또 지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때마침 폭풍 업그레이드가 됐고 위기를 넘겼다. 스타2로 경기할 때마다 긴장하다 보니 전황 판단이 쉽지 않았다.

Q 떨린다는 말을 했는데.
A 스타2는 떨린다. 처음 프로게이머를 시작할 때 느낌이다. 예전 신인 때보다 경력도 쌓여서인지 그 때보다 더 떨리는 것 같다. 오늘 경기에서도 사소한 실수가 많았다.

Q SK텔레콤 성적이 좋지 않다. 김택용의 스타2 적응이 늦어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A 크게 떨어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상위권 팀들과 2승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늘 8게임단을 이겼으니 기세를 이어가서 승리하겠다.

Q 박완규씨가 응원을 왔다.
A (박)완규 형님이 오실 때마다 이기니까 신기하다. 지난 KT전과 오늘 모두 이겼다. 졌던 기억이 없다. 바쁘신 줄 알지만 이렇게 와주시니 감사하다. 그리고 오실 때마다 이기니까 매번 와주셨으면 좋겠다. 언젠가 꼭 보답하고 싶다. 그리고 스타2를 많이 지니까 주변에서도 걱정과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그런 모든 분들 덕분에 승리하는 것 같다. 승리했을 때 많은 분들이 제 이름을 외쳐주셔서 울컥했다. 이런 기분을 잊지않고 계속 달리겠다.

Q 하고 싶은 말은.
A 스타2는 한 번 질 때마다 나 스스로 '이젠 끝났나? 따라잡기 힘들겠다'는 자괴감에 빠졌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많은 팬들이 응원을 해주셔서 이렇게 버틸 수 있던 것 같다. 아낌없이 응원해주신다면 이기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내 1승을 위해서 권오혁 코치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는데 이번에 이기게 돼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 드리고 싶다. 부담을 가질 수도 있는데도 회사에서도 시간을 갖고 천천히 연습을 하라고 말씀해주셔서 고마웠다. 모든 분들에게 고맙다. 나는 이제 시작이다.

[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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