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스타걸이 간다] 장애 극복하고 꿈 이룬 '막눈' 윤하운

[스타걸이 간다] 장애 극복하고 꿈 이룬 '막눈' 윤하운
안녕하세요. 스타걸 서연지입니다.

지난 주에는 스타리그 역사의 산증인 온게임넷 위영광 PD님을 만나봤습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으로 진행되는 마지막 스타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특집으로 야심차게 준비했는데 스타리그 결승전이 한 주 뒤로 밀려나면서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아 조금 속상하네요. 그래도 스타리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뜻 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 만나볼 선수는 스타크래프트 종목의 선수가 아닙니다. 제게도 색다른 경험이었는데요. 스타크래프트가 아닌 다른 종목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선수를 최초로 만났습니다. e스포츠 종목이 점점 다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다양한 선수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들께 들려드리는 것이 맞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얼마 전 용산에 갈 일이 있어 경기장에 들렀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분명 스타리그를 하는 날도 아닌데 찜통 같은 더위에 바깥까지 팬들이 경기를 보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오랜만에 용산 경기장에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을 보고 도대체 어떤 종목 리그이길래 이렇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지 궁금해 졌죠.

게다가 제 팬들 모두 입을 모아 한 게임을 해보라고 추천해 주더군요. 바로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게임을 썩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팬들에게 이야기를 듣는 정도였는데 직접 현장에서 LOL이 얼마나 인기 있는 종목인지 깨닫고 난 뒤 곧바로 집에 와 LOL을 다운받았습니다.

팬들이 왜 저에게 이 게임을 추천했는지 그리고 LOL 리그에 왜 그렇게 많은 팬들이 몰리는지 3일 만에 알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잘 하지 못하지만 재미있는 것만은 확실하더군요. 그리고 e스포츠가 이제는 정말 종목 다변화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최근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LOL 선수를 만나보고자 합니다. LOL 리그에서 팬 만큼 안티 팬도 많은데다 경기를 할 때마다 이슈를 몰고 다니는 선수를 찾던 도중 대부분 관계자들이 '막눈' 윤하운을 추천하더군요. 그 많은 선수 가운데 왜 윤하운이 선택됐는지 그와 인터뷰를 통해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종목의 새로운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는 '막눈' 윤하운을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행운을 가져다 준 LOL

[스타걸이 간다] 장애 극복하고 꿈 이룬 '막눈' 윤하운

서연지=안녕하세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처음 만나게 돼 무척 반갑습니다. LOL 슈퍼 스타 가운데 한 명을 만나니 무척 영광이네요.

윤하운=저야 말로 영광이죠. 매번 TV에서만 보던 분을 이렇게 실제로 만나게 되니 신기하네요. 사인 받아야겠어요(웃음). 연예인 보는 것 같아요. 예전부터 스타리그를 오랫동안 봐온 팬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꼭 한번 만나고 싶었던 분이 스타걸이었거든요.

서연지=그렇게 말하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웃음).

윤하운=제가 사실 동료들에게 말하지 않고 왔거든요. 사진도 찍는다고 해서 나중에 '짠' 하고 보여주려고요(웃음). 무척 부러워 할거에요. 저희 사이에서는 '연지느님'으로 불리기 때문에 제가 같이 인터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질투심에 맞아 죽을지도 몰라요. 보험 몇 개 들어놔야겠는데요(웃음).

서연지=듣던 대로 재치가 넘치네요. 그리고 칭찬이지만 제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직접 해주시니 너무나 쑥스럽네요. 제 손발이 없어지는 느낌이에요(웃음). LOL 선수인데 스타리그를 자주 봤던 이유가 있을까요?

윤하운=LOL을 하기 전부터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도가 남달랐죠.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커서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서연지=그런데 스타크래프트가 아닌 LOL로 프로게이머가 된 이유가 있을까요? 무척 어렸을 때부터 꿈꿔 왔다면 스타크래프트를 했어야 맞잖아요.

윤하운=저는 그때 한창 도타라는 게임을 하고 있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 잘 맞지 않더라고요. 언젠가는 그래도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LOL을 만나게 된 거죠.

서연지=왜 LOL 선수 가운데 가장 처음 인터뷰할 선수로 선정됐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윤하운=팬이 많아서(웃음)? 누군가가 그러더라고요. 팬만 따지면 다른 선수들이 더 많을 수도 있지만 안티팬도 팬이라는 이론을 적용한다면 아마 LOL 선수 가운데 제가 팬이 가장 많을 거라고(웃음). 팬도 많고 안티팬도 많기 때문에 선정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서연지=정확히 맞혔는데요(웃음)? 역시 자기 자신을 정말 잘 알고 있네요.

[스타걸이 간다] 장애 극복하고 꿈 이룬 '막눈' 윤하운

윤하운=그게 아니고서야 저보다 더 인기도 많고 잘하는 선수들도 많은데 제가 선택될 이유가 없잖아요(웃음). 그래도 어쨌던 LOL 선수 가운데 '연지느님'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 것은 가문의 영광이 될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어 안티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겠어요(웃음).

서연지=LOL을 언제부터 시작한 거에요?

윤하운=한국에 런칭되기 전부터 북미 서버에서 LOL을 즐겼죠. 한국에 LOL이 들어오기 약 2년 반 전부터 시작했으니 오래된 게이머라 볼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도타나 카오스 등 AOS 장르를 즐겼기 때문에 LOL에도 금새 빠져들게 됐어요.

서연지=LOL이 어떤 매력이 있는지 한번 자랑해 본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윤하운=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장점과 FPS적인 요소를 가미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수 많은 챔피언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수 백만 가지의 전략이 나올 수 있는 점은 스타크래프트를 필두로 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과 닮았지만 그것을 5명이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FPS를 닮았죠. 다섯 명이 호흡을 맞추며 함께 즐기는 게임이라는 매력은 기존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를 주거든요.

게다가 게임에 실증을 잘 느끼는 사람도 LOL의 경우 챔피언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싫증을 느낄 시간이 없어요. 꼭 해보세요.

서연지=사실 얼마 전부터 LOL을 시작했는데 무척 힘들더라고요. 혹시 초보가 하면 좋을 것 같은 챔피언 하나만 추천해 주겠어요?

윤하운='애니'라는 챔피언이 있어요. 손가락 열 개만 있으면 할 수 있거든요. 캐릭터가 8살 여자 아이인데 정말 귀여워요. 곰 인형도 소환할 수 있는데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서연지=본인은 어떤 챔피언을 주로 선택해요?

윤하운=자신 있는 챔피언은 많아요. 니달리, 이렐리아 등 화려한 스타일의 챔피언을 주로 사용하죠. 카사딘도 좋아하고요. 공격적인 운영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것 때문에 욕도 많이 먹었어요(웃음).

서연지=LOL이 이렇게 리그로 성공할 것이라 예상했나요?

윤하운=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저 LOL을 즐기기만 하다가 얼떨결에 프로게이머라는 꿈을 이루게 됐다니까요(웃음). 항상 나에게는 좋지 않은 일만 있는 것 같아 너무나 힘들고 괴로운 나날을 보냈는데 LOL 덕분에 나도 무언가 이룰 수가 있다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LOL이 저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 것 같아요.

◆"장애를 바라보는 편견 극복하기 힘들었어요"

서연지=그래도 프로게이머가 되고 난 뒤 힘든 일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윤하운=지금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한데 저에게는 '틱'장애가 있어요. 아이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나 목, 어깨, 몸통 등의 신체 일부분을 아주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말하죠. 사실 사람들에게 제 장애가 알려지는 것이 정말 싫었어요.

[스타걸이 간다] 장애 극복하고 꿈 이룬 '막눈' 윤하운

서연지=방송에 출연하게 되면 알려질 수밖에 없을 텐데 부담감은 없었어요? 틱장애가 집중하면 더 심해진다고 하더라고요.

윤하운=어느 누가 자신의 장애를 TV로 보여주고 싶겠어요. 그래서 사실 프로게이머를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분명 게임을 하면서 '틱장애'가 나타날 텐데 그것이 전국에 생방송 된다는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누군가는 그 장면을 캡쳐로 찍거나 짤방을 만들어 악의적으로 사용할 것이 뻔할 텐데 그 모든 것을 감수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서연지=그래도 용기 있게 프로게이머를 도전했네요.

윤하운=저에게는 오랜 숙원이자 꿈이었잖아요. 꿈이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온 장애 때문에 무너지는 것은 싫었어요. 물론 장애를 편견을 가지고 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놀림감이 될 수도 있겠지만 꿈을 이룰 수 있게 된다면 저에게 돌아올 보람은 그것을 모두 극복하고도 남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한 거죠.

서연지=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었다고 해도 막상 장애를 가지고 단체생활을 하면서 프로게이머를 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윤하운=많이 힘들었어요. 작년 WCG 예선에서 방송에 처음 나왔는데 저도 모르게 '틱장애'가 나온 거에요. 사람들이 조금씩 의심을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당시에는 이겼다는 기쁨 보다는 내 장애가 알려진다는 사실에 우울했어요. 막상 부딪히니 훨씬 힘들더라고요.

남들에게 밝히고 싶지 않은 사실이 알려졌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석달 전까지만 해도 계속 힘들었어요. 그런데 순간 짤방이나 순간 캡처가 그 어떤 프로게이머보다 많이 되겠구나 생각이 들고 나니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LOL은 긴 시간 집중해 게임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평소에는 제가 어느 정도 '틱'을 제어할 수 있는 한 곳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틱' 제어가 힘들어요. 그래서 오히려 게임을 할 때 '틱'장애가 가장 많이 오죠. 하지만 '틱'을 제어하겠다고 게임에 집중하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 딜레마에 빠졌던 것이죠.

처음에는 너무나 억울했어요. 내가 원해 장애가 생긴 것은 아닌데 이 때문에 꿈을 이루는 것도 어려운 것인지 속상했죠. 게다가 소심한 A형이다 보니 사람들의 편견이 힘들고 부담도 됐어요. 극복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서연지=그래도 굉장히 밝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은 것 같아요. 겉으로만 봤을 때는 그런 힘든 일을 겪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밝거든요.

윤하운=세 달 전까지는 비관적이었고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웠어요. 그러고 나니 훨씬 마음이 편해졌죠. 모든 것을 장점으로 받아 들이고 웃음으로 넘어간다면 제 삶이 행복해 진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아직도 '틱장애' 때문에 많이 힘들긴 해요. 다른 악플은 상관 없는데 제 장애를 결부시켜 인신공격하는 글에는 상처 받기도 하죠.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다 저에 대한 관심이라 생각하기로 했어요. 프로게이머가 아무런 관심 없이 그저 그런 선수로 묻히는 것보다는 훨씬 낫잖아요.

[스타걸이 간다] 장애 극복하고 꿈 이룬 '막눈' 윤하운

게다가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최고의 선수가 된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이 어디 있겠어요. 성취감이란 일반 선수들보다 몇 배 더할 것이라 자신합니다.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오히려 '틱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고맙게 느껴지더라고요. 스스로를 극복하고 최고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니까요.

서연지=아무리 마음을 그렇게 먹어도 실제로 긍정적으로 바뀌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대단하네요.

윤하운=주변의 도움도 컸어요. 같이 게임하는 동료들도 힘이 많이 돼줬고 부모님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많이 응원해 줬거든요.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 드려요.

저로 인해 '틱장애'에 대한 편견이 조금이라도 사라진다면 좋겠어요. 장애를 극복하고 꿈을 이루는 모습 꼭 보여드리고 싶네요.

정리, 사진=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SK텔레콤과 함께하는 e스포츠 세상(www.sktelecom.com)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데일리랭킹

1젠지 17승 1패 +29(34-5)
2T1 15승 3패 +24(32-8)
3한화생명 15승 3패 +19(30-11)
4KT 11승 7패 +8(26-18)
5DK 9승 9패 0(21-21)
6광동 7승 11패 -7(18-25)
7피어엑스 6승 12패 -11(16-27)
8농심 4승 14패 -16(14-30)
9디알엑스 3승 15패 -21(11-32)
10브리온 3승 15패 -25(8-33)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