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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수의 메딕데이트] 정명훈 "(서)지수 누나 가르침 잊지 못해"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정명훈 "(서)지수 누나 가르침 잊지 못해"
안녕하세요. STX 소울 프로게이머 서지수입니다.

지난 주에는 삼성전자 칸 송병구 선수과 즐거운 인터뷰를 독자 여러분들께 전해드렸습니다. 현재 활동하는 프로게이머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지만 아직까지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송병구 선수를 보면서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는데요. 역시 최고의 선수라는 찬사는 아무나 들을 수 없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주 메딕데이트 주인공은 송병구 선수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문득 생각난 선수입니다. 송병구 선수 인터뷰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송병구를 다른 프로게이머들보다 더 유명하게 만든 이름이 있죠. 준우승의 황제 홍진호의 뒤를 잇는 선수들의 모임인 이른바 '콩라인'인데요. 송병구는 가장 먼저 홍진호와 비슷한 준우승 횟수를 기록하며 '콩라인'에 가입했습니다. 이후로 송병구는 '콩라인'의 가장 강력한 수제자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송병구 선수에게 '콩라인'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던 것은 인터뷰 도중에 송병구 선수 다음 주자로 '콩라인' 정명훈 선수가 문뜩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송병구 선수만큼 '콩라인'의 수제자로 각광 받고 있는 정명훈이 바로 이번 메딕데이트 주인공입니다.

얼마 후 있을 프로리그 결승전에 진출한 SK텔레콤. 정명훈을 만나기 위해 SK텔레콤 숙소를 방문했을 때는 선수들 모두 연습에 여념이 없었는데요. 스타리그 예선과 결승전 등 중요한 일전을 두 개나 앞둔 선수들은 미동도 없이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드렸습니다. 그 중 유독 여유로워 보이는 선수가 바로 정명훈이었는데요. 정명훈은 지난 스타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에 시드를 받아 예선을 치러야 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여유로운 표정이었습니다.

사실 정명훈과 저는 아마추어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입니다. 제가 반말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프로게이머 중 한 명인데요. 사석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고 경기장에서 만난 것도 정말 오랜만이라 반가움이 먼저 들었습니다.

반가워 하는 저와는 달리 정명훈은 굉장히 쑥스러워했습니다. 얼굴까지 빨갛게 변했는데요. 정명훈 역시 "쑥스러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쑥스러울 줄은 몰랐다"며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지는 오래 됐지만 아직은 22살 순수한 청년이라는 사실이 증명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엄청난 연습량의 소유자

서지수=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데 왜 이렇게 쑥스러워 해(웃음).

정명훈=저도 이런 기분 처음이에요(웃음). 왜 이렇게 어색하죠? 저도 왜 그런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누나를 사석에서 처음 봐서 그런지 몰라도 이상하게 얼굴이 계속 빨갛게 변하네요(웃음).

서지수=아까 안경을 벗어서 못 알아봤어. 라식한거야?

정명훈=예전부터 하고 싶었거든요. 안경 쓰는 것도 지루했고요. 팬들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냥 해봤어요(웃음). 어떤 사람들은 더 낫다고 하도 안경 쓰는 것이 더 낫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서지수=안경 벗으니까 눈이 이렇게 큰 선수였나 생각이 드네. 속눈썹도 엄청 길고 눈도 크구나. 코도 높은 것 같아. 안경 벗으니 진짜 색다른 느낌이 난다. 내가 볼 때는 더 나은 것 같아.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정명훈 "(서)지수 누나 가르침 잊지 못해"

정명훈=팬들도 그렇게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결승전 전이니까 이상하더라도 더 낫다고 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서지수=(정)명훈이가 아마추어 때 우리가 처음 알게 됐잖아. 이후 연습도 자주 했던 것 같은데. 배틀넷 상에서 반말을 자주 하다 보니 반말 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것 같아.

정명훈=저야 누나가 반말을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죠(웃음). 그때는 제가 누나에게 정말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테란전이나 프로토스전에 비해 저그전이 쉽지 않았는데 누나가 준 가르침 덕분에 아직도 잘 하고 있어요.

서지수=내가 어떤 것을 가르쳐 줬었는지 기억이 안나. 뭐였지?

정명훈=저는 아직도 생생한데(웃음). 저그전을 할 때는 스캔을 최대한 늦게 달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대신 일꾼으로 꾸준히 정찰해 상대가 투해처리 플레이를 하면 스캔을 빨리 달아 상대 테크를 확인하고 3해처리 플레이를 하면 스캔을 최대한 늦게 달아 자원을 아끼라고 하셨죠. 아직도 그 가르침을 잘 따르고 있습니다.

서지수=그런 이야기를 해줬었구나(웃음). 이제 기억이 난다. 그런데 확실히 너나 (이)영호나 실력이 빨리 늘었던 것 같아. 도대체 연습을 얼마나 열심히 하길래 이렇게 빨리 실력이 느나 신기할 정도였다니까.

정명훈=지금도 그렇지만 게임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신나게 게임을 하다 보면 어느 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거든요. 사람들도 제 집중력에 깜짝 놀라곤 했어요. 한번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면 일어날 줄을 몰랐어요.

서지수=넌 뭘 했어도 잘 했을 것 같아. 집중력이 좋다는 이야기잖아. 진짜 부럽다. 나도 네가 진짜 열심히 연습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

정명훈=제가 연습을 열심히 한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고 그러더라고요. 조금 과장된 것도 있고요(웃음). 연습생 시절에 SK텔레콤이 5시부터 8시까지 쉬는 시간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시간도 아까워서 밥만 먹고 와서 연습을 한 적이 있어요. 하나, 하나 배워가는 것이 재미있었고 그래서 게임을 한 것뿐인데 나중에 이걸 본 형들이 다른 팀들에게 말하면서 소문이 난 것 같아요.

연습을 적게 하지는 않지만 이번 시즌 우리 팀 동료들과 비교했을 때는 정말 많이 하는 수준은 아닌 것 같아요. 이번 시즌에는 꼭 우승하자는 각오로 전 선수들이 모두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저 역시도 자극 받아서 맹연습 중이고요.

그래도 열심히 할 때는 진짜 열심히 하지만 안 할 때는 진짜 안 해요. 예전에는 게임 하다 잘 안 풀려서 한 시간 정도 쉴 때도 있었으니까요.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정명훈 "(서)지수 누나 가르침 잊지 못해"

서지수=지금 한 시간 게임 안하고 쉬었다고 안 할 때 안 한다는 말을 한 거야(웃음)? 남들은 그 정도는 다 기본이야(웃음).

정명훈=그래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웃음). 그러면 저 연습 열심히 한다는 의견에 동의할게요(웃음).

서지수=나도 4시간씩 자고 며칠을 연습했을 때가 있었는데. 물론 지금은 자는 시간이 좀더 늘었지만(웃음). 일년 내내 술을 한번도 안 마신 적도 있고. (정)명훈이는 그런 자기 관리도 잘할 것 같아.

정명훈=다음 날 연습을 해야 하면 술도 안 마시는 등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개인 사정 때문에 성적이 떨어지거나 연습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프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 점은 철저하게 노력하는 편이죠.

◆정명훈의 멘토 임요환, 최연성

서지수=최고의 테란인 (임)요환이 오빠와 최연성 선수 밑에서 배울 수 있었잖아. 운이 좋았다는 생각도 할 것 같아.

정명훈=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정신적인 멘토로 삼았던 두 분이에요. 우선 제가 들어왔을 때는 (임)요환이형이 군대에 입대했기 때문에 최연성 코치님께 많은 것을 배웠죠. 하나부터 열까지 빠지지 않고 흡수하려고 노력했어요. 특히 최 코치님은 빌드 짜는데 엄청난 능력이 있었는데 그 덕분에 저그전이나 프로토스전, 테란전을 할 때 개념이 명확하게 잡힌 것 같아요.

(임)요환이형은 제가 프로게이머를 꿈 꿀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사람이에요. (임)요환이형을 보면서 프로게이머 꿈을 키웠고 SK텔레콤에 들어왔고 테란을 플레이 했거든요. (임)요환이형이 군대에 전역한 뒤 같은 팀에 있을 기회가 생겨 정말 좋았어요. 그때 성실하게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울 점이 정말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나중에 30대가 넘어서도 프로게이머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게 됐죠.

서지수=멘토인 최연성 코치가 군 입대를 하게 됐을 때 무척 당황했을 것 같아.

정명훈=당황하지는 않았어요. 최 코치님이 군대에 입대하기 오래 전부터 저를 자유롭게 내버려 두셨거든요(웃음).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이미 개념이 잡힌 상황이라서 그런지 혼자 하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고요.

서지수=생각해 보니 이번 시즌 혼자서 정말 좋은 성적을 거뒀네. 지금까지 프로리그 성적 가운데 가장 높은 다승 순위에 승률이 아니었을까 싶어.

정명훈=맞아요(웃음). 사실 예전부터 '최연성 코치 꼭두각시다', '최 코치 없으면 정명훈은 시체다' 등 저를 비하하는 평가들이 많았던 것 잘 알고 있어요. 이런 평가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최 코치님이 군대에 가고 난 뒤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죠. 이전보다 더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그래도 개인리그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최 코치님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지수=그런데 정명훈 이후 SK텔레콤 테란 라인을 이어갈 선수가 나타나지 않아 아쉬움이 클 것 같아.

정명훈=사실 안타깝죠. 제 멘토인 임요환, 최연성을 잇는 선수로 정명훈이라는 이름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 SK텔레콤 테란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어요. (정)영재나 (최)호선이형이 빨리 방송 경기 적응력이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연습실에서는 잘하거든요.

◆SK텔레콤을 둘러싼 오해 첫 번째

서지수=인터뷰를 진행하려고 게시판을 많이 찾아봤는데 SK텔레콤은 유독 소문이 많더라고. 과연 이것이 진짜인지 궁금한 것들이 많더라고.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정명훈 "(서)지수 누나 가르침 잊지 못해"

정명훈=사실 저도 그런 소문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그 중 가장 어이 없는 소문은 개인리그와 프로리그에 관련된 것이었는데요. 지난 시즌 (김)택용이형이 개인리그 연습 시간을 별로 주지 않는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난리가 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개인리그 결승전에 올라가면서 팬들이 '김택용은 연습 시간이 없는데 정명훈에게만 연습 시간을 준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사실 그럴 수가 없잖아요(웃음).

서지수=그렇지(웃음).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 누구는 개인리그 연습 시간 주고 누구는 안 준다면 선수들이 가만히 있겠어? 그런 오해도 있구나.

정명훈=처음에는 웃고 넘겼는데 나중에는 일이 점점 심각해 지더라고요. 팬들은 게시판에서 싸우고 있고. 막상 그 글을 본 (김)택용이형은 "저 글을 쓴 사람은 분명 내 팬이 아니라 안티팬일꺼야"라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만큼 저희는 그런 소문에 신경 쓰지 않거든요. 사실이 아니니까요.

서지수=억울하다는 생각은 안 했어? 그때 본인이 개인리그에서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났잖아.

정명훈=억울하지 않았어요. 그런 글 하나, 하나 신경 쓰다 보면 프로게이머 못해요(웃음). 누나도 아시잖아요. 정말 말도 안 되는 글들이 올라올 때 일일이 대응하다 보면 혼자서만 망가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꿋꿋하게 그런 글에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서지수=생각해 보면 정명훈이 스타리그 성적이 좋아서 생겨난 소문 같기도 한데 말이야(웃음). 유독 스타리그에서 성적이 좋은 이유가 있을까?

정명훈=어렸을 때 집에 MBC게임이 안 나왔어요(웃음). 온게임넷에서 최고의 리그는 스타리그였죠. 그 당시 스타리그 우승은 곧 스타 등극이었거든요. 프로게이머라면 누구나 꿈 꾸는 자리였어요. 그래서인지 스타리그 무대만 서면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모든 리그에서 잘하고 싶죠. 저도 MSL 결승전도 가보고 싶었어요(웃음). 그런데 이상하게 저는 스타리그와 인연이 더 깊었던 것 같아요.

서지수=조만간 스타리그 예선이 시작하잖아.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정명훈=스타리그에서 우승하고 난 뒤 몇 달이 넘게 스타리그가 열리지 않아 속상했거든요. 그런데 저를 꺾고 우승한 (허)영무 형도 저랑 같은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저도 2연속 스타리그 결승전에 올라갔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아요(웃음). 제발 자주 열렸으면 좋겠어요.

서지수=이번 스타리그도 결승전 갈 자신 있어?

정명훈=최선을 다해야죠. 3연속 스타리그 결승전에 간 테란으로 기억되고 싶은 욕심이 크네요. 누나도 예선 잘하세요.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정명훈 "(서)지수 누나 가르침 잊지 못해"

서지수=알았어. 최선을 다할게(웃음). 대신 저그전 좋은 빌드 하나만 알려줘(웃음).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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