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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성의 게이머그라피] 눈빛으로 말하는 이제동

◇화승 오즈 시절의 이제동. 눈빛이 이글거리지 않습니까?

*2편에서 계속

이제동을 연상할 때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해맑게 웃는 모습? 모니터를 잡아 먹을 듯한 눈빛? 이제동의 데뷔 때부터 7년차로 농익은 플레이를 보여주는 지금까지 지켜본 기자에게는 눈빛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제동은 사진 기자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승부의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는 순진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경기석에만 들어가면 '폭군'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표정을 짓거든요. 사진 기자들의 평가로는 천의 얼굴을 가졌다고 하네요.

이제동의 승부욕은 신인 때부터 대단했습니다. 조정웅 감독이 플러스 팀으로 영입했을 때 이제동은 실력보다 눈빛에 반했다고 수 차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경력이 일천했기에 선배들과의 연습에서 질 수도 있지만 그 때마다 독기 품은 눈빛을 뿜어내며 마우스를 움직이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은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8게임단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주훈 감독 또한 "조정웅, 한상용 감독에게 이야기로 듣던 이제동과 내 선수가 된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합니다.


◇사진 기자들이 정말 좋아하는 이제동의 다양한 표정. 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는 1,000명의 얼굴이 녹아들어 있다고 자주 이야기를 합니다.

◆양반집 자제
부끄럽지만 자랑 하나 할까요? 이제동과 기자는 매우 먼 친척입니다. 촌수로 따지면 10촌 이상 벌어져 있지만 굳이 엮어 보자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2009년 기자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대구로 문상을 갔습니다. 외할아버지의 상가를 지키면서 여강 이씨 종손을 만났습니다. 외할아버지께서 종중의 일을 맡아서 도와주셨기에 저와도 안면이 있는 분이었죠.

종손 어른이 제 직업을 물으시더라고요. 게임과 e스포츠를 다루는 기자라고 했더니 우리 이씨 중에도 프로게이머를 하는 아이가 있다면서 혹시 아냐고 덧붙였습니다. 이씨 성을 가진 프로게이머가 워낙 많아서 혹시 돌림자를 아시느냐고 여쭸더니 동자 돌림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아는 프로게이머 중에 이씨 성과 마지막 글자가 동인 선수는 이제동밖에 없었기에 혹시 이제동이 아니냐고 했더니 맞다고 하시더라고요. 저와 먼 외촌이었던 거죠.

2010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대한항공 스타리그 결승전 이제동과 이영호의 대결을 취재하기 위해 갔을 때 이제동의 아버지를 직접 뵀습니다. 이제동에게 저와 먼 친척 사이라고 전에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아버지께서도 들으셨나 보더라고요. 이국에서 얼굴을 직접 보니 정말 반갑다며 같이 술을 한 잔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스타리그 결승전을 마친 뒤 자리가 만들어졌고 이제동의 아버지와 이야기기를 나눴습니다. 프로게이머 가운데 최상위 1% 안에 들어가는 이제동의 겸손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아들을 정말 믿기에 프로게이머를 허락해줬지만 아들이 하는 일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항상 관심을 가지면서 아들이 엇나가지 않도록 옳은 이야기만 하시더라고요. 이런 아버지를 둔 이제동이 업계를 해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이제동의 독기에 대해서도 아버지가 해준 이야기가 있는데요. 남에게 부끄럽게 살지 말라는 말씀을 이제동에게 자주 하신답니다. 승부의 세계에서 지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이제동을 믿고 있는 팀이나 사랑을 나눠주는 팬들에게는 아픔이 될 수 있기에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것이 아버지의 지론이라네요. 아버지의 말씀을 따르는 이제동이기에 눈빛이 남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동방명주에서 펼쳐진 대한항공 스타리그 2010 결승전 때의 모습. 이제동(왼쪽)의 숙적인 이영호와 함께 무대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평생의 라이벌 이영호
이제동을 떠올릴 때 곧바로 연상되는 선수가 바로 이영호입니다. 화승의 에이스 이제동, KT의 에이스 이영호는 2010년 한 해 동안 스타리그와 MSL을 휩쓸면서 라이벌 관계를 극대화시켰습니다.

이제동과 이영호는 개인리그에서 서로의 발목을 잡는 존재였습니다. 개인리그에서 맞대결을 펼쳐 승리한 쪽이 무조건 그 대회를 우승한다는 징크스가 생길 정도였으니까요.

우선 스타리그부터 살펴 보죠. 이영호가 처음으로 개인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박카스 스타리그 2008에서 두 선수는 8강에서 만났습니다. 당시 이영호가 2대1로 승리하며 우승했죠. 이제동이 부활을 알리는 계기가 된 박카스 스타리그 2009에서는 16강에서 이제동이 승리하며 우승까지 일궈냈습니다. 또 이영호가 스타리그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EVER 스타리그 2009에서는 8강에서 이제동을 2대0으로 완파한 바 있습니다. 이제동이 골든 마우스를 손에 넣었고 이영호가 2회 우승까지 차지한 상황에서 결승에서 만나 관심을 모았던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2에서는 결승전에서 만나 이영호가 3대1로 이제동을 제치고 3회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골든 마우스를 손에 넣었죠.

MSL에서는 어땠을까요. 곰TV MSL 시즌4 8강에서 이제동이 이영호를 3대1로 제압하고 결승까지 치고 올라가 첫 MSL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2009년에 열린 네이트 MSL 결승전에서는 정전 사태가 벌어지면서 이제동에게 우세승이 주어지는 해프닝이 발생했고 이제동이 3대1로 또 다시 이영호를 눌렀습니다.

네이트 MSL이 끝난 뒤 2010년에 열린 하나대투증권 MSL., 빅파일 MSL에서는 이영호가 이제동을 결승전에서 또 다시 만나 3대0과 3대2로 누르면서 2연속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패턴의 예외는 단 두 번 있었죠. 2009년에 열린 로스트사가 MSL에서 이영호가 32강 최종전에서 이제동을 만나 승리했지만 우승하지 못했고 ABC마트 MSL에서는 이제동이 이영호를 32강에서 꺾었지만 최종 우승은 이영호가 달성했습니다.

이제동과 이영호가 2010년 들어 개인리그를 휩쓸면서 '리쌍록'을 연발하자 팬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제동과 이영호만 결승전에 나서니까 지겹다, 둘이 다 해먹으면서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망치고 있다 등등 볼멘 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이제동과 이영호는 서로를 존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진정한 라이벌이자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함께 이끌어가는 동반자라 여기고 있습니다.

개인리그에서 경쟁자였던 두 선수는 프로리그에서도 나란히 최고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이영호가 KT의 에이스로 확실히 자리를 잡은 08-09 시즌 이제동과 이영호는 54승으로 공동 다승 1위를 수상했습니다. 09-10 시즌 이영호가 역대 최다인 57승을 기록할 때 이제동은 50승을 넘기면서 다승 2위를 차지했죠. 10-11 시즌에는 이영호가 다승 2위, 이제동이 49승으로 3위에 랭크되면서 여전한 기량을 선보였죠.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연패를 기록하고 있는 이제동.

◆프로리그 결승전에 약하다?
이제동은 프로리그에서 최다승을 거두면서 전체 다승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월14일 기준으로 218승95패, 승률 69.6%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프로리그를 통해 경험을 쌓았고 데뷔 첫 시즌부터 신인왕, 다승왕 등으로 승승장구했다고 말씀 드렸죠.

이런 이제동도 프로리그에서 아픔을 겪었습니다. 결승전에 약하나다는 징크스인데요. 2007시즌 통합 챔피언전에서 삼성전자 김동건에게 패한 것을 시작으로 불운이 이어졌습니다. 당시 화승은 이제동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환하게 웃으면서 사진을 찍었지만 이제동은 패배를 자책하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단일 시즌으로 진행된 2008 시즌 화승은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오영종이 군에 입대하면서 이제동이 안아야 하는 짐이 너무나 무거웠기 때문입니다. 11승7패를 기록한 이제동은 시즌별 다승 랭킹 최하위인 12위를 기록했습니다. 잊고 싶은 기억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08-09 시즌부터 이제동은 다시 힘을 냅니다. 54승으로 정규 시즌 다승 1위를 차지한 이제동은 포스트 시즌에서도 CJ 김정우를 두 번이나 꺾으면서 화승을 결승전에 올려 놓습니다. 08-09 시즌 결승전은 사상 유례 없이 이틀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8월7일 1차전을 치렀을 때 이제동은 1세트에 출전했다가 SK텔레콤 정명훈에게 패하고 맙니다. 이제동의 패배로 화승은 0대4로 완패를 당했지요.

8일 열린 2차전에서도 이제동은 박재혁에게 덜미를 잡혔습니다. 동료들의 노력 덕에 3대3까지 균형을 맞췄고 조정웅 감독은 또 다시 이제동을 내놓았습니다. SK텔레콤의 카드는 정명훈이었죠. 1차전의 복수는 물론 2차전 승리를 통해 최종 에이스 결정전을 이끌어내야 하는 짐을 떠안은 이제동은 정명훈의 전진 2배럭 전략에 무너지면서 결승전에서만 3연패를 당했습니다.

이후 이제동이 속한 화승은 포스트 시즌에 오르지 못했죠. 09-10 시즌에는 28승27패로 전체 8위를 차지했고 10-11 시즌에는 24승30패로 7위에 머물렀습니다. 6위까지 포스트 시즌 진출권이 주어지는 상황이었기에 두 시즌 모두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8게임단이 3라운드 들어 힘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동이 프로리그 결승전 징크스를 걷어내려면 일단 4강까지는 들어야겠죠?


◇화승의 해체로 인해 8게임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제동. 기업팀 창단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눈빛은 실력이다
이제동의 눈빛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통산 성적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이제동은 프로리그 통산 100승을 가장 먼저 달성하지는 못했습니다. 프로리그 원년인 2003년부터 출전하지 않았기에 1위는 박정석에게 내줬습니다. 2위로 100승에 오른 이제동은 "200승은 가장 먼저 오르겠다"고 호언장담했고 이뤘습니다. 프로리그가 1년 단위 리그로 진행됐고 경기 수가 많았기에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즌별 성적을 보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리그 다승 순위에 있어 가장 낮았던 것이 2008 시즌 12위였습니다. 이후 1년 단위 리그로 확대되고 나서 이제동은 지속적으로 톱3 안에 들어갔고 이번 시즌 초반 부진 또한 털어내면서 10승5패로 3위까지 올라섰습니다.


◇프로리그 통산 200승 고지에 오른 뒤 트로피를 받은 이제동.

늘푸른 소나무처럼 꾸준한 성적을 올린 이제동은 통산 프로리그 성적에서 당당히 1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영호가 이번 시즌 13전 전승을 이어가며 맹렬히 추격하고 있지만 이제동은 계속 격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통산 220승95패를 기록한 이제동은 승률에서도 69.8%로 이영호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개인리그에서도 이제동은 최고의 성적을 낸 선수 중에 한 명으로 남아 있습니다.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3번 우승을 차지하며 골든 마우스를 손에 넣었고 MSL에서는 이영호에게 연거푸 덜미를 잡히면서 두 번'밖에' 최고의 자리에 서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동의 성과는 역대 저그 프로게이머 가운데 가장 많은 개인리그 우승 트로피를 든 선수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동에게 이번 시즌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화승의 해체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뻔했던 이제동은 협회가 위탁 운영하는 8게임단 소속으로 리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직 대기업의 러브콜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제동의 활약에 의해 팀의 성적이 결정되기에 또 다시 큰 짐을 어깨에 올려 놓고 있습니다.

승부욕으로 똘똘 뭉친 이제동이 또 한 번 눈에 불을 켠다면 8게임단의 포스트 시즌 진출과 대기업 창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8게임단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이제동 프로리그 시즌별 성적
▶2006 시즌
전기 6승5패 8위
후기 10승1패 1위
전후기 통합 1위
▶2007 시즌
전기 15승7패 4위
후기 13승6패 8위
통합 5위
▶2008 시즌
11승7패 12위
▶08-09 시즌
54승21패 1위
▶09-10 시즌
52승21패 2위
▶10-11 시즌
49승22패 3위
▶SK플래닛 시즌1
10승5패 3위(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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