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김태형 해설 "스타크처럼 LOL도 키우겠다"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김태형 해설 "스타크처럼 LOL도 키우겠다"
안녕하세요. STX 소울 프로게이머 서지수입니다.

지난 메딕데이트에서는 4대 천왕 가운데 유일하게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 뛰고 있는 KT 롤스터 박정석 선수를 만나 봤는데요. 독자 여러분들의 뜨거운 관심에 저 역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아니 어떻게 보면 이제 딱 두 명 남은 올드 게이머들이 오랜만에 모여 회포(?)를 풀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고요. 독자 여러분들 덕에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늘 만나볼 사람 역시도 오랜 기간 동안 e스포츠를 즐겨 본 팬들이라면 반가운 얼굴입니다. 전용준 캐스터, 엄재경 해설 위원과 함께 10년이 넘도록 스타리그를 해설했던, 본명보다 별명으로 더 유명한 김태형 해설 위원입니다. 최근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로 팬들을 만나고 있는 김 해설 위원은 '나는 캐리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또 한번 e스포츠 팬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나는 캐리다' 방송을 본 적이 있습니다. LOL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각종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워낙 이슈가 되고 있어 프로그램을 챙겨보게 됐는데요. 평소 김태형 해설 위원의 진지한 모습만 보다가 '나는 캐리다'에서 보여주는 망가지는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큼 김태형 해설 위원은 현재 LOL을 일로 즐기고 있다기 보다는 게임 자체로 즐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그가 들려준 LOL의 세계로 지금부터 함께 빠져들어가 보시죠.

◆밤 새며 했던 스타크래프트

서지수=몇 년 전 스타리그 예선전 현장에서 본 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김태형 해설 "스타크처럼 LOL도 키우겠다"

김태형=오랜만에 만나니 나도 정말 반갑네. 나는 그동안 스타리그가 없어서 공식 석상에 나올 일이 없었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쉬고 있는 기간 동안 LOL에 빠져있어서 사실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던 것 같아. 나도 한번 게임에 빠지면 정신을 못 차리고 일상 생활도 잘 못할 정도거든(웃음).

서지수=그건 저랑 같네요(웃음). 저도 재미있는 게임 하나를 만나 시작하게 되면 엄청나게 몰입하거든요(웃음). 갑자기 스타크래프트 초창기 때 처음 플레이했던 때가 생각나네요. 그때는 컴퓨터 앞에 앉아 밤을 꼬박 새곤 했죠.

김태형=나 역시도 그랬었지. 남자들은 특히 심해서 밤을 새는 정도가 아니었어(웃음). 스타크래프트가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게임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만약에 공격력, 방어력 업그레이드를 하는데 현금을 사용해야 했다면 난 수억 깨졌을 것 같아(웃음).

서지수=그렇게 따지면 저는 수백억이겠는데요(웃음). 지금의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가 만든 문화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요. 결국 e스포츠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게임이 재미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김태형=그게 정답이지. 스타크래프트의 경우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즐겼고 거기에 미쳐있었던 것 같아. 사실 아직도 미쳐있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지금까지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 종목으로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e스포츠 종목으로 스타크래프트를 뛰어 넘는 종목이 나오려면 그만큼 재미있는 게임이 나와야 하는 거지. 그렇게 단순한 논리를 잊으면 안 되는데 말이야.

서지수=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접했을 때도 매번 밤을 샜는데 지금도 LOL을 하면서 밤을 새시는 것 같아요(웃음).

김태형=맞아. 오랜만에 밤을 새는 게임을 만난 것 같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배고파서 시간을 보면 벌써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더라고. 가끔 깜짝 놀란다니까.

서지수=저도 그럴 것 같아서 지금 아예 접속조차 하지 않고 있어요(웃음). 저도 김 해설 위원처럼 만날 밤 새면 어떡해요(웃음).

김태형=그럴 가능성이 높지(웃음).

◆본명보다 더 유명한 그의 별명

서지수=김태형 해설 위원의 이름을 '김캐리'로 알고 있는 사람도 꽤 된다는 것을 혹시 알고 있죠? 저도 예전에 인터뷰에서 김태형 해설 위원의 이름을 말할 때 '김캐리'라고 말한 적이 있었거든요(웃음).

김태형=그런 사람들 정말 많아. 사실 내 이름을 김캐리로 바꾸고 싶을 정도로 나는 그 이름이 마음에 들거든(웃음). 그 이름 덕에 나 역시도 운명처럼 '캐리'와 관련된 게임을 만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스타크래프트 때도 캐리어를 쓰라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해서 '캐리'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LOL에서도 신기하게 '캐리'라는 용어가 있더라고. LOL에서는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을 하는 것을 '캐리했다'라고 표현하거든. 즉 LOL에서 '캐리'라는 용어는 굉장히 멋진 의미를 담고 있지(웃음).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김태형 해설 "스타크처럼 LOL도 키우겠다"

서지수=프로토스들이 테란전을 할 때 주로 캐리어를 생산하잖아요. 테란전 경기는 빠지지 않고 챙겨보기 때문에 저 역시도 김 해설 위원이 중계하는 것을 자주 들었거든요. 그 때마다 캐리어를 간절하게 외치시던데 진짜 이유가 있으신 건가요?

김태형=일부러 그런 말을 했던 것은 아니야. 내가 프로토스 게이머 출신이다 보니 배틀넷에서 테란을 만날 때 캐리어를 자주 사용했거든. 그런데 캐리어는 정말 좋은 유닛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내가 감독이나 코치였다면 프로토스 선수들에게 적극 권장했을 텐데 잘 쓰지 않더라고. 그래서 정말 아쉬웠지. 방송 중계하는 입장에서도 감정이 이입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캐리어를 목 놓아 외쳤던 것 같아.

그런데 송병구가 방송 경기에서 내가 생각했던 대로 캐리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흥분하기 시작했지. 그리고 난 뒤 이상하게 캐리어만 보이면 나도 모르게 흥분하게 되는 것 같아. 뭐 덕분에 김캐리라는 별명을 얻게 됐지만 말이야.

서지수=그러면 매번 반대로 예상해서 '김역성'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것도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닌가요?

김태형=다들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더라고(웃음). 참 민망한 말이지만 한번도 일부러 예상한 적이 없어(웃음). 내가 신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유 없이 어떤 팀이 그리고 어떤 선수가 우승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걸 어쩌겠어(웃음). 그런데 내가 맞히 적도 많은데 큰 경기만 매번 역성지를 만들다 보니 그런 이미지가 생겨난 것이지. 나 많이 맞힌 해설자라고(웃음).

◆방송 사고의 달인?

서지수=김태형 해설 위원을 인터뷰 하려고 포털 사이트를 검색해 봤는데 연관 검색어로 방송사고가 나오더라고요(웃음). 그동안 방송 사고를 정말 많이 냈나 봐요.

김태형=방송 사고의 온상이었다고 봐도 무방해(웃음). 뭐 e스포츠 역사에 대부분 남은 방송 사고에는 내가 있을 테니까(웃음).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김태형 해설 "스타크처럼 LOL도 키우겠다"

서지수=방송 사고 가운데 가장 생각나는 사건이 있어요?

김태형=정말 많지. 지금 생각해 보니 한 세가지 정도가 생각나네. 하나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단어를 써서 지금 이야기하기는 곤란하거든. '터블넥' 사건이라고 하면 대부분 e스포츠 팬들이 알지(웃음). 더 기억에 남는 것은 그때 중계진들이 아무도 내 말을 받아주지 못하고 침묵했거든. 방송에서 그런 침묵이 지속되는 일은 흔치 않은데 말이야(웃음).

서지수=동영상을 못 봤는데 꼭 봐야겠네요(웃음).

김태형=굳이 보지 않아도 돼(웃음).

서지수=PC 파괴사건도 굉장히 유명하더라고요.

김태형=그때가 온게임넷이 중계하는 것이 아니라 MBC게임에서 중계를 하고 그 방송을 가져와 온게임넷 스튜디오에서 중계를 했던 때였거든. 그래서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알 방법도 없고 답답한 상황이었어. 그런데 시간이 50분 넘게 지체되고 더 이상 할 말도 없는 거지. 그래서 'PC가 파괴라도 된 것인가요'라고 속마음을 말했던 것인데 성승헌 캐스터랑 김정민 해설 위원까지 그렇게 '빵' 터질지 몰랐어(웃음). 그들의 속마음도 그랬었나 봐(웃음).

평소에는 욕을 아예 안 하거든. 주변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러다 보니 실수를 해도 사람들이 너그럽게 봐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생각해 주는 것 같아. 그런 점은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서지수=저도 방송사고와 연관이 있는 사람 중 하나잖아요(웃음). 지영훈이라는 선수가 헤드셋을 거꾸로 쓴 적이 있는데 그 상대가 저였잖아요(웃음). 처음에는 몰랐다가 (지)영훈이가 채팅으로 '나 헤드셋 거꾸로 썼었어'라고 말해서 알았거든요.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나요. 해설자 입장에서는 중계하기 힘든 상황들이 정말 많을 것 같아요.

김태형=더 이상 할 말이 없는데 시간을 끌어야 할 때가 가장 힘들어. 그래서 박태민을 진짜 싫어했어(웃음). 워낙 세팅을 오래했잖아. 중계진 사이에서 박태민 별명이 오죽하면 '박세팅'이었겠어(웃음). 그래서 바로 조인하는 선수들을 정말 좋아했지(웃음).

서지수=지금까지 해설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을까요?

김태형=마재윤.

◆"LOL로 e스포츠 새로운 도약에 기여하고 싶어"

서지수=이상형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요.

김태형=예전에는 공현주였는데 지금은 여자면 다 좋아(웃음). 다들 내가 여자친구가 많을 것 같다고 하는데 정말 아니거든. 요즘 햇볕을 하도 못 봤더니 피부가 좋아져서 다들 동안이라 하더라(웃음).

서지수=김태형 해설 위원의 꿈이 궁금하네요.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김태형 해설 "스타크처럼 LOL도 키우겠다"

김태형=당장의 꿈은 서지수를 LOL로 입문시키는 것이지(웃음). 그렇게 되면 LOL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잖아(웃음).

농담이고. LOL이라는 게임이 대중적인 e스포츠 종목으로 도약하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어. 정말 게임이 재미있는 것을 내가 확인했으니 이제 LOL을 좀더 대중화시키고 리그로 성공할 수 있도록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지. 그로 인해 e스포츠가 좀더 발전하고 한 단계 도약한다면 그것보다 즐거운 일이 있을까?

개인적인 꿈이 있다면. 태릉에 있는 맛있는 갈비집이 있는데 여자친구와 그 갈비를 먹으러 가는 것이 꿈이야(웃음). 사실 꿈이 많아(웃음).

서지수=그 꿈 모두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를 LOL 세계로 끌어드리시려는 꿈도 시도는 해보세요(웃음).

김태형=지금 당장 PC방 가자(웃음).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김태형 해설 "스타크처럼 LOL도 키우겠다"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데일리랭킹

1젠지 17승 1패 +29(34-5)
2T1 15승 3패 +24(32-8)
3한화생명 15승 3패 +19(30-11)
4KT 11승 7패 +8(26-18)
5DK 9승 9패 0(21-21)
6광동 7승 11패 -7(18-25)
7피어엑스 6승 12패 -11(16-27)
8농심 4승 14패 -16(14-30)
9디알엑스 3승 15패 -21(11-32)
10브리온 3승 15패 -25(8-33)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